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부는 증권가…CEO ‘연임’으로 안정에 초점 [새해에도 암울한 증권가②]
KB·삼성 CEO 연임 성공, 하나증권은 강성묵 신규 선임
미래·NH·한투 연임 유력…리스크 관리·조직 안정 ‘과제’
중소형 증권사 희망퇴직 등 잇단 구조조정에 ‘뒤숭숭’
증권사 CEO들이 연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내내 이어진 금리 인상과 증시 부진으로 실적이 급감하면서 변화보다 안정에 초점을 맞춘 결과다. 하지만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조직 축소와 희망퇴직이 잇따르는 가운데 주요 임원들이 구설수에 오르면서 증권가의 뒤숭숭한 분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3개 증권사에서 CEO 15명의 임기가 내년 3월까지 종료된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증권 업황 둔화로 대부분의 CEO들은 연임·유임을 결정한 상태다.
먼저 KB증권과 삼성증권은 CEO 유임을 결정했다. 앞서 KB금융지주는 지난 15일 계열사대표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박정림·김성현 KB증권 사장을 후보로 추천했다.
이들은 총 5년을 재임하면서 KB증권 사상 최장수 CEO에 오를 전망이다. 두 대표는 올해로 4년째 KB증권을 이끌고 있다. KB증권에서 자산관리(WM)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박정림 대표이사가 불황 속에서도 WM 자산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박 사장과 김 사장의 연임은 이달 중 계열사 대표후보추천위원회의 최종 심사, 추천 등을 거쳐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연임이 확정되면 임기는 2023년 12월 말까지다. KB증권 사상 최장수 CEO 반열에 오르게 된 박정림·김성현 사장은 리스크를 관리하고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금융네트웍스도 이달 8일 정기 사장단 인사를 통해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의 연임을 발표했다. 장 사장은 1995년 삼성증권에 입사한 ‘정통 삼성맨’이다. 2018년 7월부터 대표이사를 맡았던 그는 지난해 연임 임기 3분기 만에 사상 처음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면서 성과를 인정받았다.
이외에도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의 CEO 연임도 유력한 상황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올해 계열사 인사에서 큰 변화를 두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과 이만열 사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사실상 5연임이 확정된 상태다. 주주총회와 이사회 절차가 남아있지만 업계에선 정 사장 역시 조직 안정 차원에서 경영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임기는 올해 3월 2년을 추가로 받아 이미 2024년 3월까지 연장된 상태다.
아직 결정되지 않은 증권사 CEO들 역시 큰 변수가 없다면 연임에 성공할 것이란 분위기다.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사장, 이석기 교보증권 사장, 최병철 현대차증권 사장, 고원종 DB금융투자 사장, 김병영 BNK투자증권 사장도 내년 3월 임기가 종료된다.
반면 하나증권은 대표이사가 교체된다. 강성묵 현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사장이 신임 하나증권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내정됐다. 다른 증권사들이 안정을 위해 연임을 결정한 것과 다른 행보다.
지난 14일 하나금융지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그룹임추위)는 하나증권 CEO에 강성묵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대표를 추천했다.
강 후보는 1964년생으로 하나은행에서 영업지원그룹, 경영지원그룹, 중앙영업그룹의 그룹장을 담당하며 리테일 및 기업영업 부문과 경영관리 부문을 두루 경험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영업통’이던 강 대표를 통해 불안정한 금융 시장 상황 속에서 기업금융(IB)에 편중돼 있는 하나증권의 업무 비중을 리테일과 자산관리(WM) 중심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단일 대표 체제를 결정한 증권사도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기존 이영창·김상태 각자 대표 체제에서 단일 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지난 20일 신한금융지주는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 회의를 열고 이같이 정했다.
1965년생인 김상태 대표는 신한투자증권에 올해 3월 합류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차기 신한금융그룹 회장에 선임된 것을 계기로 50대 젊은피를 강조해 세대 교체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당시 그는 신한투자증권 글로벌투자금융(GIB)총괄 각자 대표 사장으로 선임됐다. 임기는 오는 2023년 12월 31일까지다. 이번 결정으로 이영창 대표이사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이 악화되고 시장 상황이 워낙 좋지 않다 보니 현재 증권사 최대 과제는 유동성 확보와 리스크 관리인데 안정을 중요시하는 기조가 CEO 연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증권사도 희망 퇴직…비용 효율화 나선 증권가
케이프투자증권은 이달 초 내년부터 법인영업부와 리서치센터를 폐지하기로 결정하고, 해당 부서 소속 직원 일부와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IB(기업금융) 부문 내 부동산투자개발본부를 해체하고 인력 감축에 들어갔다.
다올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도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다올투자증권은 지난달 정규직 대상으로, 하이투자증권은 20년 근속 및 2급 부장 대상으로 각각 희망퇴직을 받았다. 하이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은 전년 동기 대비 올해 3분기 순이익이 각각 43.4%, 27.8% 줄어드는 등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대형 증권사인 KB증권도 감원에 들어갔다. KB증권은 지난 15일까지 1982년 12월 1일 이전 출생한 정규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중소형 증권사에서 시작된 구조조정이 증권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한양증권은 임직원 차명 투자 의혹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금융감독원은 한양증권 S전략CIC대표 민 모 씨가 아내 명의로 설립한 부동산 중개업체를 통해 차명 투자한 것으로 보고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벌어진 구조조정은 수익성 둔화에 대응하는 비용 효율화 조치”라며 “당국이 유동성 지원 대책을 실행하고 있는 데다 긴축 기조 완화와 함께 증시가 반등한다면 증권 업황도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다원 기자 daon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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