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는 대로 받았는데”…가계 5곳 중 1곳 ‘다중채무’ 시한폭탄
작년 美 주담대 연체율 5%대까지 치솟아
국내 주담대 고정형 금리 상단 연 7% 넘어…연말 8% 전망
9월 코로나 금융지원 종료 후 부실 확대 우려 높아
# 서울에 사는 이모(37)씨는 지난해 말 주식 배당투자를 위해 은행에서 3000만원을 빌렸다. 하지만 주가 하락이 시작되면서 주식 수익률은 마이너스 20%를 넘었다. 이모씨는 “금리가 인상되면서 월 이자도 계속 높아지고, 전세대출도 받았는데 이자만 100만원이 넘었다”며 “원금 손실 두려움과 이자 부담에 잠을 설치기 일쑤”라고 토로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영끌족(대출을 영혼까지 끌어모음)의 빚 상환 부담도 늘고 있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연말에 최고 연 8%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벌이가 적은 자영업자는 대출이 소득의 7배에 달하고 있고, 가계 5곳 중 1곳은 여러 금융사에서 대출을 끌어다 쓴 ‘다중채무자’인 상황에서 대출 시한폭탄 경고등이 켜졌다.
주담대 금리 6개월 만에 2%포인트 올라
은행업계는 연말이면 주담대 고정형 금리 상단이 연 8%를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7월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이후로도 지속해서 금리 인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은의 금리 정책에는 고물가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빠른 긴축 정책이 영향을 주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를 기록하며 2008년 8월 5.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여기에다 미 연준이 6월과 마찬가지로 7월에도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한미 금리 역전이 예상된다. 현재는 연준 기준금리 상단이 한은의 1.75%와 같다. 한은이 물가 상승에 대응하고 한미 금리 역전 차이를 줄이기 위해 지금까지보다 금리를 더 빠르게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대출 규모 및 변동금리 비중 높다
대출 규모 자체도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이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세계 36개 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보면 한국이 104.3%로 1위를 차지했다. 영국(83.9%), 미국(76.1%), 일본(59.7%) 등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다 대출의 변동금리 비중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잔액기준으로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변동금리 비중은 전체의 78.3%, 기업대출은 69.8%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각각 2.2%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신규취급액 기준 변동금리 기준은 가계대출이 같은 달 80.8%, 기업대출이 71.6%를 기록했다.
美 주담대 연체율 작년 4.9%…韓은 금융지원으로 0%대
미국과 달리 한국의 대출 연체율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0.23%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0.07%포인트 하락했다. 4월 말 가계대출 연체율은 0.18%를 기록했고, 기업대출 연체율은 0.28%를 보였다.
은행업계는 9월 금융지원이 종료되고, 대출 금리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미국과 같이 연체율이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가계에서의 다중채무자 비중과 자영업자의 소득 대비 가계대출비율(LTI)이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갈수록 이자 부담에 따른 연체율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가계대출이 있는 가계의 22.1%는 3곳 이상의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로 나타났다. 이 비중이 22%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다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자의 소득 대비 가계대출비율(LTI)은 1분위부터 5분위까지 평균 386.7%로 조사됐다. 벌이가 상대적으로 적은 1분위 자영업자의 LTI는 669.3%로 소득에 비해 부채가 7배에 가까운 것으로 집계됐다. 1분위 자영업자의 LTI는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말에는 628.2%를 기록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는 “단기간에 1~2%포인트 이상의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면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나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며 “전체 부채의 40%를 차지하는 DSR 70% 이상 고위험 차주의 부실화 심화가 금융 안정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우 기자 yw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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