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30% 할인 포기 못해… 기아 임단협 장기화 되나
국내 완성차 업체 중 기아만 추석 전 임단협 타결 불발
혜택 축소된 퇴직자 신차 할인 제도에 반발해 반대표
IRA 등으로 타격 불가피한 상황에서 노조 리스크까지
국내 완성차 업체 중 기아만 2022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직원들이 사측의 퇴직자 신차 할인 혜택 축소 요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노조와의 대화를 지속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공장 라인 개선 작업에 따른 휴직자 발생 등으로 교섭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사는 추석 이후 2022년 임단협 교섭을 재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30일 기아 노사는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단협 부문에서 높은 반대표(약 58%)를 받아 부결됐다. 기아는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임협과 단협을 구분해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이 중 하나라도 과반 이상의 찬성표를 얻지 못하면 재교섭에 나서야 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퇴직자 신차 할인’ 제도다. 현재 기아는 25년 이상 근무 후 퇴직한 직원에게 신차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구매 주기는 2년이며 할인 폭은 30%다. 노사는 이번 잠정합의안 도출 과정에서 해당 제도를 손봤다. 노사 대표의 합의를 통해 연령을 75세로 제한하고 구매 주기를 3년으로 늘리며 할인 폭을 25%로 낮추기로 한 것이다.
잠정합의안 부결로 재교섭에 나서야 하는 기아 노사는 추석 이후 본격적인 대화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공장 라인 공사 등이 진행되고 있어 조기 타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기아 오토랜드 광명(소하리 공장)에서 이날(8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전기차 라인 구축 관련 공사가 진행되는 탓이다. 이번 공사로 해당 라인에서 근무하던 근로자들은 휴업에 들어갔다.
기아의 한 관계자는 “오토랜드 광명의 전기차 라인 공사로 이달은 사실상 끝났다”며 “실제 교섭은 10월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IRA 등 악재 속 홀로 노조 리스크 부담
기아를 제외하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모두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같은 그룹의 현대자동차는 국내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먼저 올해 임단협을 끝냈다. 위기 극복 관련 공감대가 형성된 노사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4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끌어 냈다. 파업 가능성을 내비치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던 르노코리아자동차와 한국GM 노조도 최근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르노코리아는 4년 만에 파업 없이 임답협을 종결했고 한국GM은 2년 연속 무분규로 노조 리스크를 해소했다. 쌍용차는 노사 합의에 따라 다년제 교섭으로 변경해 올해 교섭을 진행하지 않았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비해야 하는 기아 입장에서 노조 리스크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7일(현지시각) 현지 생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IRA에 최종 서명한 바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완성차 업체의 막대한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해당 법안으로 대당 1000만원에 달하는 보조금 혜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연합회에 따르면 미국의 IRA 발효로 매년 10만대 이상의 전기차 수출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EV6를 미국 시장에 수출하는 기아도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안 점검을 위해 약 2주 간의 일정으로 미국 현지에 다녀왔다. 정부도 한미 간 장관급 채널을 가동하는 등 국내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추석 이전 임단협 타결은 업계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다”며 “IRA 등으로 미래 전략의 대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노조 리스크가 지속되면 사측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완 기자 an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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