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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 약화냐, 통합 시너지냐’...양대 항공사 통합에 쏠린 눈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승인 파장과 전망①] “알짜 노선 반납” vs “영향 미미”
화물 사업 호조에 경쟁 여력 ‘충분’…“아시아나 정상화 부담” 지적도

 
 
인천국제공항에 계류중인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연합뉴스]
 
알짜 노선 반납에 따른 경쟁력 약화일까, 규모의 경제 실현 기반의 통합 시너지일까.  
 
공정거래위원회가 향후 10년간 국제선 26개 노선, 국내선 14개 노선 등의 슬롯과 운수권을 반납하는 조건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을 승인한 것에 대한 긍정과 부정 평가가 뒤섞이고 있다. 
 
한편에선 “알짜 노선에 대한 외항사 진입 장벽을 낮춰 국적 항공사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다른 한편에선 “해당 노선에 대한 외항사 진출 가능성이 낮아 실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슬롯은 공항이 항공사에 배정하는 항공기 출발‧도착 시간을 말하며, 운수권은 특정 국가에 취항하기 위해 필요한 권리를 말한다.  
 

공정위 ‘깐깐한 조건’에도 대한항공 웃을까  

항공업계와 항공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공정위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과 관련해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조치는 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적 항공사임에도 깐깐한 잣대로 심사했단 평가다. 공정위는 양대 국적 항공사 통합 후 노선 점유율이 50%를 넘으면 경쟁 제한성이 있다고 판단, 미주·유럽·동남아·중국 등 국제선 26개 노선, 제주 등 국내선 14개 노선에 대한 슬롯‧운수권을 이전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기업 결합일(주식 취득 완료일)로부터 10년간 경쟁 제한성이 있는 노선에 신규 항공사가 진입하면, 슬롯이나 운수권을 내줘야 한다. 통합 항공사가 한 노선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50% 이하로 줄어들 때까지 슬롯‧운수권이 재분배되는 방식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중에 한 항공사의 노선 점유율이 50% 이상인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여기에 공정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항공 시장 불확실성을 감안해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행태적인 조치도 내렸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사 입장에선 단기간 내에 경쟁 제한 우려 노선에 진입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전까지 통합 항공사의 항공 운임 인상을 제한하고, 좌석 공급 축소를 금지하는 조치 등을 유지한다.  
 
항공업계에선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으로 통합 항공사의 노선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통합 항공사의 점유율이 높은 장거리 노선의 경우 한국인 여객 수요가 대부분이라 실제 외항사들이 해당 노선에 진입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지만, 환승 여객 수요 등을 감안하면 외항사 진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며 “항공사 입장에선 확보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선 점유율을 유지하는 것이 경쟁력이기 때문에, 이번 공정위 조치로 통합 항공사의 노선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쟁력 약화 우려와 대조적으로, 공정위의 이번 조치가 실제 통합 항공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도 많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달 23일 보고서에서 “대한항공의 핵심 역량인 미주 본토와 서유럽 노선들은 국적 저비용항공사(LCC) 취항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대신증권 역시 같은 날 보고서에서 “미주와 유럽 노선의 경우 국적 LCC들의 진출이 허용되겠지만, 코로나19로 재무‧영업적 타격이 컸던 LCC 입장에선 장거리 노선 취항을 위한 투자 여력은 극히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현실적으로 국적 LCC들의 장거리 노선 취항이 쉽지 않은 데다, 한국인 여객 수요가 전체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들 노선에서 외항사들이 적극적으로 슬롯을 확보할 가능성도 낮다는 것이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경영학)는 “이번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으로 통합 항공사의 일부 노선 경쟁력은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전 세계 항공사의 상당수가 코로나19로 기초 체력이 약화됐다는 점, 국적 LCC의 경우 코로나19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는 점 등 현재 국내외 항공 시장을 둘러싼 상황을 감안하면, 실제 외항사나 국적 LCC들이 통합 항공사 노선에 진출하려면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대한항공이 이번 공정위 결정을 받아들인 것은 외항사나 국적 LCC들과의 경쟁에 자신이 있다는 판단인 것으로 읽힌다”며 “코로나19에도 화물 사업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해왔기 때문에, 다른 항공사와의 경쟁에서 버틸 수 있는 여력도 충분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물론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정상화를 위한 대규모 자금 투입으로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EU 문턱 넘을 수 있을까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으로 미국·영국·호주·유럽연합(EU)·일본·중국 등 6개 국가의 기업 결합 문턱을 넘으면 양대 국적 항공사 통합도 마무리 수순을 밟는다. 이들 국가 중에 EU의 기업 결합 심사 통과 여부가 관건이란 지적이다. 
 
EU는 지난해 캐나다 1위 항공사인 에어캐나다와 3위인 에어트랜샛의 기업 결합과 스페인 1위 항공그룹인 IAG와 스페인의 3위 항공사 에어유로파의 기업 결합에서 강도 높은 경쟁 제한 시정 조치를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이들 항공사는 기업 결합을 포기했다. 그만큼 EU의 기업 결합 심사 문턱이 높은 것으로 인식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EU의 기업 결합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공정위의 깐깐한 기업 결합 심사에 EU의 심사 문턱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있지만, 반대로 자국 항공사에 대한 면밀한 기업 결합 심사가 EU 경쟁 당국의 결합 승인을 이끌어 낼 것이란 전망도 있다. 
 
황용식 교수는 “공정위의 이번 조건부 승인을 보면, 경쟁 제한 우려 노선에 대한 구조적 조치뿐만 아니라, 항공 운임 제한 등 행태적 조치 등 사실상 양대 항공사 통합에 따른 독과점 우려를 불식시켰다”며 “EU 경쟁당국이 수긍할 정도로 강도 높은 조건을 내건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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