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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 위한 동물 실험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 높아져 [김한조 바이오 뉴스 돋보기]

동물 실험 줄이자는 법안에 조 바이든 대통령 서명
2022년 37개 신약 FDA 허가…예년보다 저조한 성적

신약 개발을 위한 동물 실험을 대체하는 새로운 방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김한조 스탠다임 글로벌전략본부장] 최근 미국 정부가 국가안보 위협이라는 이유로 중국 제약사 ‘시노바이오팜(Sino Biopharm)’이 진행했던 영국 이중항체 개발 기업 ‘F-스타(F-star Therapeutics; F-star)’ 인수를 중단시켰습니다. 시노바이오팜은 지난해 6월 1억6100만 달러(약 2026억원)에 영국 현지 자회사인 인복스파마를 통해 이중특이 항체 플랫폼을 보유한 F-스타를 인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후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국가안보 위험을 이유로 인수합병을 잠정 중단시킨 것입니다. 인수합병이 잠정 중단되는 동안 CFIUS는 해당 사안에 대한 검토·조사를 진행하여, 이달 말까지 검토를 마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번 인수합병 중단 소식이 알려진 뒤 미국 나스닥 거래소에 등록된 F-스타 주가는 전날 대비 34% 하락했습니다.

미 정부 중국 제약사의 M&A 중단시켜

미국과 중국 간의 관계는 다양한 분야에서 긴장 상태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두 나라가 여러 측면에서 긴밀하게 묶여 있는 것이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바이오텍 회사의 인수 합병이 국가 안보 위험을 이유로 중단되었다는 것은, 양국의 긴장 관계가 계속 진행하고 있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한 국가 안보와 관련된 기술이 더 이상 로켓이나 무기 같은 분야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줬습니다. 생명과학의 수준 차이가 국가 간의 비대칭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정부 지출안에 신약을 개발할 때 동물 실험 외의 대체 방법을 사용해 신약의 안전성 및 효과를 조사하는 법안이 포함됐습니다.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동물을 사용하는 것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FDA는 지난해 6월부터 동물 실험을 대체하는 새로운 방안을 제안하며 해당 법안을 대비한 프로그램을 가동시켜 왔습니다. FDA 프로그램의 세 가지 목표는 더 신속하고 정확한 약물 발굴을 위해 동물 실험을 대체하고, 줄이고, 정제하는 것입니다.

미국 정부는 해당 프로그램에 500만 달러를 지원할 예정입니다. 사실, 500만 달러라는 예산은 ‘정부 예산을 사용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만 담고 있는 것입니다. 더 중요한 사실은 미국 정부 차원의 이런 움직임은 ‘동물 실험을 줄여야 한다’는 명제에 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흐름은 이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술적, 학문적 발전 덕분에 가능해진 것입니다.

인간과 동물은 약에 대한 반응 차이가 있습니다. 동물 실험이 임상 실험에서 성공을 보장해 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신약 개발에서 동물 실험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것보다 더 좋은 도구가 없기 때문입니다. 동물을 사용한 전임상 실험을 거쳐 임상 시험을 수행해도 참여자가 사망하는 등 다양한 문제가 일어납니다. 또한 사람에게 좋은 약이 될 수 있는 물질이 동물에서 효과가 없거나 독성이 크거나 약물성이 부족한 등의 이유로 전임상 시험을 통과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체를 모방할 수 있는 우수한 대체 시스템을 개발하거나, 기존의 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하여 임상 시험 단계를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어느 쪽도 아직 동물 실험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유럽연합의 경우 화장품 개발 과정에서 동물 실험을 아예 하지 못하도록 금지한 사례가 있습니다. 큰 흐름이 이런 방향으로 진행될 것은 명확합니다. 결국 얼마나 신뢰성이 있는 방법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느냐에 따라 큰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신약 허가 위원회 보수적으로 흐를 가능성 높아져

2022년 한 해에 총 37개의 신약이 FDA의 허가를 취득했습니다. 이는 신규조성물(new molecular entities, NMEs)과 생물약을 포함한 것으로 지난 2017년 이래 연간 평균 51개의 신약을 허가한데 비해 저조합니다.

백신, 조영제,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까지 합치면 작년에 승인된 의약품은 총 45개입니다. 치료 영역별로 볼 때는 항암제가 11개로 최다 허가 건수를 기록했고, 희귀질환 치료제 분야에서 7개의 신규 허가가 발생했습니다.

FDA의 신약 허가는 복수의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가 결정합니다. 그런데 모든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합니다.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면서 데이터 중심의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전문가도 사람인지라 사회적 분위기나 최근 일어난 사건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최근에는 임상 3상 시험이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위험 대비 이익이 크다고 판단되는 경우 임상 2상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조건부 승인을 내주기도 합니다. 이후 추가로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식 승인을 내주는 경우가 많이 있었습니다. 이를 ‘가속심사 제도’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승인을 받았던 항암 신약들이 적응증을 철회하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빠른 신약 승인에 대한 의구심이 발생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신약 허가에 대한 위원회의 태도를 더 보수적으로 만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배경이 2022년 신약 허가 개수가 줄어든 사실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말이죠.

최근,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판사와 같은 고도의 판단력이 필요한 업무를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신약의 허가라는 과정 역시 순수하게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인 결정이 될 수 있으면 좋겠죠.

그러나, 이런 판단에서 중요한 점은 ‘주어진 데이터를 잘 해석하는 능력’ 보다는 ‘주어지지 않은 데이터가 무엇이고 그 중요도가 얼마인지를 판단하는 능력’일 것입니다. 문제를 잘 푸는 능력이 아니라 문제가 제대로 주어졌는지를 판단하는 능력 말입니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신약 허가와 관련된 의사 결정이 어려운 이유이고, 당분간은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으로 남을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입니다. 사실 인공지능으로 문제를 풀 때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서 그 결과를 종합하는 전략이 가장 효율적이라 증명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 정부는 중국 제약사 시노바이오팜이 추진했던 영국 바이오 기업 ‘F-스타’의 인수합병을 국가안보 위협이라는 이유로 중단시켰다. [사진 시노바이오팜 사이트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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