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T모바일 위성 통신 협력이 주는 혜택 [한세희 테크&라이프]
우주에서 내다보는 3차원 통신망 시대 가능 여부 주목
스페이스X-T모바일 위성 통신, 일반 스마트폰에서 사용
초고속 인터넷 사용은 아직 무리
하늘은 더 이상 태양과 달, 별들만의 공간이 아니다. 인공위성들이 우주 공간을 빼곡히 덮은 지 오래다. 민간 기업들이 통신과 데이터 수집, 이미지 촬영 등 상업적 목적을 위해 위성들을 계속해서 쏘아 올리면서 지구 저궤도는 나날이 혼잡해지고 있다.
팰컨9 발사체에 스타링크 통신 위성을 실어 계속 쏘아 올리고 있는 스페이스X는 우주를 혼잡하게 만드는 대표적 회사 중 하나다. 스페이스X의 인터넷 서비스를 위한 스타링크 위성 2800개가 궤도를 돌고 있다.
그리고 이제 우주에 올라 간 위성들이 지상 이동통신의 기지국 역할까지 하는 시대가 조만간 올 듯하다. 우주는 점점 더 인간 상업 활동의 무대로 바뀌어 가고 있다.
스페이스X 일런 머스크 CEO와 미국 2위 통신사 T모바일 마이크 시버트 CEO가 최근 텍사스 남부에 있는 스페이스X 제조 시설 ‘스타베이스’에서 열린 행사에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스타베이스는 스페이스X의 차세대 발사체 스타십 개발 및 제조 시설로, 향후 로켓 발사장으로도 쓰인다.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지상과 우주의 통신망을 연결해 어디서나 끊김 없는 이동통신 서비스를 공동 제공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 기술과 T모바일의 통신망 및 고객 기반이 합쳐지는 것이다. 목표는 이동통신 서비스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다.
휴대폰이 인근 기지국을 찾아 연결을 시도하고, 주변에 기지국이 없다면 하늘에 있는 위성을 찾아 신호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위성이 일종의 가상 기지국 역할을 하는 셈이다. T모바일의 2.5㎓ 대역 주파수를 사용하며, 내년 말 위성을 활용한 문자 메시지 전송 시험 서비스에 나선다. 전 세계를 연결하는 위성 기반 이동통신 서비스는 이미 있지만, 스페이스X와 T모바일은 별도의 장비나 단말 없이 일반 스마트폰에서 무료로 쓸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우리나라처럼 도시 지역에 인구가 집중돼 있고 촘촘히 통신망이 구축된 곳에서는 체감 효과가 약할 것 같지만, 미국처럼 사람이 거의 없는 지역이 광활하게 펼쳐진 곳에선 유용할 수 있다. 폭풍이나 지진 등 자연 재난으로 통신망이 망가진 경우에도 유용하다. 나아가 바다나 사막 같은 곳에서도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두 회사는 일단 알라스카나 하와이 등을 포함한 미국에서 우선 서비스를 시작하고, 향후 세계 해양으로도 확대할 예정이다. 머스크는 다른 나라 통신사에도 자신들과 제휴해 세계를 연결하는 상호 로밍 서비스를 하자고 제안했다.
스페이스X는 위성을 이용한 스타링크 인터넷 서비스를 세계 50만 가구에 제공하고 있다. 러시아의 공격으로 통신망이 위태로워진 우크라이나에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T모바일과 제휴해 스타링크 위성을 가상 기지국으로 쓴다 해서 지금 이동통신 서비스처럼 초고속 인터넷까지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스타링크를 이용하려면 접시 모양의 안테나 단말기가 있어야 한다. 이는 위성에서 오는 신호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아직 휴대폰으로 직접 위성 신호를 잡기에는 위성 신호가 많이 약하기 때문이다. 현재 송수신할 수 있는 데이터 용량은 약 2-4Mb 정도다. 문자 메시지 서비스부터 시작하는 이유다.
이런 문제는 스페이스X가 개발 중인 차세대 스타링크 위성이 나와야 해결된다. 이 위성은 길이가 7m 정도 되며, 한쪽 길이가 5m인 개량된 안테나를 탑재할 예정이다. 펼치면 25㎡ 정도 면적의 안테나가 된다.
