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영향력 가진 그들, 미디어를 넘어 플랫폼이 되게 놔 두어도 될까?
[한세희 테크&라이프]
트위터 인수 의사 공식화…지분 100% 매입 이후 상장폐지 계획
탈중앙화된 오픈소스 알고리즘 기반 소셜미디어에 관심 있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트위터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트위터를 즐기고 잘 활용하는 대표적 셀럽 중 한 명으로 그가 날리는 트윗 하나 하나는 모두 언론과 대중의 비상한 관심을 받는다. 테슬라는 아예 홍보팀을 없애고 그의 트윗에만 의존해도 충분히 언론 노출과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정도다.
그를 단지 트위터 파워 이용자나 초특급 인플루언서로 규정할 단계는 진작 지났다. 그는 마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처럼 트위터에서 자라나 스스로 미디어가 되었다. 그리고 그는 거기서 한단계 더 나아가려 한다. 플랫폼 위의 미디어를 넘어 스스로 플랫폼의 규칙을 정하는 위치를 노린다.
트위터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머스크의 오락가락 행보
그는 처음에는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수동적 투자자’로 신고했으나, 곧 경영에 참여하는 ‘적극적 투자자’로 변경 신고했다. 트위터 이사회 멤버로 참여한다고 발표했으나, 몇일 안 가 철회했다. 그러면서도 트위터의 변화 방향과 새 기능 도입 등에 대해 트위터로 끊임없이 의견을 던졌다.
트위터 지분 매입이 알려지기 전인 3월 말, 그는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당신은 트위터가 이 원칙에 충실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투표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이후 그는 많은 팔로워를 거느렸으나 활동은 거의 없는 유명인 계정들을 거론하며 “트위터는 죽어가는가?”라고 묻기도 하고, 트위터 유료 구독 서비스 ‘트위터 블루’ 가격을 월 2달러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위터에 ‘수정’ 기능이 있어야 할지 묻다가, 재택 근무로 비어 있는 트위터의 샌프란시스코 본사를 “노숙자 쉼터로 쓸까?”라는 트위터 설문을 하기도 했다.
그는 당장이라도 트위터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처럼 사용자 의견을 구했지만, 사실 트위터는 사외이사가 제품에 대한 제안 등의 활동은 하지 못 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사는 전체 지분의 14.9% 이상을 가질 수 없다는 트위터 규정을 피하기 위해 그가 아예 인수를 시도하리란 예측이 이때 이미 나왔던 이유다.
결국 머스크는 13일 트위터 인수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트위터 지분 100%를 주당 54.2달러에 매입하고, 회사는 상장폐지한다는 제안이다.
소셜미디어 바꾸고 싶어하는 머스크
그는 트위터 인수 제안을 발표한 후 다른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는 트위터 인수가 “돈이 아니라 문명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며 “신뢰도 높고 포용적인 공공 플랫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트위터에 ‘수정’ 기능을 도입하고, 알고리즘을 오픈소스로 공개해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말도 했다.
머스크가 현재의 소셜미디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트위터가 표현의 자유 원칙에 충실하다고 보는가?”라는 설문 트윗을 올린 다음날 그는 “새로운 소셜미디어 구축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라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그는 표현의 자유 문제에 예민하다. 트위터가 콘텐츠 관리 정책을 통해 사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불만을 적극적으로 드러내 왔다. 얼마 전에도 자신의 우주회사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에서 러시아 국영 매체를 차단해 달라는 요청을 거부하며 “절대적 표현의 자유 옹호자라 미안하다”라고 밝혔다.
탈중앙화된 오픈소스 알고리즘 기반의 소셜미디어에도 진작부터 관심을 보였다. ‘도지코인’을 발행하는 등 탈중앙적 성격을 핵심으로 하는 암호화폐에도 관심이 크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면 트위터는 가짜뉴스 확산을 규제하는 현재의 콘텐츠 관리 정책을 완화하고, 보다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하도록 정책을 바꾸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양극화와 확증 편향을 부추기는 소셜미디어의 약점을 억누르려는 노력을 무위로 돌릴 것이라는 우려를 일으킨다. 반면 현재 소셜미디어에 정치적으로 편향된 검열이 만연하다는 불만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알고리즘의 오픈소스 공개 등을 통해 플랫폼이 사용자를 강하게 통제하는 기존 소셜미디어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작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인수가 성사되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현재 트위터는 인수 제안을 그리 반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디어 넘어 플랫폼이 되어가는 개인의 등장
이와 비슷한 사례가 트위터를 통해 미국 대통령까지 오른 도널드 트럼프다. 트럼프 역시 스스로 거대 미디어였고, 그의 행동은 소셜미디어 플랫폼 운영 방침의 변화를 불러왔다. 그 또한 트위터 플랫폼의 작동 방식에 불만을 드러냈고, 운영 방침에 자신의 생각이 반영될 수 있는 새로운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만들고 싶어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그의 회사가 새로 만든 ‘트루스소셜’이다.
차이가 있다면 머스크는 트위터를 살만큼 돈이 있지만, 트럼프는 그렇지 않다는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돈과 영향력이 충분히 있는 사람이 소셜미디어를 확성기로 쓰는 것을 넘어 직접 플랫폼의 규칙에 관여하려는 것이 어떤 의미일지는 현대 사회가 고민할 필요가 있는 주제다.
세계 수억, 수십억 명의 생각을 모아 여론을 만들어내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작동 방식이 한줌의 기업과 창업자, 소수 파워 엘리트의 결정에 놓여 있다. 돈과 영향력, 유머 감각을 모두 넘치도록 가진 몇몇 괴짜들은 이 불안한 상황을 흔들며 벌어지는 모습을 즐기는 듯 보이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소셜미디어의 방향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불만을 가진 사람이 기존 플랫폼을 인수하건 새로 만들건 해서 흐름에 도전하는 시도를 하는 것은 긍정적이라 할 것이다. 트럼프나 이전의 다른 ‘보수’ 플랫폼 구축 시도는 별 성과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머스크라면?
※ 필자는 전자신문 기자와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장을 지냈다. 기술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변해가는 모습을 항상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디지털과학 용어 사전]을 지었고, [네트워크전쟁]을 옮겼다.
한세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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