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 가격 올리는 삼성전자·TSMC…투자자금 확보 속셈?
TSMC에 이어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가격 줄줄이 인상
원재료비 인상 대응 차원…우크라 전쟁, 코로나19 여파
신규 투자여력 확보 포석도…양사 올해 20조원 이상 집행
반도체 가격 오르면 스마트폰, 자동차 등 영향받을 듯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2/3를 차지하고 있는 TSMC와 삼성전자가 줄줄이 반도체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원재료 및 물류비용이 크게 증가한 동시에 수요가 끊이지 않으면서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 데 따른 결과다. 전자·IT 제품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반도체 가격이 올라가면서 제품 가격 역시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위탁 생산 가격 20% 인상…TSMC는 2년 연속 올릴 듯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부터 가격 인상을 암시해왔다. 지난해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당시 서병훈 경영지원실 IR 팀장 부사장은 “미래의 투자 기반 마련을 위한 공급가격 현실화를 통해 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입장은 올해 실적발표에서도 꾸준히 언급해왔다.
이미 지난해 8월 10년 만에 가장 큰 폭인 최대 20% 가격 인상을 단행한 대만의 TSMC는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가격을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TSMC는 최근 내년부터 파운드리 가격 인상을 통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상 폭은 최소 6%로 일부 제품의 상승 폭은 7~9%까지 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TSMC의 시장점유율은 53.1%로 압도적인 1위다.
파운드리 업체들의 잇따른 가격 인상은 원재료비와 물류비 인상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생산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 여파로 원재료 및 물류비용이 크게 증가한 상태다. 현재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화학약품, 가스 등 전반적 비용이 평균 20~30%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는 자금 확보, 고객은 제품 가격 인상 부담
업계에서는 대규모 신규 투자에 나선 파운드리 업체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가격 인상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TSMC는 업계 1위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TSMC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공격적으로 집행하고 있다.
실제로 TSMC는 올해 설비 투자에 최대 440억 달러(한화 약 56조4000억원)를 쓸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중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2공장 착공에 돌입한다.
파운드리 가격 인상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스마트폰, 자동차, 게임기 등의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스마트폰을 예로 들면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이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상승 압박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며 “로직 IC가 5~12% 오르면 중급 스마트폰은 6~14%, 저가형 스마트폰은 8~17% 가격 인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격이 더 낮은 제품일수록 생산원가에서 반도체 칩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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