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용료, 넷플릭스 숨통 조인다…SK브로드밴드와 법정싸움 ‘2차전’
항소심 1차 변론기일 오는 16일 열려…SK브로드밴드 승산 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오는 16일 망 사용료를 둘러싼 두 번째 법정 공방을 시작한다. 이번 소송은 법원이 앞서 1심에서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주자, 넷플릭스가 이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4년째 망 사용료를 가운데 두고 갈등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때문에 막대한 인터넷 망 증설 비용을 부담했다며, 지난 2018년부터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넷플릭스는 이런 주장에 반발해 2020년 4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망 사용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의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1심 패소했다.
이번에 진행되는 항소심 또한 넷플릭스가 지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며 시작된 것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7월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고, 이어 11월 항소이유서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소이유서에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어떤 형태로 채무를 지불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판단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넷플릭스는 현재 데이터 트래픽을 줄여주는 자체 기술을 가지고 있다. 금전으로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대신, 이 기술로 망 사용료를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수년간 법정 싸움을 벌이며 망 사용료를 부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항소심에서도 넷플릭스가 패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콘텐트 사업자(CP)가 망 사용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어서다. 전 세계 수백개 통신사업자를 회원사로 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최근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 MWC 2022를 열고, 글로벌 CP가 망 사용료를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수년간 이어지며 디지털 콘텐트 이용자가 늘고, 메타버스·암호화폐 등 많은 트래픽을 요구하는 서비스가 성장하고 있는 탓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체 무선통신 트래픽은 84만2772TB로, 2년 전(59만5310TB)보다 41.6% 늘었다. 통신사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트래픽이 점점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GSMA에는 SK브로드밴드와 달리 넷플릭스에 직접 망 사용료를 요구하지 않았던 KT와 LG유플러스도 회원사로 가입해 있다. 두 기업이 넷플릭스에 망 사용료를 요구하게 되면 넷플릭스에도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KT와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와 콘텐트 제휴를 맺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대립각을 세우기 어려웠다”면서 “최근에는 글로벌 CP가 망 투자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 변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선모은 기자 seon.m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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