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월급 빼고 다 오른다”…먹는 것에 입는 것까지 ‘줄인상’ 러시
정부, 식품업계에 올들어 8차례 가격 인상 자제 호소
대표 제품 가격 오르고, 내년에도 가격 인상 예고
편의점서 파는 과자·주스 오르고, 의류·신발도 인상
2023년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올 한 해 업계 전반에 퍼졌던 ‘가격 인상’ 행렬이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각종 원부자재값이 상승했고,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 시대’까지 오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물가안정 호소했지만…식품업계, 내년에도 가격 올린다
특히 먹거리 가격 인상 바람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일 물가안정 간담회를 열고, 식품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와 인상 폭 최소화 등의 협조를 요청했다. 올 들어 8차례나 이어진 가격 인상 자제 호소지만 식품업계는 대표 제품 가격을 올리고 내년 제품 가격 인상 예고까지 나서면서 동상이몽 행보를 보이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새해부터 코카콜라 350㎖캔 가격을 1900원에서 2000원으로 100원 올리고, 1.5L 페트 제품은 3800원에서 3900원으로 인상한다. 또 테크 가루세제(750g)는 기존 5500원에서 6500원으로 18% 인상되고, 엘라스틴 퍼퓸삼퓨, 페리오 토탈7치약과 페리오치약칫솔세트 등은 최대 11%가량 오른다.
CJ제일제당의 경우 지난 3월 햇반 가격을 1700원에서 1850원으로 올렸고, 스팸 가격도 인상했다. 오뚜기는 ‘오뚜기 고소한 참기름(55㎖)’ 편의점 판매 가격을 3200원에서 3600원으로 13% 올렸다. 특히 골드 마요네즈는 지난 7월 3800원에서 4200원으로 인상한 뒤 5개월 만에 또다시 인상했다. 동서식품은 인스턴트 커피와 커피믹스 제품 가격을 최근 평균 9.8% 인상하는 등 올해에만 제품 가격을 두 차례나 인상했다.
원유 가격 인상으로 발생한 밀크플레이션이 현실화하며 우유가 들어가는 제품 가격도 1월 1일부터 줄줄이 오를 예정이다. 남양유업은 1일부터 ‘초코에몽’과 ‘딸기에몽’ 편의점 판매가를 1100원에서 1300원으로 200원 올린다. 매일유업은 ‘바리스타룰스’ 등 컵 커피 14종의 가격을 10~12.5% 인상했고, 동원F&B도 ‘덴마크 구워 먹는 치즈’, ‘소와 나무 슬라이스 치즈’ 등 치즈류 전 제품 가격을 10% 안팎으로 인상했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과자와 주스 가격도 오른다. 동서식품의 쿠키 ‘오레오’ 편의점 판매가는 다음 달 1일부터 약 5% 인상된다. 기존 1900원에서 2000원으로 5.3% 오르고, ‘오레오 초콜릿크림’, ‘오레오 화이트크림’과 ‘오레오씬즈’ 등도 일제히 오를 예정이다. 해태에이치티비가 유통하는 ‘썬키스트 훼미리’의 가격도 내년 2월 1일 1만38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인상된다. 썬키스트의 ‘레몬워터 500㎖’는 1700원에서 1800원으로, ‘허니유자 280㎖’도 1800원에서 1900원으로 인상된다.
면화 가격 인상에 옷·신발도 올라…“가격인상이 유일한 해결책”
의류나 신발 가격 인상도 예고됐다. 폴로 랄프로렌 역시 내년 1월 2일부터 스테디셀러 일부 상품 가격을 올린다. 커스텀핏 옥스퍼드 셔츠’ 레드·옐로우 컬러 제품은 17만9000원에서 19만9000원으로 2만원 오른다. ‘헤리티지 코트 II 레더 스니커즈(블랙)’와 ‘스웨이더 오버셔츠(브라운)’도 약 28% 가격이 오를 예정이다.
아디다스는 내년부터 갤럭시6(맨·우먼), 퀘스타 등 일부 제품을 최대 16% 인상한다. 휠라코리아가 전개하는 케즈도 챔피온 캔버스, 킥스타트 레더 등을 포함해 총 10개 제품의 가격이 1만원씩 오른다. 닥터마틴에어웨어코리아는 일부 상품 가격을 최대 10.5% 인상했다.
의류와 신발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제조 시 사용되는 면화 가격 인상 때문이다. 면화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에만 30% 올랐고 올해도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주요 면화 생산지가 올해 기후변화로 인해 수확량이 크게 감소했고 미·중 갈등으로 면화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먹거리부터 생필품, 의류·신발 등이 줄줄이 오르는 상황에서 유통제조사들도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업은 이익을 내기 위해 움직이는데 글로벌 원부자재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제품 가격 인상을 안하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내부에서는 제품 가격을 동결시키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유일한 해결방법이 가격 인상밖엔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제품 가격 인상은 늘 있는 일이지만 보통 2~3년에 한 번씩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면 지난해와 올해는 업체당 2~3차례씩 가격을 올리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또 “기업 입장에서도 가격을 인상하면 소비자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데도 이를 감수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굉장히 힘든 상황”이라며 “내년까지 이 같은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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