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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유가에 원자재까지 급등...제품 가격 인상에 물가도 들썩

서부텍사스산원유, 2014년 이후 최고치 기록
국제 원자재지수, 지난해 초보다 50% 이상 상승
철강업계 인상 예고에 자동차 가격도 뛰나

 
 
지난달 25일 부산항 감만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해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무력 충돌 가능성에 유가는 배럴당 120달러 전망까지 나오고 있고, 제조업의 시작인 철강을 비롯해 알루미늄, 니켈 등 원자재 가격도 동시다발적으로 상승하는 모양새다. 해운 운임 역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5000대의 고공행진을 펼치면서 기업 채산성 악화로 소비자 물가까지 오를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증산 합의에도 90달러 넘보는 유가…120달러 전망도  

실물 경제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제유가는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2일(미 동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0.06달러(0.07%) 오른 배럴당 88.26달러에 거래돼 90달러 선에 근접했다. 이는 지난 2014년 10월 이후 약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해 55% 상승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배럴당 12.4달러(17.2%) 급등, 2020년 5월 이후 월간 최대 상승 폭을 나타냈다.  
 
지난 2일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4월물 선물도 장중 한때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 OPEC 주요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내달 하루 40만 배럴 증산에 합의했음에도 유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문제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생산 차질 우려가 더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JP모건체이스의 세계 원자재 리서치 책임자인 나타샤 커니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이 확실히 커졌다면서 긴장이 격화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 정도까지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철광석 가격 폭등에 철강 가격 인상…車 가격도 오르나  

원자재 가격 역시 1년 전과 비교해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국제 원자재 가격의 전반적 흐름을 보여주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원자재지수는 지난 27일 기준 지난해 초 대비 51% 상승했다. S&P 원자재지수는 지난달 27일 616.74에서 지난 2일 630.89를 기록하며 더 뛰어올랐다. 
 
제조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철강 가격도 지난해 초 톤(t)당 42만원에서 올해 들어 65만5000원까지 올랐다. 철광석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11월 톤당 89.83달러까지 떨어졌던 철광석 가격은 현재는 120~13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들은 조선업계와 완성차업계에 일제히 가격 인상 방침을 밝혔다.  
 
현대제철 공장에서 철강을 생산하는 모습. [사진 현대제철]
 
특히 철강업계는 지난해 인상 폭이 크지 않았던 자동차 강판 가격에 대해서는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8일 ‘2021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포스코는 “지난해 자동차 강판 가격을 인상하긴 했지만 인상 폭이 원가나 시황 상승분에 비해 낮았다”며 “올해는 지난해 미진한 부분을 다 반영해 가격을 인상하려고 협상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지난해 자동차강판 가격을 상반기에 톤당 5만원, 하반기에 톤당 12만원 등 톤당 17만원 인상한 바 있다.  
 
완성차업계는 이런 철강업계의 방침에 강력히 반발하는 모습이다. 지난해부터 차량용 반도체 수급 위기로 자동차 생산 차질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동차강판 가격까지 인상될 경우 업황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내놓는 상황이다.  
 

제조사 이미 20%대 가격 올려…인상 폭 더 늘어날 수도  

제조업체의 상황도 비슷하다. 높아진 해운 운임에 철강은 물론 제품에 들어가는 금속 가격의 상승 등은 이미 제품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글로벌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8일 5010.36을 기록했다. 지난 7일 역대 최고 수준인 5109.6보다는 다소 떨어졌지만 5000대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SCFI는 지난해 7월 4000을 넘은 뒤 계속 상승 중이다.  
 
해상 물류망을 주로 이용하는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 대형 가전·전자 제품 제조사 입장에서는 급등한 해상 운임이 고스란히 비용 부담으로 작용한다. 결국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 시내 TV 매장 모습. [연합뉴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지난해 3분기 TV의 평균 판매가격은 각각 29%, 22.25% 상승했다. 삼성전자 측은 주요 원재료인 TV·모니터용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이 전년(2020년) 대비 약 68% 상승을, LG전자는 생활가전 제품의 주요 원재료인 철강 가격이 24.6% 증가했다는 이유를 댔다.  
 
물류비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실적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인 21조89억원을 달성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1% 하락한 6816억원을 기록해 시장 전망치를 하회했다.
 
이에 대해 이종욱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급격히 상승한 물류비와 철강·반도체 등 원재료비 증가에 원인이 있다”며 “물류비와 원재료 비용 문제가 최소한 올해 상반기까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물가상승 압력 불가피…안정적 공급망 확보해야”

이 같은 흐름에 대해 전경련은 글로벌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국내 물가 상승이 수출단가 인상으로 이어져 한국경제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기업 채산성 악화로 이어지고,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소비자 가격 인상도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경련의 설명이다.
 
[자료 전국경제인연합회]
 
실제로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은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거시경제와 기업 채산성에 상당한 부담을 미쳤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경연 분석 결과 원재료 수입 물가가 1% 오르면 생산자 물가 상승률은 0.134%포인트 높아졌다. 즉, 지난해 42.3% 오른 원재료 수입 물가가 생산자 물가를 5.7%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었다는 게 한경연의 주장이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우리나라는 원유, 비철금속 등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아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국내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핵심 원자재 공급망 안정적 확보, 관세 인하, 국제물류 지원 등으로 수입 물가 상승압력을 최대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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