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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실적은 주가에 별 영향 없어 [이종우 증시 맥짚기]

반도체 추가하락은 없을 듯, 이미 바닥권에 도달
현재 코스피 기업 이익 60% 줄어든 수준으로 움직여

 
 
[연합뉴스]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는 주식이 두 개 있다. 하나는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반도체고, 다른 하나는 네이버와 카카오로 대표되는 플랫폼이다. 둘 다 주주의 숫자가 많고 최근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반도체 주가 하락은 수요부진에 의한 재고 누적이 원인이다. 연초 시장에서는 올해 반도체 비트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가 17% 정도 될 거로 전망했었다. 10개월이 지난 현재 삼성전자의 비트그로스는 8.0%, SK하이닉스는 4.5%로 하향 조정됐다. 연초 전망과 현재 사이에 차이가 10%포인트 가까이 되는 건데, 수요 부진 때문에 이런 상황이 만들어졌다.
 
코로나19가 발생하자 각국 정부는 가계에 대한 직접 지원에 나섰다. 돈을 받은 사람들은 처음에 외식 등으로 사용했다가 이후에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등을 교환에 나섰다. 일부는 빚을 갚고, 저축에 사용되기도 했다.  
 
가전제품은 한번 구매하면 몇 년 동안 다시 바꾸지 않고 사용하는 제품들이다. 그래서 교체 수요가 끝나고 한동안 수요가 줄어들 게 된다. 지난해에 샀던 TV를 올해 또다시 바꾸지는 않기 때문이다. 올해가 그런 시간이어서 전자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었고, 그 영향으로 반도체 수요 역시 감소했다.
 
재작년에 반도체 경기를 잘못 판단한 것도 재고를 늘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시장에서는 과거 어느 때보다 큰 반도체 경기 호황이 있을 거라 기대했었다.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는 호황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와 생산을 늘렸다. 문제는 그 다음에 벌어졌는데, 실제 호황이 오지 않자 과다하게 늘어난 생산이 재고로 남았다. 반도체 경기 회복은 이렇게 쌓인 재고가 해소된 후에나 가능할 것이다. 그 이전에는 재고로 인한 실적 둔화가 계속되기 때문에 주가가 크게 오를 수 없다.
 
다행히 과거 사례를 보면 반도체 주가는 업황보다 한 보 빨리 움직였다. 2016년과 2019년 반도체 경기와 주가 움직임을 보면, 주가가 바닥을 치고 6개월이 지난 후부터 반도체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3개월 후에 반도체 가격이 오르면서 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했다. 주가가 바닥을 치고 주문이 들어오기 전 6개월 동안 주가는 소폭 반등했다가 옆걸음질을 했다. 주가가 낮지만, 업종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나온 반응이다.
 
최근 5만1000원까지 떨어졌던 삼성전자 주가가 바닥에서 10% 정도 반등했다. 이번 반등이 앞의 두 경우처럼 업황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주가가 먼저 반응한 거라면 추가 하락은 없을 것이다. 주가가 이미 바닥권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실적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데, 주가가 고점에서 40% 넘게 떨어졌기 때문에 이익이 줄어들더라도 그 이유로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카카오 쪼개기 상장이 주가하락 부추겨  

 
카카오 주가가 고점에서 70% 넘게 떨어졌다. 1년 반 만에 벌어진 일이다. 떨어지는 폭이 작을 뿐 네이버도 비슷한 형태다. 코로나19가 발생하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플랫폼 기업의 주가가 초라한 형태가 된 것이다. 
 
시장에서는 하락의 원인으로 여러 가지를 꼽고 있다. 카카오의 경우 쪼개기 상장이 문제가 되고 있다. 한 기업에 속해 있는 여러 사업부를 분할해 기업단위로 상장을 하다 보니 평가가 중복돼 주가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금리도 문제다. 국내 플랫폼 기업의 규모가 커졌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이들을 성장주로 보고 있다. 기업의 가치가 높은 이른바 가치주는 과거에 번 돈이 많아 이런저런 형태로 재산을 가지고 있다. 현재도 돈을 잘 벌고, 기업의 안정성도 뛰어나다. 금융기관에서 돈을 많이 빌리지 않기 때문에 금리가 올라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성장주는 얘기가 다르다. 그동안 벌어놓은 돈이 많지 않아 필요한 자금을 외부에서 빌려와야 하기 때문에 금리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늘어 이익이 줄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 플랫폼의 시대가 끝난 것도 주가에 영향을 줬다. 2000년에 SK텔레콤 주가가 사상 최고점에 도달했다. 5만원이 조금 넘었는데 지금도 주가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00년은 우리나라에서 이동통신 가입자가 한창 늘던 때다. 가입자가 빠르게 늘어났을 뿐 이익은 지금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주가는 가입자가 늘어나는 성장의 시기에 고점에 도달하고, 이후에는 수익이 늘어도 주가가 크게 오르지 못한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코로나 발생 직후 1년간이 최고였다. 온라인이 강화될 거란 기대로 주가가 한꺼번에 4배 이상 상승할 정도였는데, 기대가 주가에 최대로 반영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지금은 기대가 약해졌고, 그 영향으로 국내외 플랫폼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미국의 메타와 아마존 주가가 고점에서 40~50% 넘게 하락한 것도 그래서 벌어진 일이다. 
 
플랫폼에 대한 기대가 약해진 영향으로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가 하락했다면 상승으로 빠르게 전환되긴 힘들다. 자기 시대가 지나갔기 때문인데, SK텔레콤의 경우 2000년대 10년 동안 주가가 고점에서 절반 정도에 그쳤다. 주가 변동성이 커졌지만, 시장이 더는 크게 내려가지는 않고 있다. 시가총액 비중이 대형주들이 안정을 찾은 덕분이다. 주가가 하락하는 과정에 여러 악재가 반영된 것도 추가 하락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9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8%대를 기록했지만 우려했던 만큼 주가가 떨어지지 않은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고점을 지났다는 기대와 고물가가 오랜 시간 계속되면서 재료로서 영향력이 약해진 결과인데, 앞으로 인플레이션의 영향력이 조금씩 줄어들 거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예상대로 결과가 좋지 않았다. 실적 둔화가 주가를 또 끌어내리지 않을까 걱정해야 할 정도였지만 우려와 달리 삼성전자 주가는 3분기 실적 발표를 계기로 반등하기 시작했다. 악재가 힘을 잃은 것이다.
 
다른 기업의 실적도 비슷한 역할을 할 것이다. 코스피가 2000선에 묶여 있던 2011~2015년에 우리 상장사의 연간 영업이익은 100조원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242조원이었다. 실적만 보면 현재 우리 주가는 향후 몇 년간 이익이 60% 가까이 줄어든다는 가정하에서 움직였다고 볼 수 있다. 
 
주가가 사전에 반응했기 때문에 3분기 실적이 나쁘게 나와도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3분기 실적은 개별 회사 차원으로 접근하는 게 맞다. 실적이 예상보다 두드러지게 잘 나온 종목과 반대의 경우만이 실적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이 혼돈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변동성이 크고 주가의 방향도 수시로 바뀌고 있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투자 심리가 약해진 때문인데 이 과정을 거쳐야 주가가 안정될 수 있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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