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기업 변화 먼저” 손경식 “정부 역할 우선”…각기 다른 경제단체 수장 신년사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기업부터 새 역할 자각해야”
손경식 경총 회장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해 달라”
운신 폭넓은 손 회장, 입법 등 정부 역할 강하게 요청해
임인년 새해를 앞두고 경제단체의 수장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신년사를 내놨다.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를 이끄는 두 사람은 “한국 경제가 비호(飛虎)처럼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며 같은 소망을 빌었다.
하지만 경제 도약의 방법론에서는 접근 방식에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최 회장이 기업 스스로 능동적인 변화 속 정부의 지원을 주문한 반면, 손 회장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했다.
崔 “기업, 지구적 과제 해결 방향에 부합해야”
이를 위해 그는 “기업부터 새로운 역할을 자각하고 실천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윤과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이 사업보국이라 여겼던 과거에서 벗어나 저출산, 기후변화와 같은 지구적 과제 속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드는 것이 기업의 새로운 역할이라는 의미다. 그러면서 “기업이 새로운 역할에 관심을 갖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 메커니즘’이 잘 갖춰지길 바란다”라고도 했다.
최 회장은 다만 ‘동기부여 메커니즘’ 조성에 단서를 달았다. 그는 “국가가 큰 틀에서 기업 성과에 플러스 되도록 동기부여 메커니즘을 잘 만들면 기업은 국가적 과제를 내부화하고, 활용 가능한 모든 툴을 동원해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정부의 지원을 주문한 셈이다.
최 회장은 ‘민관 파트너십’ 강화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 방식은 과거와는 달라야 한다고 점을 밝혔다. 정부가 앞장서고 기업이 따라가는 형태가 아니라 기업이 고민과 해법을 제안하고 정부가 도와주는 방식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기업이 정부가 제안하는 사안에 대해서도 더 몰입해 참여하고 진정한 민관 협력 풍토가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최 회장의 전망이다.
孫 “규제 철폐, 제도 개선 절실해”
손 회장은 먼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같은 요인으로 우리 경제의 위기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며 “우리 기업을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이 녹록지 않다”고 우려했다.
손 회장은 특히 국내 기업 환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밝혔다. 그는 “당장 1월부터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있고, 정치권에서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해고자·실업자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개정 노조법과 획일적인 주52시간제 시행 등 국내 정책환경이 다른 경쟁국들에 비해 기업에 큰 부담을 주는 방향으로 이뤄지면서 기업들의 심리도 매우 위축돼 있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해서 규제개혁을 첫손에 꼽았다. 기업들이 끊임없이 혁신하고 도전할 수 있도록 규제의 패러다임을 기존 원칙적 금지인 ‘포지티브 규제’에서 원칙적 허용의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행정 지원과 입법 마련을 통한 과감한 규제혁신에 나서달라는 것이 손 회장의 주문이다.
손 회장은 법인세 인하, 상속세 부담 완화와 같은 조세환경 개선도 요구했다. 동시에 경영에 걸림돌이 되는 소유·지배구조에 대한 지나친 상법, 공정거래법 규제 역시 완화돼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손 회장은 경영활동에서 발생하는 모든 책임을 기업인에게 묻는 과도한 형사처벌 규정도 손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오는 1월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서는 상당한 우려를 표했다. 법률 규정이 불명확하고 모호함에도 경영자에게 높은 형벌을 부과하게 돼 있어 기업의 사법리스크가 증가하고 대응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기업의 책임 규정을 명확히 해 과도한 형사처벌 규정을 완화하는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 그는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노동법 개정, 노동시장 유연성을 위한 경직적인 규제 완화 등도 요청했다.
두 경제단체 수장의 신년사는 미묘한 온도 차이가 있다. 최 회장이 기업의 변화 속 정부의 지원을 강조한 반면 손 회장은 신년사 대부분을 입법 요청과 제도 개선에 할애했다. 이 같은 차이는 두 회장의 현재 상황과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다. 최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고, 손 회장은 2선으로 물러나 있기 때문이다. 운신의 폭이 좀 더 넓은 손 회장이 더욱 적극적으로 재계의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다는 분석이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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