print

삼성 반도체 새 사령탑 경계현, 메모리 패러다임·인사 혁신 주도

세계 첫 3D V낸드 개발 주도…적층 기술로 반도체 집적 기술 한계 극복
삼성전기 호칭·서열 파괴한 인사혁신 주도…'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이 과제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삼성전자]
삼성전기 실적을 끌어올리고 인사 혁신을 주도했던 경계현 사장이 2년 만에 삼성전자로 돌아왔다. 계열사에서 삼성전자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긴 이례적인 인사다. 내부에서도 '깜짝 인사'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7일 삼성전자 인사 반도체(DS) 부문 수장으로 임명된 경 사장은 회장으로 승진한 김기남 부회장을 이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이끈다. 삼성전자는 경 사장의 인사를 두고 "기술 리더십과 경영 역량을 인정받은 경영진을 전면에 배치했다"고 했다.
  
경 사장은 삼성 내부에서 기술력과 공감·소통능력을 겸비한 리더로 평가받는다. 경 사장은 반도체 설계 전문가다. 서울대에서 제어계측공학을 전공했고, 1988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D램 설계팀, 플래시(낸드플래시) 개발실, 솔루션개발실 등을 거쳤다. 
 

'적층 기술'로 메모리반도체 기술 패러다임 바꿔 

이 과정에서 '세계 최초' 기술 개발을 주도하며 삼성전자의 ‘초격차’를 이끌어냈다. 플래시개발실 담당 상무였던 2013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3차원 V낸드플래시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의 V낸드 기술이 등장한 이후 낸드플래시 기술 경쟁의 패러다임은 완전히 바뀌었다. V낸드는 적층형 반도체의 시초다. 메모리 반도체인 D램과 낸드플래시는 저장 공간을 늘리기 위해 회로 선폭을 좁히고 반도체 소자를 집적화 하는 미세 공정 기술을 고도화 해왔다. 선폭이 줄면 같은 면적 안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 사장과 삼성전자가 적층 기술을 개발한 이후 낸드플래시는 미세공정 대신 적층 기술을 통해 반도체 성능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적층 기술은 단수가 높을수록 같은 면적에 고용량을 구현할 수 있어 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양품의 비율)과 함께 메모리 반도체 기술의 척도로 꼽혀왔다. 높이 쌓을 만큼 웨이퍼당 생산칩수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어서 생산성 역시 높아진다. 경 사장은 이 성과를 인정받아 2014년에는 자랑스러운 삼성인상을 받았다.
 
경 사장은 기술 경쟁력을 토대로 한 성장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0년에는 삼성전기 대표이사를 맡아 MLCC(Multi Layer Ceramic Capacitor·적층세라믹콘덴서)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견인했다.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반도체 부품에 일정하게 전기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컴퓨터·TV·전기자동차 등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 필요한 핵심 부품이다.
 
삼성전기로 부임한 후 가장 먼저 삼성전자 의존도 낮추기에 나섰다. 애플, 샤오미 등 글로벌 공급처를 확보해 고객 다변화를 이끌어냈다. 2019년 47.1%였던 삼성전자 매출 의존도는 2020년 33.7%까지 감소했다. 올해 2분기와 3분기에는 20%대를 유지하고 있다. 
 

고객사 다변화로 삼성 의존도 줄이고 최대 실적 달성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실적도 고공행진했다. 삼성전기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1조1286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만에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한 건 창립 이후 처음이다. MLCC 업계가 호황을 누리면서 4분기에도 호실적이 예고돼 올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기술 경쟁력'과 함께 경 사장의 경영 키워드로 꼽히는 단어는 '소통'이다. 경 사장은 지난해 1월 삼성전기 사장 취임식을 생략하고 직원들과 직접 대화하며 파격 행보를 이어갔다. 직원들과 대화의 코너인 ‘썰톡’ 행사에도 자주 참여해 성과급 등 민감한 질문에 직접 솔직하게 답변했다.  
 
전자 계열사 중 가장 먼저 인사제도 혁신에 앞장서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개편한 인사제도 내용 중 호칭 파괴, 직급 비공개, 동료평가 등 주요 혁신안을 삼성전기가 지난해 먼저 도입했다. 인사 혁신안의 주요한 내용을 경 사장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공서열을 폐지하고 직급 연한을 없애면서 ‘능력’에 초점을 맞춰 평가하는 기업문화를 이끌 적임자인 셈이다. 
 
경 사장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삼성이 시스템반도체에서도 글로벌 1위를 차지하겠다는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세계 1위로 키워내야 하고, 메모리 반도체 기술 초격차를 이어가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경 사장은 경영 효율화와 기술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릴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며 "사장 인사에 이은 후속 임원인사에서 메모리사업부장과 파운드리사업부장, 시스템 LSI사업부장 등 실무진은 연임할 가능성이 높아 전체적인 사업 기조가 변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가상세계 속 시간을 탐구하다

2고령화·저출산 지속되면 "2045년 정부부채, GDP 규모 추월"

3해외서 인기 폭발 'K라면'…수출 '월 1억달러' 첫 돌파

4한국의 ‘파나메라’ 어쩌다...“최대 880만원 깎아드립니다”

5치열한 스타트업 인재 영입 경쟁…한국도 대비해야

6G마켓 쇼핑축제 마감 임박..."로보락·에어팟 할인 구매하세요"

7"비상계단 몰래 깎아"...대구 아파트에서 일어난 일

8"올림픽 휴전? 러시아만 좋은 일"...젤렌스키, 제안 거부

9일론 머스크, 인도네시아서 '스타링크' 서비스 출범

실시간 뉴스

1가상세계 속 시간을 탐구하다

2고령화·저출산 지속되면 "2045년 정부부채, GDP 규모 추월"

3해외서 인기 폭발 'K라면'…수출 '월 1억달러' 첫 돌파

4한국의 ‘파나메라’ 어쩌다...“최대 880만원 깎아드립니다”

5치열한 스타트업 인재 영입 경쟁…한국도 대비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