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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주문 이미 끝났다"…차량용반도체 수급난, 끝날 기미 안보여

완성차업계, 반도체기업과 손잡으며 생존전략 모색
한국자동차연구원 "단기 주문 방식에서 장기간 수요예측으로 공급망 관리해야"

 
기아 광주 2공장 생산라인 모습.[사진 기아]
 올 초부터 이어진 차량용반도체 품귀현상이 내년에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내 완성차 기업들이 선주문한 2022년 차량용 반도체 주문량은 이미 내년 반도체 생산능력을 뛰어넘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반도체 제조사들은 이미 2023년 주문을 접수 중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지난 2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사들은 2022년 차량용 반도체 생산능력 대비 약 20~30%가 초과 예약됐다. 
 
반도체 병목현상은 올 초보다 더 심해졌다. 주문 후 평균 납품 기간(리드타임)은 올해 1월 기준 22.9주에서 11월 23.3주로 늘어났다. 특히 전력을 통제하는 전력관리반도체(PMIC)와 차량에 탑재된 IT 기기 각 부분에 입력되는 전기 신호를 제어하는 마이크로컨트롤러(MCU)의 공급난이 심각하다. 
 
국내 1차 이하 협력사와 거래하는 반도체 대리점들은 1년 6개월 이후 인도 물량을 주문받는 상황이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완성차업체의 생산차질과 수출 타격으로 이어지자 완성차 업체들은 생존전략을 새로 짜고 있다. 지난 27일 6대기업 총수들과 만난 문재인 대통령은 정의선 현대차 회장에게 “차량용 반도체에서 삼성과 현대차가 더 긴밀하게 협력하면 좋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지난 5월부터 차량용 반도체와 관련해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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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업계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에 맡기던 반도체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거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GM은 NXP·퀄컴·TSMC 등 반도체 회사와 손잡을 예정이다. 포드는 세계 3위 파운드리 기업인 글로벌파운드리와 전략적 협력으로 기술 수직통합을 계획 중이다. 현대차·도요타·테슬라·폭스바겐 등 다수 완성차 기업은 반도체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다.
 
소수의 고성능 반도체를 중심으로 통합·집중하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역할이 분산된 반도체를 하나로 통합해 반도체수를 줄여 생산을 효율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테슬라·폭스바겐·닛산 등은 소프트웨어 재설계를 통해 다양한 차종에 적용할 수 있는 범용반도체를 개발해 공급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다. GM은 현재 사용 중인 반도체를 3개 제품군으로 통합해 다양성을 95% 줄일 계획이다. 스텔란티스는 폭스콘과 새로운 반도체 제품군 4종을 개발해 칩 수요의 80%를 대체할 예정이다. 
 
완성차업계의 반도체 공급망 관리 체계 역시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재고를 최소화해 비용을 축소하던 JIT(Just-in-Time) 방식을 선호했다면 반도체 수급난 이후 핵심 부품을 직접 관리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한국 완성차 기업들도 종전의 단기 주문 방식에서 장기간 수요예측·생산계획과 연계한 부품 수요를 하위 협력사에 순차 전달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해외 주요 기업은 1년 단위 주문 후 매 6개월마다 주문량 예측 및 수개월치의 확정 주문량을 판매자에게 제공하지만 국내 기업은 단기(3개월 내외) 물량을 구매 주문하는 관행이 지속됐다는 지적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이후 생태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전망된다”며 “장기간 수요예측을 협력사와 공유해 반도체 공급 흐름을 원활화하는 등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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