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RA 보조금 차별 ‘찔끔’ 완화…리스·렌트 차량 예외, 효과는 글쎄
상업용 차량 판매 비중 미미, 혜택 규모 적어
보조금 정책 시행 유예 등 핵심 대안 끌어내야
한국산 전기차도 리스·렌트 차량 등 상업용 차량은 미국에서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미국은 북미지역에서 생산한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약1000만원)가량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추진해왔는데, 최근 리스·렌트 등 상업용 차량은 생산지를 가리지 않고 보조금 지급하도록 예외를 허용했다. 전기차의 경우 전량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했던 현대차그룹은 세액공제를 한 푼도 받지 못 할 뻔했던 상황에서 벗어나게 됐다. 다만 현대차가 큰 수혜를 보지는 못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30일 우리 정부는 미국 재무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상업용 전기차 세액공제 관련 가이던스를 발표했다고 전했다. 이번 가이던스의 핵심은 북미지역에서 생산하지 않은 전기차라도 리스·렌트 차량 등 상업용 차량으로 구매하면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상업용 전기차 가이던스’에 대해 미국 행정부가 전기차 세액공제 정책과 관련해 지적받는 ‘차별’ 요소를 일부 해소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정부는 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미 재무부에 공식 의견서를 제출하고 수 차례 협의하면서 적극 대응해 왔다”며 “업계가 IRA를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당장 국내 업체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IRA에 따라 미국에서 보조금 수혜를 볼 수 없었던 ‘한국산’ 전기차는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컸는데, 적어도 리스‧렌트 차량에 한해선 이런 걱정을 덜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차의 자동차 수출 물량 가운데 상업용 판매 비중은 3~5%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는 이 비중을 30%대까지 확대해 미국 자동차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력 부문에서 간극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 정도로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세액공제 정책을 3년가량 유예하는 등의 적극적인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한국산’ 상업용 전기차뿐 아니라 일반 판매용 전기차까지 세액공제 대상으로 확대하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지만, 미국의 태도를 봤을 때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대차가 미국에서 전기차 공장을 완공해 생산을 시작할 때까지만이라도 보조금 정책 시행을 미룰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은 미국의 이번 ‘상업용 전기차 가이던스’를 통해 우리 기업이 볼 수 있는 혜택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리스‧렌트 판매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2~3년 만에 리스‧렌트용 차량 판매를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가이던스 발표 이후 미국이 추가로 다른 예외를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보조금 차별 요소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명분으로 보조금 정책 시행을 유예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도 한국과의 협의 과정에서 유예는 어렵다는 입장을 수차례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양국은 지난달 12일 워싱턴 D.C 국무부에서 제7차 고위급 경제협의회를 열고 IRA에 따른 한국산 전기차 보조금 차별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우려와 의견을 다루기 위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도훈 외교부 2차관과 호세 페르난데스 국무부 경제 차관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은 전기차 및 전기차 배터리 생산 등에 대한 한국의 대미 투자 증가가 양국의 경제·국가안보와 청정에너지 목표에 기여한다고 인정했다”며 “양측은 IRA에 대한 한국의 우려와 의견을 다루기 위해 건설적인 논의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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