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써보니] 2주간 임시 보호한 노트북, 분양 결심하다
비즈니스용 노트북 ‘레노버 요가 슬림7 카본’
무게 1.1㎏, 두께 14.9㎜에도 두터운 ‘키 감’
‘1초당 90장면 노출’ 현실감 나는 영상 구현
31년간 네 개의 노트북을 썼다. 대부분 휴대성을 포기한 것들이었다. 주머니 사정이 문제였다. 비좁은 화면을 들여다보느라 목은 굽고, 벽돌 같은 무게를 견디느라 어깨는 말려들었다. 지난해 헬스클럽에서 만난 트레이너는 하루 지나면 제자리로 돌아가는 기자의 거북목에 몇 개월간 한숨을 쉬었다.
무게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도 있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준비를 할 무렵 인터넷 강의를 들어야 한다며 처음으로 개인 노트북을 가졌다. 그런데 들고 다니기 무거워 책상 서랍에 두고 갈 때가 많았다. 장난기 도진 친구가 주인이 없는 사이 노트북을 뒤지다가 비밀 동영상 폴더를 발견했다.
그 친구는 졸업할 때까지 어떤 새 이름이었던 폴더명을 속삭이며 기자에게 군것질거리를 뜯어갔다. 슬프게도 그 친구와 같은 대학을 갔다.
2017년 입사 이후 지금까진 회사에서 준 노트북을 써왔다. S사에서 입사 당시 만든 제품이었다. 무게는 860g으로 무척 가볍지만, 화면 크기가 13.3인치(33.7㎝)로 크지 않았다. 워드 프로그램을 쓸 때 글씨 크기를 12포인트로 키운 것도 이 제품을 쓰고 나서다. 또 글씨가 용량이 작은 사진처럼 흐릿했다. 무게를 줄이려고 디스플레이 성능을 포기한 듯했다.
레노버 노트북을 만난 건 이달 초다. 사측에서 지난 1월 나온 신제품 ‘요가 슬림 7 카본(Yoga Slim 7 Carbon, 이하 요가)’를 보내며 체험을 권했다. 2주간 쓰고 반납한 노트북은 중고가격에 다른 도매상에 넘어가는 듯했다. 아이티 기자와 크리에이터들이 매번 새로운 제품을 써볼 수 있는 것도 이런 루트가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2주간 임시 보호하는 셈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쓰던 제품을 보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1.1㎏으로 가벼운 데다 화면은 널찍하고 선명했다. 최근 나오기 시작한 4K 고해상도 영상도 보는 데 문제없었다. 덕분에 낮에는 직장 동료로, 밤에는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 신작을 함께 즐기는 친구처럼 지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14인치 노트북’
사양도 비교하기 어렵다. 제품에는 AMD의 모바일 프로세서(CPU)인 ‘AMD 라이젠7 5000U’ 시리즈를 탑재했다. 모델에 따라 5600U와 5800U를 선택할 수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도 모델에 따라 엔비디아의 ‘지포스 MX450’을 쓸 수 있다. 메모리는 16㎇ 램을 쓴다. 저장장치(SSD) 용량은 최대 1TB다. 체험한 제품은 라이젠7 5800U 등 최고 사양을 갖췄다.
높은 사양 덕에 부팅은 물론, 작업 중 로딩이 걸리는 경우가 없었다. 컴퓨터가 멈춰 작업 내용을 모두 잃어본 직장인에겐 중요한 장점이다.
내구성도 눈에 띈다. 미국 국방부 군사 규격인 ‘밀스펙(MIL-STD 810H)’ 인증을 받았다. 전쟁터처럼 거친 환경에서 사용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내구성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탄소섬유와 마그네슘 합금으로 만들어서다. 실제 노트북 상판과 하판을 각각 구부려봤지만, 제품 변형이 거의 없었다. 특히 디스플레이가 있는 상판에 강한 하중을 줘봤지만, 깨지지 않았다.
집으로 들고 가 여가용으로 쓰는 데도 무리가 없었다. 요가북은 14인치 화면에 16:10 비율 QHD+ 해상도를 갖췄다. 또 화면 주사율은 최대 90㎐까지 지원한다. 1초에 한 장면이 들어가면 1㎐다. 들어가는 장면 수가 많을수록 눈으로 현실 세계를 보듯이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영상을 볼 수 있다. 부드러운 움직임을 원할 때는 90㎐를, 배터리를 아끼려면 60㎐를 사용하면 된다.
색감이 뚜렷한 건 돌비의 ‘돌비 비전(Dolby Vision)’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돌비 비전은 색상과 명암을 풍부하게 표현하는 기술인 HDR의 규격 중 하나다. 넷플릭스처럼 돌비 비전을 지원하는 OTT에서 콘텐트를 볼 때 특히 빛을 발한다. 또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 사운드를 지원하는 스테레오 스피커를 키보드 양옆에 장착해 풍부한 음향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슬림형 노트북답지 않게 ‘쫀쫀한’ 키감
요가북 키보드는 모양새만 보면 옛 전자사전 키보드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사용감은 이전에 쓰던 제품과 비교해도 상당히 괜찮다.
또 사무실 밖에서 쓰려면 배터리 용량이 중요하다. 61WHr 리튬 이온 폴리머 배터리를 썼는데, 제조사 설명에 따르면 최대 14.5시간 충전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동봉된 65W 어댑터를 쓰면 15분 충전으로 3시간 사용 가능한 수준의 고속 충전이 가능하다. 실제 배터리 성능 때문에 사실상 데스크톱으로 전락한 기존 노트북과 비교하면 충전 필요를 거의 느끼지 못했다.
다만 충전과 외부입력 단자 모두 USB C타입으로만 이뤄져 불편함을 느끼게 했다. 그중에서도 왼쪽에 있는 두 개 단자는 데이터 전송과 더불어 디스플레이 연결, 충전을 겸하지만, 오른쪽에 있는 단자론 데이터 전송만 된다. 다른 타입의 USB 포트를 쓰던 사용자는 별도의 연결기기를 사야 한다.
절대적으로 보면 가격이 싸진 않다. 라이젠 5 5600U와 512GB SSD를 탑재한 기본 모델 기준으로 약 149만원에 판매된다. 그러나 비슷한 사양을 지닌 다른 브랜드 제품은 많게는 200만원을 넘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보면 레노버의 정체성인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놓지 않은 셈이다. 비즈니스용 전천후 노트북을 원하는 사용자라면 기대치를 채워줄 만하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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