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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서 주목받은 K-바이오…항암제 개발에 속도 낸다 [ESMO 2022]

HLB, 항암제 병용 투여 임상 유효성 입증…‘하이라이트’ 논문 선정
베그젤마 유럽 판매 앞둔 셀트리온…ESMO서 임상 후속 결과 공개

 
 
올해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HLB의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의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을 병용 투여한 임상 3상 시험 결과가 '콩그레스 하이라이트' 논문으로 선정됐다. [사진 HLB]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유럽에서 주요 항암제 파이프라인의 임상 시험 결과를 발표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HLB는 여러 항암제를 간암 환자에게 투여하는 임상 시험 결과를 공개해 전 세계 전문가들의 이목을 끌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암학회인 유럽종양학회(ESMO)의 연례학술회의가 프랑스 파리에서 열려 지난 13일(현지시각) 종료됐다. ESMO는 미국암학회(AACR),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와 함께 세계 3대 암 학회로 꼽히는 유럽 지역 내 최대 규모의 암학회다.
 
이번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개최됐다. 전 세계 제약·바이오 분야 전문가와 제약사, 바이오 기업 관계자들은 개발 중인 주요 파이프라인의 연구 결과를 대외에 공개했다.
 
국내 기업들도 유럽으로 가 항암제 개발 성과를 글로벌 빅파마와 학계 전문가들에게 공유했다. 셀트리온, 종근당, HLB 등 주요 제약 바이오 기업들은 구두 발표와 포스터 발표를 통해 연구 성과를 선보였다.
 

HLB,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 요법으로 '눈길'

이번 행사에서 가장 눈길을 끈 국내 기업은 HLB다. HLB는 ESMO에서 공개한 임상 시험 결과가 소화관 종양 분야 '콩그레스 하이라이트' 논문으로도 꼽히는 등 주목을 받았다. 콩그레스 하이라이트는 특정 질환 분야에서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했거나 연구 성과가 높은 논문 중에서 선정된다.
 
HLB는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과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을 사용한 간암 1차 치료제의 임상 3상 시험 결과를 EMSO에서 발표했다. 리보세라닙은 HLB가 간암 1차 치료제로 개발 중이며, 캄렐리주맙은 중국 항서제약이 개발한 면역관문억제제다.
 
HLB에 따르면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을 함께 사용한 이번 임상 시험은 항신생혈관생성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와 PD-1을 저해하는 면역관문억제제를 병용 투여한 치료 방식 중에서 처음으로 유효성을 입증했다.
 
우선 임상 3상 시험에 참여한 543명의 환자는 다른 간암 1차 치료제와 비교해 생존 기간이 길었다. 임상 참여자들이 생존한 기간의 중앙값(mOS)은 22.1개월로 나타났다. 간암 1차 치료제 중에서 mOS가 22개월을 넘긴 것은 세계 최초다. 대조 약물인 '넥사바'의 mOS는 15.2개월을 기록했다.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을 병용 투여한 환자는 사망 위험도 기존 약물보다 40~5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는 임상 결과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mPFS)과 객관적 반응률(ORR), 질병 통제율(DCR), 반응 기간(DoR) 등 지표들이 기존 치료 방식과 비교해 우수했다고 설명했다.
 
HLB가 이번 임상 3상 시험에서 기존 약물보다 좋은 효과를 보여주면서 간암 환자가 1차 치료제로 선택할 수 있는 치료 방식도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캄렐리주맙은 주사제지만 리보세라닙은 먹는 약이라 환자가 활용하기 편리하다. 현재 간암 1차 치료제로는 주사제 형태인 로슈의 티쎈트릭과 아바스틴을 병용하는 요법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HLB는 이번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리보세라닙의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리보세라닙은 미국에서 선낭암과 간암에 대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돼있어 심사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회사는 선낭암을 올해, 간암을 내년 중 허가 절차에 돌입한다는 목표다.
 

셀트리온 “베그젤마, 연내 유럽 판매 시작”

셀트리온은 표적항암제 아바스틴의 바이오시밀러 '베그젤마'의 임상 3상 추적 결과를 ESMO에서 포스터로 발표했다. 회사는 현재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689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번에 공개한 임상 결과는 마지막 환자를 등재한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약물의 안전성과 동등성을 분석한 내용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올해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에 설치한 표적항암제 아바스틴의 바이오시밀러 '베그젤마' 홍보 부스 [사진 셀트리온]
셀트리온에 따르면 아바스틴의 무진행 생존기간(PFS)과 전체 생존 기간(OS)을 1로 볼 때 베그젤마를 투여한 환자의 PFS는 0.92, OS는 0.95로 비슷했다. 반응 지속 기간(RD)과 종양 진행 소요 기간(TTP)을 비롯한 지표도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그젤마의 유럽 출시를 앞두고 약물의 효능을 다시 한번 입증한 셈이다.
 
셀트리온의 해외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올해 하반기 베그젤마를 유럽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베그젤마의 성분인 베바시주맙의 전 세계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64억1300만달러(약 8조5800억원)에 이른다. 이중 유럽 시장은 16억1400만달러(약 2조1600억원)로 추산된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미국 FDA에도 베그젤마의 판매 허가를 신청했고 올해 안으로 허가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종근당이 개발 중인 항암제 후보물질 'CKD-702'의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한 김동완 서울대병원 교수(종양내과)에게 한 학회 참가자가 질문하고 있다. [사진 종근당]
이외 종근당과 네오이뮨텍 등도 개발 중인 항암제의 임상 결과를 ESMO를 찾은 제약 바이오 기업 관계자들에게 포스터로 공개했다.  종근당은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항암제 후보물질 'CKD-702'의 임상 1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임상 일부를 마쳤고 약물의 안전성과 여러 반응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네오이뮨텍은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NT-I7'과 대표적인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병용 투여한 임상의 바이오마커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로 개발 중인 후보물질 'ABL602'의 전임상 데이터를 ESMO에서 구두로 발표했다.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은 AI 바이오마커 플랫폼인 '루닛 스코프'를 유방암 환자에게 적용해 얻은 판독 결과를 포스터로 공유했다. 루닛 스코프는 면역항암제의 치료 상태를 예측해 의사가 잘 진단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다.

선모은 기자 sun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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