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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게임 유저가 ‘게임위’ 감사원 국민감사청구 나선 이유

국민감사청구 연대 서명에 5000명 넘게 참여
게임물관리위원회 졸속 심의·부족한 사후관리 비난 받아
이상헌 의원 게임위 둘러싼 비리 의혹 제기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비위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요구하는 유저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의 연대 서명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게임물관리위원의 등급분류 시스템 구축사업 비리 의혹과 관련해 감사원에 국민감사청구를 하기 위한 연대 서명에 5000명이 넘는 유저들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원래 목표치였던 300명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게임위에 대한 유저들의 분노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상헌 의원실은 지난 29일 국회 앞에서 진행한 ‘게임위 비위’ 감사원 국민감사청구에 총 5489명이 서명했다고 31일 밝혔다. 목표였던 300명의 연대 서명을 초과 달성한 이 의원실은 이날 오후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이와 관련해 이상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연대 서명의 취지에 동의해 주신 분들, 소중한 발걸음을 해 주셨지만 시간이 늦어 서명에 참여하지 못하셨던 분들께도 모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5000명이 넘는 인원이 모였음에도 사소한 잡음 하나, 쓰레기 하나 남기지 않은 게임 이용자들의 시민의식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18세 이상 국민은 공공기관의 사무 처리가 법령 위반·부패 등으로 공익을 해치는 경우 300명 이상 연대 서명을 받아 감사원에 감사 청구할 수 있다.
 
앞서 이상헌 의원은 게임위의 자체 등급분류 게임물 통합 사후관리 시스템을 둘러싼 비리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상헌 의원실에 따르면 게임위는 지난 2017년 ‘자체등급분류 게임물 통합 사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하고 A업체에 개발을 맡겼다. 이는 게임위가 등급분류를 했거나 자체등급분류를 받은 게임물을 국제등급분류연합(IARC)의 기준에 연동시켜 손쉽게 관리할 수 있는 전산망을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사업에는 총 38억8000만원이 투입됐고 2019년 납품받은 시스템에 합격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문제의 시스템은 현재까지도 5개 서브시스템 중 2개가 정상 작동하지 않는 등 미완성 상태이며, 게임위는 개발 외주를 맡았던 업체로부터 어떤 배상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해당 문제를 문체부 국감에서도 지적했으나, 게임위는 이와 관련해 뚜렷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이에 확실한 문제 해결을 위해 감사청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감사원 감사를 통해 내부 징계가 필요한 사람에겐 내부 징계를, 법적인 처벌이 필요한 심각한 수준의 비위는 검찰 이첩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며 “문제 해결을 바라는 국민들의 의사를 직접 모아 감사청구를 진행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깜깜이’ 등급 분류에 성난 유저들…단체 행동에 나서

주말 임에도 연대 서명에 5000명이 넘는 인원이 몰린 것은 게임위에 대한 유저들의 분노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동안 게임위는 졸속 심의와 부족한 사후관리로 유저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아왔다. 여기에 비리 의혹마저 터지자, 유저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현행 ‘게임진흥법’ 상 국내에서 게임을 유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등급 분류’를 받아야 한다. 다만 2011년 게임법이 개정되면서 정부는 구글, 애플 등을 ‘자체등급분류사업자’로 지정하고 게임위가 이를 통해 발매된 게임을 모니터링하는 사후 규제 방식을 적용했다.
 
문제는 일부 사후 규제 과정에서 유저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가 속속 나타난다는 점이다. 실제로 게임위는 최근 국내 앱 마켓에서 자체등급분류를 통해 전체 이용가에서 15세 이용가로 서비스 중이던 ‘블루 아카이브’, ‘페이트 그랜드 오더’, ‘소녀전선’ 등 모바일게임을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으로 올리라고 권고했다. 이에 많은 유저들은 게임위가 편파적 여론에 영향을 받아 불공정한 심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상향 철회와 함께 엄청난 양의 민원을 제기했다.
 
당시 등급 상향 사유는 ‘선정성’이었으나, 게임위는 구체적으로 게임 속의 어떤 내용이 문제가 돼 등급 상향 결정이 내려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게임위가 ‘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이유로 해당 회의록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문체부 국감에서 게임위 김규철 위원장은 “전문가가 아닌데 게임물 등급을 심의한다는 민원이 꽤 있다”며 “게임 관련 전공자가 몇 분 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지만 게임이란 게 꼭 20~30년 한 사람만 전문가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해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위 등급 심사에 관련한 불만은 오래전부터 계속돼 왔다”며 “다만 최근 일부 서브컬쳐 게임에 대한 등급 상향이 갑자기 진행되면서 유저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유저들이 납득할 수 있는 체계적인 기준 및 공정하고 투명한 등급분류 절차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원태영 기자 won77@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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