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한다더니…꼼수로 세입자 내보낸 집주인 [임상영 부동산 법률토크]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 계약하면 계약갱신요구 방해 행위, 손해배상 해야
저는 재작년 9월 20일 보증금 3억2000만원에 경기도 소재 아파트를 임차하는 전세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당초 저는 2년 계약기간이 끝나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여 이 아파트에 2년간 더 거주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계약만료를 5달 정도 앞둔 올해 4월 2일 집주인이 제게 “이번 계약만료 시 제가 실거주를 해야 할 상황이라 사전에 연락드립니다”라는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저는 뉴스를 통해 임대인의 실거주는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새 집을 알아보게 됐었고 지난 7월 결국 다른 집을 구해 9월 10일부터 2년간 보증금 5억원에 사는 조건으로 전세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사는 집주인에게 이 사실을 얘기하면서 이사를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사를 한 달 앞둔 8월이 되자, 집주인은 “갑자기 직접 실거주를 하지 못하게 되어 새로운 임차인을 구해야 하니 집 방문에 협조해달라”는 연락을 해왔습니다. 그로부터 열흘 뒤엔 새로운 세입자를 구했다고 제게 통보했고 알고보니 새로운 세입자의 보증금은 제가 냈던 보증금보다 훨씬 높은 4억9000만원이었습니다. 애초에 임대인이 실거주하겠다고 한 것은 저를 내보내고 새 임차인을 구하는 방식으로 보증금을 올려 받으려는 꼼수가 아니었을까요? 억울하지만 저는 이미 계획대로 새 아파트로 이사를 마친 상태인데요. 제가 전 집주인에게 손해를 배상 받을 수 있을까요?
네. 질문자께서는 법적으로 집주인에게 배상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5항은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갱신요구가 거절되지 아니하였더라면 갱신되었을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목적 주택을 임대한 경우 임대인은 갱신거절로 인하여 임차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때 배상해야 할 손해액은 ① 갱신거절 당시 월차임(차임 외에 보증금이 있는 경우에는 환산월차임)의 3개월분에 해당하는 금액 ② 임대인이 제3자에게 임대하여 얻은 환산월차임과 갱신거절 당시 환산월차임 간 차액의 2년분에 해당하는 금액 ③ 갱신거절로 인하여 임차인이 입은 손해액 중 큰 금액입니다.
기존에 질문자께서 거주하시던 아파트 임대인은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이 불가하다고 얘기하고선 임대차기간 만료 전에 정당한 사유 없이 다른 사람에게 아파트를 임대함으로써 임차인에게 법적으로 보장된 계약갱신요구권 행사를 방해했습니다. 따라서 임대인은 질문자께서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리고 배상해야 할 금액은 ① 갱신거절 당시 보증금(3억2000만원) 환산월차임 3개월분 약 200만원, ② 신규 보증금(4억9000만원) 환산월차임과 갱신거절 당시 보증금(3억2000만원) 환산월차임 간 차액의 2년분 약 900만원, ③ 갱신거절로 인하여 질문자가 입은 손해액(추가로 대출받은 금액에 대한 2년 동안의 이자비용 등) 중 큰 금액이 될 것입니다. 즉 질문자께서는 최소 900만원의 배상액을 전 집주인에게 요구하실 수 있습니다.
질문자께서는 우선 내용증명을 보내 위와 같은 내용을 전 집주인에게 전달해 문제 해결을 시도해 보시고, 만약 상대방이 해결을 거부한다면 지급명령신청 등 법적 구제방안을 검토해보시길 바랍니다.
※필자는 뱅가드 법률파트너스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대건설 재경본부에서 건설·부동산 관련 지식과 경험을 쌓았으며 부산고등법원(창원) 재판연구원,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로 일했다.
임상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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