그럼에도 800㎞ 고도에서 시속 2만 7300㎞의 속도로 비행하는 인공위성과 오류 없이 신호를 주고받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휴대폰이 다른 휴대폰에서 나오는 잡음을 뚫고 신호를 위성으로 올려 보내야 하며, 빠르게 움직이는 위성과 지상의 휴대폰 사이의 도플러 효과도 보정해야 한다.
스타링크 위성이 커지는 만큼, 이 위성을 우주로 싣고 갈 발사체도 커져야 한다. 현재 스페이스X의 주력 발사체인 팰컨9으로는 길이 5m가 넘는 탑재체를 싣기 어렵다. 차세대 발사체 스타십은 새 스타링크 위성을 실을 수 있지만, 상용 서비스를 시작하려면 아직 1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머스크는 스타십 투입이 늦어질 경우에 대비해 “차세대 스타링크 위성의 크기를 줄인 ‘미니’ 버전을 만드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이동통신 서비스를 하려면 역시 제대로 된 차세대 위성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페이스X와 T모바일 같은 거물급 기업의 가세로 위성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은 활기를 띄게 될 전망이다. 두 회사 이전에도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기업은 있었다. 링크(Lync)라는 기업도 스페이스X와 T모바일이 하려는 것과 같은 서비스를 이미 지난해 성공적으로 시연한 바 있다. 텍사스에 본사를 둔 AST스페이스모바일이라는 회사도 같은 서비스를 위해 ‘블루워커3 (BlueWalker 3)’라는 시험 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다. 이들 두 회사 모두 자사 서비스를 위한 위성은 스페이스X의 팰컨9에 실어 발사한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애플도 아이폰 새 모델에 위성통신 기능을 도입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공급망 소식에 정통한 대만 TF인터내셔널증권 궈밍치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애플이 7일(현지시간) 공개되는 아이폰14를 대상으로 위성통신 관련 하드웨어 기능을 시연했다고 주장했다. 통신 가능 지역을 벗어났을 때도 문자메시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다만, 이번 아이폰 새 모델에 위성 통신 기능이 바로 적용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관련된 비즈니스 모델을 아직 수립하지 못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대만 반도체 기업 미디어텍도 최근 5G 스마트폰을 대상으로 위성통신 기능을 구현해 화웨이 스마트폰 새 모델 메이트50에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우주에 띄운 위성을 통해 이동통신을 지원하면, 기지국 네트워크는 기존 지상 중심의 2차원 공간에서 우주를 포함한 3차원 공간으로 확장된다. 통신의 커버리지는 세계를 포괄하게 된다. 국가 간 규제의 문제가 있지만, 적어도 기술적으로는 제약 없는 글로벌 통신의 시대가 열린다.
더 쉽고 자유로운 새 통신 기술의 등장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아마 이번에도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다. 이제 우리는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신경 써야 할 시대를 맞고 있다.
※ 필자는 전자신문 기자와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장을 지냈다. 기술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변해가는 모습을 항상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디지털과학 용어 사전]을 지었고, [네트워크전쟁]을 옮겼다.
한세희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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팰컨9 발사체에 스타링크 통신 위성을 실어 계속 쏘아 올리고 있는 스페이스X는 우주를 혼잡하게 만드는 대표적 회사 중 하나다. 스페이스X의 인터넷 서비스를 위한 스타링크 위성 2800개가 궤도를 돌고 있다.
그리고 이제 우주에 올라 간 위성들이 지상 이동통신의 기지국 역할까지 하는 시대가 조만간 올 듯하다. 우주는 점점 더 인간 상업 활동의 무대로 바뀌어 가고 있다.
스페이스X-T모바일 손잡고 우주 통신망 연결 시도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지상과 우주의 통신망을 연결해 어디서나 끊김 없는 이동통신 서비스를 공동 제공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 기술과 T모바일의 통신망 및 고객 기반이 합쳐지는 것이다. 목표는 이동통신 서비스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다.
