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맛’보고 면세쇼핑은 ‘덤’…무착륙 비행기 관광 인기
정부, 무착륙 관광비행 내년 6월까지 연장
18일 중국 저장성관광센터, 1차 비행 완료
면세한도 600달러, 구매한도 폐지…연말 수요 기대감 ↑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으로 인기가 주춤한 듯 보였던 ‘무착륙 관광비행’이 연말을 맞아 각광 받고 있다. 최근 확진자 수 급증으로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되면서 해외관광이 다시 여의치 않아지자 무착륙 비행에 관심을 갖는 여행객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면세점 구매한도 제도를 43년 만에 폐지하면서 해외여행 갈증도 풀고 면세품 쇼핑도 즐기기 위한 발길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8일 오전 찾은 인천국제공항 탑승 게이트 앞은 중국 저장성행 무착륙 관광비행 항공편을 이용하려는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아이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여행객들이 탑승 수속을 밟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한 노부부는 “그동안 관광버스만 타고 다녀서 지겨웠는데 오랜만에 공항에도 오고 비행기를 탈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며 “가족들 연말 선물도 면세점에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고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무착륙 관광비행’은 국내 공항에서 출발해 외국 영공에서 선회 비행한 뒤 착륙 없이 공항으로 복귀하는 관광상품이다. 해외에 착륙하지는 않지만 국제선 운항이기 때문에 기존의 해외여행과 마찬가지로 면세점 이용이 가능하다. 무착륙 관광비행 이용시에도 면세 한도는 1인당 600달러로 동일하고, 정부가 20일 발표한 ‘2022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1인당 구매 한도 5000달러도 내년부터 폐지된다.
2022 아시안게임 개최지 저장성 비행…관광 설명회 개최도
중국 저장성관광마케팅센터가 기획한 무착륙 관광비행 상품은 2022년 아시안게임이 개최되는 항저우가 속한 저장성에 대한 관광 정보도 함께 제공하고자 기획됐다. 1차 비행이 지난 12월 18일이 진행됐고, 2차 비행은 오는 1월 15일로 예정돼 있다. 이번 비행은 저장성관광마케팅센터에서 진행한 이벤트를 통해 선정된 140여명이 참여했다.
1차 비행 날이었던 18일 직접 무착륙 관광비행 상품을 이용해보니 출국부터 탑승 수속, 면세품 구매 및 세관 신고까지 모든 과정이 국제선과 똑같이 진행됐다. 김포공항에서 출발해 도착하는 제주도나 부산을 여행하는 것과는 다른 경험으로 관광객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을 듯했다. 탑승자에게는 아시안게임 관련 굿즈가 제공됐고, 비행 중 아시안게임에 대한 소개 및 퀴즈가 진행되기도 했다.
국제선과 동일한 절차를 거쳐 해외 비행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은 특별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비행 내내 현재 어디를 날고 있는지, 창밖으로 보이는 곳은 어디이며 어떤 섬들을 지나고 있는지 등에 대한 별도의 설명이 없어 한국을 벗어났는지도 모르는 관광객들도 있었다. 무착륙 관광비행이 국제선으로 운항된다는 점을 이용해 면세품 구매 목적으로만 관광상품을 이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비행기에 함께 탑승했던 한 관광객은 “애초에 착륙이 없는 비행이었지만 국내를 벗어나 외국 영공을 선회한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도 솔직히 들었다”며 “잠깐 졸고 일어나니 인천공항 도착 20분 전이라는 안내방송이 나와 허무했다”고 말했다.
무착륙 관광비행이 끝난 뒤에는 공항 인근에 위치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 ‘RUBIK’홀에서 관광 설명회가 개최됐다. 2022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항저우가 위치한 저장성에 다녀오는 관광상품이었던 만큼 관련 정보 전달과 저장성 관광자원 및 정보가 제공됐다. 관광센터 측은 “추후에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졌을 때 저장성을 찾을 수 있는 잠재 관광객들에게 도움이 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무착륙 비행 내년 6월까지 연장…"대체 관광상품 뛰어넘어" 분석도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1월 말까지 무착륙 관광비행은 총 263편이 운항됐고, 이용객은 2만7622명이었다. 지난해 12월 12일부터 올해 10월 말까지 무착륙 관광비행 이용객들은 총 391억원의 면세품을 구입했고, 1인당 평균 148만원을 면세품 구매에 썼다. 무착륙 비행 1회당 이용객은 약 105명으로 집계됐다.
관세청 관계자는 “12월 수치는 아직 집계 전이지만 연말을 맞아 수요가 늘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막힌 하늘길에 답답함을 느끼던 관광객들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벤트로 면세쇼핑도 할 수 있고 해외여행 가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무착륙 관광비행 상품을 많이 이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무착륙 관광비행이 단순히 코로나19 상황에 등장한 대체 관광상품이 아니라 미래에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고 보는 의견도 나온다. 코로나19가 끝나도 각종 항공 실습 프로그램으로 활용되거나 수학여행 또는 견학 커리큘럼으로 무착륙 관광비행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5월 에어부산은 부산에 위치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무착륙 학습 비행을 시행한 바 있다.
한편 정부는 20일 발표한 ‘2022 경제정책방향’에서 무착륙 관광비행을 내년 6월까지로 연장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항공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국제선 무착륙 관광비행을 1년간 허용하기로 했던 바 있다. 무착륙 관광비행은 2020년 12월 12일 인천공항에서 시작해 지난 5월부터는 김포·김해·대구공항 등 지방공항으로 확대 시행하고 있다.
정진철 저장성관광마케팅센터 부센터장은 “이번 무착륙 관광비행 및 설명회를 통해 코로나로 침체된 중국관광 마케팅을 재활성화하고 위드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한국 현지 관광객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며 “코로나 이후 저장성 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채영기자kim.chae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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