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 ‘황금손’이 키우는 걸그룹?…김창수 F&F 회장의 ‘파격실험’ 통할까
F&F, 엔터테인먼트 자회사 설립
초대 수장으로 최재우 대표 선임
K패션과 K팝 시너지 효과 기대
‘4강 구도’ 판도 뒤집을지 주목
[이코노미스트 김채영 기자] 패션업계 ‘황금손’으로 불리는 김창수 F&F 회장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도 진출하며 글로벌 걸그룹 육성에 나선다. SM, YG, JYP, 하이브 등 엔터테인먼트 ‘빅4’가 K팝 시장에서 6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회장이 또 한 번 황금손 기질을 발휘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 오디션 연다…지난해부터 콘텐츠 사업 투자
업계에 따르면 MLB,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등 패션 브랜드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는 패션기업 F&F가 엔터테인먼트 자회사를 설립하고 최근 활동을 시작했다. 초대 수장으로는 기획형 프로듀서이자 작사가, 뮤직 콘텐츠 투자유통전문가인 최재우 대표가 선임됐다.
최재우 대표이사는 지난 12년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서 근무하며 방송 음원과 드라마 OST 등 다양한 글로벌 뮤직 콘텐츠 투자유통을 진행해왔다. ‘별에서 온 그대’, ‘시크릿 가든’, ‘김비서가 왜 그럴까’ 등 한류 드라마 OST와 다양한 프로젝트성 앨범을 기획·프로듀싱한 것으로 전해졌다.F&F 엔터테인먼트의 첫 프로젝트는 대형 글로벌 오디션이다. 세계 각국에서 K팝 스타를 꿈꾸는 우수한 지원자를 받아, 대중의 투표를 기반으로 최종 데뷔그룹을 선정하는 K팝 걸그룹 선발 프로젝트다. F&F는 사전 온라인 투표부터 데뷔까지의 전 과정을 지상파 방송을 통해 공개할 계획으로, 해당 오디션 프로그램은 올해 하반기 진행될 예정이다.
업계에선 F&F의 엔터테인먼트 사업 진출이 지난해부터 철저히 준비된 것이었다고 보고 있다. F&F는 지난해 3월 드라마 제작사 ‘빅토리 콘텐츠’ 지분 50.77%를 사들인 것을 시작으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이후 웹드라마 제작사 ‘와이낫 미디어’와 애플TV 닥터 브레인의 제작사 ‘바운드 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하는 등 콘텐츠 사업에도 관심을 보여왔다.
K패션과 K팝의 시너지 효과? 기대와 우려
F&F가 엔터 사업을 전개하게 된 배경엔 쌍끌이 전략을 노린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자사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라이선스 브랜드들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디션 지원자들이 MLB, 디스커버리 등의 의상을 입고 오디션 경연에 등장하면 자연스럽게 광고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전개하면 중국 시장 진출이 용이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 셀럽들의 영향력이 워낙 크다 보니 관련 광고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도 있고,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게 되면 연예인을 활용한 마케팅을 펼치기도 쉬워 해외 시장 진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패션전문성이 강한 기업의 이례적 행보를 불확실하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SM, YG, JYP, 하이브 ‘4강 구도’로 움직이고 있는 K팝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나선 F&F가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패션업체 중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나선 것은 F&F가 최초인 것 같다”며 “그간 패션업계가 코로나19 여파와 불경기 영향을 받아 고른 매출을 내지 못하고 있어 신사업을 전개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K팝 시장에서 ‘빅4’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이 판도를 뒤집기엔 힘들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F&F 측은 패션에서 쌓은 글로벌 브랜딩과 마케팅 노하우를 K팝 산업에 접목해 세계적 아티스트를 육성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패션 브랜드를 해외에서 성장시킨 고도의 기획력을 아이돌 육성 방식에 적용하겠다는 설명이다. F&F 관계자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으로 세계를 아우르는 브랜드 팬덤을 만들었던 노하우로 세계적인 라이프스타일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K팝 스타를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F&F는 MLB와 디스커버리 등 해외 지적재산권(IP)를 들여와 라이선스 브랜드로 론칭해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F&F의 2021년 누적 매출액은 약 1조4800억원, 영업이익은 4200억원으로 추정된다. 1992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액이 1조원을 넘어서며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에도 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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