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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兆 대어’ 현대엔지니어링, IPO 흥행이 쉽지 않은 이유 3가지

25~26일 기관 수요예측, 예상 시총 최대 6조원
정의선·정몽구 등 구주매출 비중 75% 달해
HDC현산 붕괴사고로 건설주 투심 얼어붙어

 
 
현대엔지니어링이 25~26일 양일간 상장을 위한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사진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우즈베키스탄 GTL(Gas-to-Liquid) 플랜트 야경. [사진 현대엔지니어링]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이 기업공개(IPO) 흥행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현대자동차그룹 건설사인 현대엔지니어링 IPO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IPO 흥행 여부는 미지수다. 본래 건설업 자체가 IPO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산업인데다 최근 국내 증시 상황마저 좋지 않아서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아파트 공사현장 붕괴 사고 여파로 건설주 투자심리가 악화한 점도 현대엔지니어링의 IPO 흥행을 가로막는 요소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월 상장을 앞둔 현대엔지니어링의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이 25일부터 양일간 진행된다. 수요예측에선 상장을 앞둔 기업의 주식을 어떤 가격에, 얼마나 매입하고 싶은지 기관들이 의중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공모주 청약을 위한 최종 공모가가 확정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제시한 희망 공모가 범위는 5만7900~7만5700원이다.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4조6300억~6조5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삼성엔지니어링(약 4조2000억원)과 GS건설(약 3조3000억원) 등 경쟁사는 물론 모회사이자 코스피 건설 대장주인 현대건설의 시총(약 4조4900억원)마저 훌쩍 웃도는 규모다.
 
이에 투자자들은 역대급 IPO 기록을 쓴 LG에너지솔루션을 이을 ‘조(兆) 단위 대어급 공모주’로 현대엔지니어링을 주목하고 있다. 장외시장에서 평가받는 몸값은 이미 공모가 기준 예상 시총(6조500억원)을 넘어섰다. 이날 장외주식거래 플랫폼 ‘서울거래 비상장’에서 현대엔지니어링 주식은 9만9500원에 거래됐다. 이를 기준으로 한 예상 기업가치는 7조5573억원이다.  
 

IPO 시장에서 건설업종 주목도 낮아

다만 현대엔지니어링의 IPO 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낙관적이지 않은 첫 번째 이유는 건설업을 영위하는 현대엔지니어링은 ‘성장주’가 아닌 ‘가치주’에 가깝다는 점이다. 가치주는 기업가치 대비 주가가 저평가된 기업으로, 큰 폭의 등락 없이 안정적인 주가 흐름을 이어가는 사례가 많다. 때문에 그간 IPO 시장서 건설사는 주목도가 크지 않은 종목에 속했다. 실제로 호반건설과 롯데건설 등 여러 대형 건설사가 과거 IPO 절차에 돌입했다가 시장 상황 악화와 적정 기업가치 산정 실패 등을 이유로 중단한 바 있다.
 
그간 IPO 흥행했던 기업들은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카카오페이 등으로 기업 대부분은 바이오나 정보기술(IT), 친환경 에너지 등 실적 성장과 함께 큰 폭의 주가 상승이 기대되는 ‘성장주’였다.
 
두 번째는 최근 국내 증시를 둘러싼 투자심리가 악화되고 있어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 강화 움직임으로 뉴욕 증시에 한파가 불어 닥치자 코스피도 연일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71.61포인트(2.56%) 내린 2720.39에 마감했다. 올 들어 지수 하락폭은 268.38포인트(8.98%)에 달한다.  
 
여기에 건설주에 대한 투심은 지난 11일 발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공사 현장 붕괴 사고 이후 얼어붙었다. 해당 아파트는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이 시공을 맡았는데, 이번 사고로 현재까지 1명이 사망했고 5명이 실종 상태에 있다. HDC현산 주가는 사고 발생 당일부터 8거래일 연속 후퇴했다. 이날 종가는 1만4750원으로 사고 당일 종가(2만5750원) 대비 42.7% 하락했다. 같은 기간 현대건설과 GS건설 주가도 9.93%, 10.9% 각각 빠졌다.
 

구주매출 비중 높을수록 주가에 악재 

마지막으로 IPO 악재로 꼽히는 높은 구주매출 비중도 높은 편이다. 구주매출은 기업 상장 시 공모 과정에서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매물로 내놓는 것이다. 이 경우 공모로 조달한 투자금이 신규 사업에 쓰이지 않고 기존 주주의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통상 공모주 투자 매력을 반감시킨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이번 IPO 과정에서 공모하는 주식 물량은 1600만주다. 이 중 75%인 1200만주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한 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이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공모를 통해 534만1962주를 처분, 3093억~4044억원을 확보할 전망”이라며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도 142만936주를 처분해 823억~1076억원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블루수소·폐기물 소각과 매립장 운영 등 친환경 에너지 신사업 진출로 기업 성장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지만, 높은 구주매출 비중은 현재 진행 중인 기관 수요예측에 부정적 영향을 줄 만한 요소다. 실제로 지난해 상장한 국내 최대 중고차 매매 플랫폼 업체 케이카는 구주매출 비중이 91%로 높아 기관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했다. 그 여파로 최종 공모가는 희망 범위 하단보다 27% 낮게 결정됐다. 또 구주매출 비중이 80%에 달했던 명품 핸드백 제조업체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은 기관 수요예측서 부진한 평가를 받아 상장을 철회했다.  

강민혜 기자 kang.mi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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