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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커진 세계 경제, 원유‧원자재 값 안정될까?

[2023 경제 대예측] YES 70%

 
 
미국에 있는 원유 시추기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불확실성의 시대다. 세계 경기 침체 조짐으로 원유와 원자재 수요가 위축되면서 가격이 안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낙담하긴 쉽지 않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세계 에너지 공급 대란 여파로 공급에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수요와 공급 모든 측면에서 변수가 많아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흐름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국내외 주요 연구기관들의 2023년 국제유가 전망치를 보면, 최소 1bbl(배럴)당 70달러에서 최대 1배럴당 100달러 등 다양한 예상이 뒤섞이고 있다. 다만 2023년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은 2022년보다는 안정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유가 상승 불씨에 기름 끼얹은 러시아  

2022년 국제유가 상승폭은 상상 이상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라나19) 사태 진정 이후 석유 제품 등의 수요가 빠르게 회복하는 와중에 러시아발(發) 세계 에너지 공급 대란마저 겹치면서 국제유가가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것이다. 연결 선물 기준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두바이유, 브렌트유 가격은 2022년 3월 11일(현지시간) 일제히 1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국내외 주요 연구기관은 물론 증권사·기업들 역시 “2022년 국제유가 상승폭은 예상 범위를 벗어난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요 회복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지만, 예상 밖의 세계 에너지 공급 대란으로 과거 고유가 시절을 넘어선 가격을 보인 것이다.  
 
국제유가와 달리 2022년 원자재 가격은 2021년보다 다소 안정세를 보였다. 철강 제품 제작에 쓰이는 철광석 가격(중국 칭다오항 수입 물량 기준)은 2021년 5월 사상 처음으로 t당 200달러를 넘어서는 등 연일 최고가를 경신했으나, 2022년 전반적으로 하락 흐름에서 움직였다. 2022년 11월 14일(현지시간) 철광석 가격은 1t당 95.3달러로, 연초보다 27.60% 하락했다. 
 
다만 일부에선 원자재 가격 안정세는 맞으나 가격 변동성은 여전하다는 진단도 있다. 예컨대 철강 제품 생산에 사용되는 제철용 원료탄 가격(동호주 항구 현물 기준)은 2022년 3월을 기점으로 하향 안정 흐름을 보였으나 2022년 9월 중순 이후 또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10월 26일(현지시간) t당 300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2022년 3월 t당 600달러를 돌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절반 수준의 가격이지만,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안정세 전망 속 변동성 ‘불안’

국내외 주요 연구기관 등은 2023년 국제유가가 1배럴당 70~100달러 수준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22년 11월 10일 발표한 ‘2023년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2023년 국제유가(WTI 기준)가 1배럴당 91.62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23년 국제유가는 세계 경제 회복 지연으로 2022년보다 하락하겠으나, 공급 측의 불안 요인으로 고유가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장기화,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 유럽의 에너지 위기,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 지속,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 감산 등 원유 공급에 대한 불안이 2023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여기에 세계 주요 국가들의 긴축적 통화 정책으로 세계 경제 회복이 지연되면서 원유 수요가 둔화돼 고유가 기조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측의 분석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22년 10월 25일 발표한 ‘2022년 하반기 국제 원유 시황과 유가 전망’ 보고서에서 2023년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1배럴당 82달러에서 109달러 수준일 것으로 예측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22년 하반기 두바이유 가격이 1배럴당 111.75달러를 기록하는 등 고유가가 유지되면 2023년 상반기 두바이유 가격은 1배럴당 109.04달러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2022년 하반기 두바이유 가격이 1배럴당 89.09달러로 하락세를 보이면, 2023년 상반기 두바이유 가격은 1배럴당 82.41달러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고유가와 저유가 상황을 가정해 국제유가 흐름을 예상한 것인데, 현재로선 유가 하락 흐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022년 11월 14일(현지시간) 기준으로 두바이유 종가는 1배럴당 89.50달러다.
 