휴대폰이 인근 기지국을 찾아 연결을 시도하고, 주변에 기지국이 없다면 하늘에 있는 위성을 찾아 신호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위성이 일종의 가상 기지국 역할을 하는 셈이다. T모바일의 2.5㎓ 대역 주파수를 사용하며, 내년 말 위성을 활용한 문자 메시지 전송 시험 서비스에 나선다. 전 세계를 연결하는 위성 기반 이동통신 서비스는 이미 있지만, 스페이스X와 T모바일은 별도의 장비나 단말 없이 일반 스마트폰에서 무료로 쓸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우리나라처럼 도시 지역에 인구가 집중돼 있고 촘촘히 통신망이 구축된 곳에서는 체감 효과가 약할 것 같지만, 미국처럼 사람이 거의 없는 지역이 광활하게 펼쳐진 곳에선 유용할 수 있다. 폭풍이나 지진 등 자연 재난으로 통신망이 망가진 경우에도 유용하다. 나아가 바다나 사막 같은 곳에서도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두 회사는 일단 알라스카나 하와이 등을 포함한 미국에서 우선 서비스를 시작하고, 향후 세계 해양으로도 확대할 예정이다. 머스크는 다른 나라 통신사에도 자신들과 제휴해 세계를 연결하는 상호 로밍 서비스를 하자고 제안했다.
스페이스X는 위성을 이용한 스타링크 인터넷 서비스를 세계 50만 가구에 제공하고 있다. 러시아의 공격으로 통신망이 위태로워진 우크라이나에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T모바일과 제휴해 스타링크 위성을 가상 기지국으로 쓴다 해서 지금 이동통신 서비스처럼 초고속 인터넷까지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스타링크를 이용하려면 접시 모양의 안테나 단말기가 있어야 한다. 이는 위성에서 오는 신호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아직 휴대폰으로 직접 위성 신호를 잡기에는 위성 신호가 많이 약하기 때문이다. 현재 송수신할 수 있는 데이터 용량은 약 2-4Mb 정도다. 문자 메시지 서비스부터 시작하는 이유다.
이런 문제는 스페이스X가 개발 중인 차세대 스타링크 위성이 나와야 해결된다. 이 위성은 길이가 7m 정도 되며, 한쪽 길이가 5m인 개량된 안테나를 탑재할 예정이다. 펼치면 25㎡ 정도 면적의 안테나가 된다.
그럼에도 800㎞ 고도에서 시속 2만 7300㎞의 속도로 비행하는 인공위성과 오류 없이 신호를 주고받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휴대폰이 다른 휴대폰에서 나오는 잡음을 뚫고 신호를 위성으로 올려 보내야 하며, 빠르게 움직이는 위성과 지상의 휴대폰 사이의 도플러 효과도 보정해야 한다.
스타링크 위성이 커지는 만큼, 이 위성을 우주로 싣고 갈 발사체도 커져야 한다. 현재 스페이스X의 주력 발사체인 팰컨9으로는 길이 5m가 넘는 탑재체를 싣기 어렵다. 차세대 발사체 스타십은 새 스타링크 위성을 실을 수 있지만, 상용 서비스를 시작하려면 아직 1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머스크는 스타십 투입이 늦어질 경우에 대비해 “차세대 스타링크 위성의 크기를 줄인 ‘미니’ 버전을 만드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이동통신 서비스를 하려면 역시 제대로 된 차세대 위성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두가 우주에 눈을 돌리고 있다
애플도 아이폰 새 모델에 위성통신 기능을 도입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공급망 소식에 정통한 대만 TF인터내셔널증권 궈밍치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애플이 7일(현지시간) 공개되는 아이폰14를 대상으로 위성통신 관련 하드웨어 기능을 시연했다고 주장했다. 통신 가능 지역을 벗어났을 때도 문자메시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다만, 이번 아이폰 새 모델에 위성 통신 기능이 바로 적용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관련된 비즈니스 모델을 아직 수립하지 못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대만 반도체 기업 미디어텍도 최근 5G 스마트폰을 대상으로 위성통신 기능을 구현해 화웨이 스마트폰 새 모델 메이트50에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우주에 띄운 위성을 통해 이동통신을 지원하면, 기지국 네트워크는 기존 지상 중심의 2차원 공간에서 우주를 포함한 3차원 공간으로 확장된다. 통신의 커버리지는 세계를 포괄하게 된다. 국가 간 규제의 문제가 있지만, 적어도 기술적으로는 제약 없는 글로벌 통신의 시대가 열린다.
더 쉽고 자유로운 새 통신 기술의 등장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아마 이번에도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다. 이제 우리는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신경 써야 할 시대를 맞고 있다.
※ 필자는 전자신문 기자와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장을 지냈다. 기술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변해가는 모습을 항상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디지털과학 용어 사전]을 지었고, [네트워크전쟁]을 옮겼다.
한세희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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