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범 원소주’ 대박에 롯데도 ‘증류 소주’ 맞불…가을 소주대전 ‘활활’
롯데칠성·하이트진로 증류 소주 속속 출시
불매·코로나 뚫고 흑자 전환한 롯데칠성음료
원소주 3탄 맞서 주류·편의점 업계 반격 나서
박재범의 원소주가 쏘아 올린 증류식 소주 시장의 열기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시장 점유율 6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증류 소주를 새롭게 선보이며 1위 굳히기에 들어갔고, 업계 2위인 롯데칠성음료는 처음처럼 신제품을 출시해 점유율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리오프닝에 주류업계 ‘부활’…프리미엄 소주 열풍
롯데칠성음료는 신제품인 ‘처음처럼 새로’를 오는 16일 선보인다고 지난 1일 밝혔다. 2006년 ‘처음처럼’을 출시한 이후 16년 만의 신제품이다. ‘처음처럼 새로’는 기존의 소주 제품과는 달리 과당을 사용하지 않은 ‘제로 슈거’ 소주다. 소주 고유의 맛을 지키기 위해 증류식 소주를 첨가했단 설명이다.
롯데칠성음료는 2019년부터 시작된 일본 불매운동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까지 더해져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 시기 하이트진로는 주력 제품인 참이슬에 진로이즈백을 새롭게 출시하며 가정 시장과 유흥 시장에서 점유율을 독차지하며 공세를 가했다.
긴 침체의 터널을 지나온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은 엔데믹(풍토병화)이 본격화되면서 리오프닝 효과에 힘입어 서서히 회복세를 띄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의 지난 2분기 매출은 지난해보다 15% 증가한 188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96억원으로 흑자로 전환했다. 20·30세대 사이에서 위스키와 와인이 인기를 끌며 호실적을 이끌었단 설명이다. 또 저도주 트렌드에 맞춰 오랜만에 신제품까지 선보이며 반격에 나서고 있다.
소주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초 ‘진로 1924 헤리티지’를 출시해 프리미엄 증류 소주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이트진로는 정식 출시에 앞서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서 팝업스토어를 통해 신제품을 최초 공개했다. 1병당 10만원이라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오픈 첫날부터 많은 소비자가 몰려 준비된 수량이 빠르게 소진돼 하루 판매 수량을 1000개로 제한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증류 소주의 인기를 주도한 것은 가수 박재범의 원소주다. 가수 박재범이 대표로 있는 원스피리츠는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지난 1일 세 번째 시리즈 ‘원소주 클래식’을 공개했다. 앞서 원스피리츠가 지난 2월 첫선을 보인 원소주 오리지널은 1만4900원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품절 대란을 일으키며 ‘소주 오픈런’ 현상까지 몰고 왔다. 이에 힘입어 지난 7월에는 후속 상품 원소주스피릿을 출시했고, 이번에 나온 원소주 클래식은 이달 온라인몰을 통해 판매하기로 했다.
5개월 만에 재개된 원소주 온라인 판매는 첫날부터 준비된 물량인 22도 제품 2000병과 기프트 세트 200세트는 2분 만에 완판되며 여전한 인기를 보였다. 원스피리츠는 앞서 온라인몰 시스템 오류로 기준 수량의 30배가 넘는 6만 병이 초과 주문되는 상황이 벌어지자 배송이 완료될 때까지 온라인몰 운영을 중단해왔다. 온라인 판매 중단 이후 원소주의 후속 제품으로 출시된 원소주 스피릿은 편의점 GS25와 오프라인을 통해 판매됐고, 역시 품귀현상을 빚었다.
편의점도 증류 소주 도전장…시장 규모 700억원 전망
주류업체뿐 아니라 편의점 업계까지 증류식 소주 시장에 뛰어들면서 하반기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GS25가 원소주를 성황리에 판매한 데 힘입어 CU도 프리미엄 소주 판매에 나섰다. CU는 경상남도 창녕군의 전통주 양조장 ‘우포의 아침’에서 제조한 증류식 소주 ‘빛24’를 선보였고, 이달 중에는 셰리 오크통에서 한 달간 숙성한 ‘빛32오크’도 선보일 예정이다.
연예인을 앞세운 소주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CU는 지난 7월 배우 김보성과 손잡고 증류식 소주 ‘의리남’을 선보였고, 전통주 기업 부국상사는 오는 10월 배우 김민종과 함께 만든 증류주를 출시한다. 가수 임창정은 충북 청주의 전통주 제조사와 손잡고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 ‘소주 한 잔’ 출시를 앞두고 있다.
CU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프리미엄 소주 관련 제품군의 전년 대비 매출신장률은 6월 75.1%, 7월 68.9%, 8월 99.4%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주류 예약 구매 서비스인 ‘CU Bar’의 프리미엄 소주 매출도 지난달보다 35.8% 증가했다. 특히 프리미엄 소주를 구매한 연령대 비중은 20대 31.6%, 30대 35.1%로 젊은 층의 비중이 커 당분간 증류식 소주 열풍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홈텐딩’ 트렌드가 확산해 집에서 여러 술을 다양한 레시피로 섞어 마시는 것이 유행”이라며 “이 때문에 프리미엄 소주라 불리는 ‘증류주’를 찾는 젊은 소비자들이 늘어 토끼소주, 원소주 등의 수요가 높다”고 설명했다. 또 “프리미엄 소주 시장 규모가 2019년 400억원에서 올해 7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업체들이 앞다퉈 증류 소주 출시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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