석유 수출국 기구(오펙)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일부에선 2023년 국제유가가 1배럴당 70~80달러 수준에 머무를 것이란 관측도 있다. KB증권은 2022년 11월 4일 ‘2023년 국제유가 전망’ 보고서에서 “2023년 국제유가(WTI 기준)가 70~80달러대 박스권”이라고 내다봤다. KB증권은 “현재 상황에서만 놓고 보면 2023년 국제유가는 70~80달러대 밴드 내에서, 2022년만큼 변동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2021~2022년에는 유가의 상‧하방 요인 가운데 상방 요인으로의 쏠림이 강했지만, 2023년에는 예상되는 유가 상방과 하방 요인이 서로 상쇄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2022년 석유 제품 수요 회복과 러시아발 에너지 공급 대란 등으로 국제유가 상승 요인이 강했으나, 2023년에는 상승 요인과 하락 요인 중첩돼 국제유가 상승세를 완화시킬 것이란 논리다. KB증권은 “2023년 하반기에도 경기 회복세가 빠르지 않다면, 국제유가가 1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오르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 석유설비의 플레어 스택(가연성 가스를 점화·연소시키는 굴뚝)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세계 경기 침체가 공급 불안 압도할 듯”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공급 불안이 지속돼 2023년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클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2022년보단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 경기 침체 여파로 2023년 원유, 원자재 등의 수요가 2022년보다 상대적으로 위축돼 국제유가, 원자재 가격 역시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다. 2021년과 2022년에 걸쳐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사상 최고가까지 치솟은 것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는 와중에 공급 불안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반면 2023년의 경우 공급 불안 요소 등의 가격 상승 압박을 세계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위축이 상쇄하면서, 큰 흐름에서 2022년보단 하락세를 보일 것이란 얘기다.
 
실제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2023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2년 10월 11일(현지시간)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를 발표하고 2023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2.7%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IMF는 2022년 1월에 2023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3.8%라고 발표했는데, 같은 해 4월에 3.6%로 하향 조정했다. 2022년 7월에는 2023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2.9%일 것이라고 발표했고, 이어 2022년 10월에 또다시 2023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낮춘 것이다. 2023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022년 초보다 1.1%포인트 내린 것이다. IMF는 2023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와 관련해 “2001년 이후 세계 경제 성장률 중에서 국제 금융 위기, 코로나19 대유행을 제외하면 가장 저조한 성장세”라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2023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OECD는 2022년 9월 26일(현지시간) ‘중간 경제 전망’ 보고서를 발표하고, 2023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2%로 제시했다. 이는 2022년 6월 발표한 2023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2.8%)보다 0.6%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OECD는 주요 20개국(G20)의 2023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종전 2.8%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특히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의 경우 2023년 경제 성장률이 0.3%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2022년 6월 발표한 경제 성장률 전망치(1.6%)보다 무려 1.3%포인트 낮춘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OECD가 2022년 10월 내놓은 중간 경제 전망 보고서는 2023년에 코로나19 재유행,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확전, 유럽의 에너지 공급 불안이 해소될 것이란 가정 아래 작성됐다는 점이다. 이들 악재가 재발하는 최악의 경우 땐 2023년 경제 성장률이 더욱 낮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22년 11월 10일 발표한 ‘2023년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2023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2022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3.1%)보다 0.7%포인트 낮은 2.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금리 급상승과 민간 부채 부담의 실물 전이를 비롯해 ▶재정 역할의 딜레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세계 경제 성장에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세계 주요 국가들의 2023년 경제 성장률 역시 저조할 것으로 판단했다. 미국의 2023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0.6%로 제시했으며, 유로 지역과 영국의 2023년 경제 성장률을 각각 0.0%, -0.2%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의 2023년 경제 성장률은 1.5%, 중국의 2023년 경제 성장률은 4.8%로 예상된다는 게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분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주요 신흥국들의 2023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2022년 5월 전망치보다 하향 조정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인도의 2023년 경제 성장률이 5.6%일 것으로 전망했다. 외국인 직접 투자의 호조세는 지속되지만, 코로나19 기저 효과 종료, 인플레이션 심화, 주요국의 통화 긴축, 지정학적 불안정 등이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진단이다. 러시아의2023년 경제 성장률은 -2.5%로 역성장을 예상했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장기화와 이에 대한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의 광범위한 제재 여파가 2023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브라질의 2023년 경제 성장률은 2022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2.7%)보다 무려 2.1%포인트 낮은 0.6%라고 내다봤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긍정적인 요인이지만, 재정 적자 누적과 금리 인상으로 인한 투자 및 소비 위축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창훈 기자 hun8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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