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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연봉자 주담대만 살아난다”…내달부터 규제 완화

12월부터 규제지역 내 차등화했던 LTV, 50%로 단일화
고액 연봉자·현금 부자 내집 마련 여력 발생
은행으로 거액 자금 유입…‘이자 받고 투자 대기’ 목적↑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 연봉 1억원의 직장인 A씨(40)는 최근 대출규제 완화 소식에 내년 상반기부터 서울이나 서울 근교의 아파트를 구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50% 완화에 따라 대출을 기존보다 1~2억원 이상 더 받을 수 있게 되면서 고점 대비 30~40% 하락한 아파트를 매매할 계획이다.
 
12월 1일부터 부동산 대출 규제가 일부 풀리면서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할지 은행권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규제와 금리 상승으로 가계대출이 올해 들어 감소하고 있는데 규제 완화로 다소 대출 숨통이 트일 전망이기 때문이다. 다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여전히 견고한 만큼, 이번 규제 완화로 현금을 쥔 고액 연봉자에 한해 혜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LTV 50% 상향 단일화 등 대출 규제 완화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내달 1일부터 일부 주택담보대출 관련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주요 내용은 ▶규제지역 내 지역별·주택가격별로 차등화된 LTV를 50%로 상향 단일화 ▶투기·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 구입목적 주담대 허용 ▶규제지역 내 서민·실수요자의 경우 최대 6억원 한도 내에서 70%까지 LTV 우대 가능 등이다.  
 
여기서 서민·실수요자에 해당하는 은행 고객은 부부합산 연 소득이 9000만원 이하여야 하고, 투기·투과지역의 주택가격은 9억원 이하여야 한다. 단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8억원 이하까지 가능하다. 아울러 무주택세대주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여야 규제 완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LTV는 부동산 담보를 기준으로 대출 심사를 하고, DSR은 대출자의 상환 능력을 기준으로 심사를 하는 규제다. 7월부터 대출자별로 1억원 초과 대출에 대해 DSR 40%가 적용되고 있어 담보가 큰 대출이라고 해도 원리금 상환 능력이 변하지 않으면 대출을 늘리기 어려운 구조다. 
 
다만 은행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로 가계대출 감소세가 멈출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10월 중에 1조8000억원 감소했다. 2020년 1~10월까지는 80조2000억원, 2021년 1~10월까지는 69조1000억원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감소세가 강하다.  
 
은행업계는 이런 현상이 내년으로 가면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DSR 40% 규제가 시행되고 있는 데다 주담대 금리가 내년엔 최고 9%도 넘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연 5.280∼7.805% 수준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년 최고 3.75%까지 높인다고 밝힌 만큼 주담대 금리 9% 돌파도 눈앞에 왔다. 금리가 인상될수록 대출자의 원리금 상환액이 높아지기 때문에 DSR 규제에 따라 대출 잔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고액 연봉자·현금 부자 부동산 구매력 높아져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앞에 설치된 공인중개사 안내판. [연합뉴스]
다만 은행권에서는 최근 현금 부자들이 투자 시기를 기다리기 위해 고금리를 받으면서 상당한 금액을 예금하고 있는 만큼 대출 규제 완화에 따라 아파트 구매에 나설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내달부터 LTV가 9억원 초과분에 대해 기존 20%에서 50%로 완화된다면 14억짜리 아파트를 연 4.8% 금리에 40년 만기로 받을 경우, 대출 한도는 기존 4억6000만원에서 7억원까지 높아진다. 이 경우 연 소득이 5000만원인 차주의 경우엔 LTV와 상관없이 대출 한도는 3억5500만원에 그친다.  
 
하지만 연 소득이 1억원일 경우 DSR 규제에도 불구하고 7억원까지 대출 한도가 높아진다. 그만큼 대출 여유가 높아진 데다 현금까지 충분히 보유할 경우 아파트 구매력이 커지는 것이다.  
 
한은의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10억원을 초과한 정기예금 계좌 수는 5만개로 전년 동기 대비 19.0% 늘었고,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 계좌 수는 4만7000개로 20.5% 증가했다. 1억 이하 계좌는 3010만개로 같은 기간 17.1% 늘었다.  
 
금액으로 보면 10억원 초과 정기예금 잔액은 올 상반기 기준으로 총 528조9900억원을 기록했다. 5억원 초과~10억원 미만 계좌 잔액은 36조8100억원, 1억원 미만 계좌 잔액은 168조원을 기록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금이 충분한 은행 고객이라면 내년 기준금리 인상이 멈추고 부동산 가격이 더 하락한 시점에 좋은 대출 조건으로 부동산 매수 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며 “당국도 고소득자의 부동산 매수 심리를 살리려는 의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DSR 규제 완화에 대해 신중한 모습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일 DSR 규제 완화 계획에 대해 “DSR은 과도하게 빚을 지지 말라는 의미”라며 “(규제 완화에) 신중해야 한다는 게 기본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우 기자 yw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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