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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라방런' 시대...온라인 쇼핑도 진화한다 [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홈쇼핑과 온라인 쇼핑몰의 대안책, 라이브 커머스
라이브 방송 시간 맞춰 입장하는 일명 '라방런'까지 등장
홈쇼핑, IT, 유통업계 등에서 라이브 커머스 잇따라 출시


실시간 방송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라이브 커머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
지난해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는 ‘라방런’(라이브 커머스와 오픈런의 합성어)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대박을 터뜨렸다. 11번가는 협력관계에 있는 글로벌 전자 상거래 업체 아마존과 블랙프라이데이에 맞춰 미국의 틈새 시간대인 서부시간 0시, 한국시간 오후 5시부터 2시간 정도 라방(라이브 커머스)를 실시했다.

지난해 11월은 달러 환율이 치솟아, 상황이 여의치 않았음에도 11번가는 아마존을 설득해 라방 특별 할인을 얻어냈다. 이처럼 11번가가 라이브 커머스의 장점을 극대화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실제 이날 11번가는 라방 진행자를 통해 블랙 프라이데이의 열기를 감성적으로 자극하고,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경험할 수 없는 제품의 성능 시현을 선보였다. 전문가의 코멘트까지 실시간 댓글로 노출됐다. 또 소비자들이 라방 채팅창에 올리는 요구사항들은 바로 해결해 줬다.

이날 팔린 아이템 중 하나인 ’마샬 스피커‘의 경우도 해당 상품 라방 진행자는 실시간으로 소비자가 쓰는 댓글에 반응하는 동시에 마샬 스피커 정보를 소개하고, 해당 상품으로 음악을 틀어 성능을 즉시 보여줬다. ‘실시간 랭킹쇼’도 진행했다. 11번가는 랭킹쇼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실시간으로 많이 팔리고 있는 인기 상품 랭킹을 1위부터 5위까지 공개했다. 소비자가 랭킹을 확인하면서 다른 사람들은 지금 무엇을 사는지, 어떤 브랜드가 인기인지 등을 알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방송 시작 전부터 대기하던 시청자들 35만명이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의 진풍경처럼 오픈런을 만들어 냈다.

상품은 주로 디지털 기기 구매가 이뤄지는 아마존 직구의 특성을 살려 외장하드, 그래픽카드, 스피커 등이 라방의 주요 상품으로 전면 배치됐다. 관세·부가세 페이백 등 라이브 방송 중에만 제공되는 혜택도 선보였다. 디지털 기기에 관심이 많은 젊은 세대가 주 시청자층이라는 것을 보여주듯 AMD의 그래픽카드는 방송 시작 26분 만에 동났다. 이날 유튜브 라방에는 82만명이 몰려 ‘라방런’이란 말이 실감이 나는 것은 물론, 앞으로의 라이브 커머스가 어디까지 진화할지 기대가 되는 사건이었다.   

기존 온라인 쇼핑몰 한계 뛰어넘는 '라방' 

롯데홈쇼핑이 운영하는 라이브 커머스 '엘라이브'.  [롯데홈쇼핑 화면캡처]

이처럼 라이브 커머스는 유통 업계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라이브 커머스란 라이브 스트리밍과 커머스의 합성어다. 제품을 보여주고, 데모를 통해 기능적 특성을 친절하게 설명하며 판매한다는 점에서 TV홈쇼핑과 유사하다. 그런데 언제든 접근 가능한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과 양방향성의 소통구조가 가장 큰 차이다.

또 기존 인터넷 쇼핑의 한계를 뛰어넘는 감성적 만족감을 만들어 낸다는 큰 장점이 있다. 온라인 쇼핑은 구매 전 과정에서 물리적 이동성을 없애고 편하게 쇼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인간의 소통을 통한 감성적 만족을 만들어 내진 못했다. 라이브 커머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몰고 온 비대면 트렌드를 타고 MZ세대를 중심으로 중요한 유통 채널로 급속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라이브 커머스의 또 다른 매력은 콘텐츠의 새로운 즐거움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고도화되면서 인터넷을 통한 라이브 방송의 환경이 제공되자 제품이나 경험을 공유하는 방식도 직관적이고 실감 나는 라이브 중심으로 바뀌었다. 라이브 커머스 영상은 현장감과 생동감을 보여주면서 기존의 스튜디오 중심 경험을 제공해 주는 홈쇼핑과, 텍스트와 사진 이미지, 혹은 녹화 영상 중심의 온라인 쇼핑 속 소비자 경험을 확 바꾸어 놓았다.

이를테면 제주도 감귤농장의 농장주가 감귤 밭에서 바로 수확한 감귤을 직접 시식하고 토양의 비옥함을 보여 주며 감귤을 파는 식이다. 포항의 문어를 팔면, 직접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잡는 장면을 라이브로 보여주며 문어를 파는 것이다. 물론 일부 TV 홈쇼핑 기반의 라이브 커머스는 스튜디오에서 전문 인력이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같이 생산자가 직접 소통하는 라이브 커머스가 제공하는 여과되지 않은 ‘날 것’의 경험은 지금까지 홈쇼핑이나 인터넷 쇼핑몰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즐거움을 제공한다.

판매자와 직접 소통하며 제품의 속성과 품질을 보다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경험은 소비자의 신뢰로 이어진다. 진정성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고 있는 디지털 시대의 마케팅에서 소비자와의 신뢰는 많은 투자와 시간이 필요한 것이지만, 라이브 커머스의 실시간 현장 소통 방식은 이 부분을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해결해 준다. 특히 중소상공인들에게 라이브 커머스가 환영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라이브 방송이라는 한계성도 존재...정부지원 필요
 
GS25가 편의점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GS25 앱 화면캡처]
서울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라이브 커머스 이용률은 57.9%에 달한다. 2020년 대비 2배 이상 늘었고 30대 이용률이 66.2%로 가장 높게 나왔다. 40대와 20대가 그 뒤를 이었다. 시장규모도 2020년 당시 4000억원 정도였으나 올해는 10조원 수준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나타낼 것으로 교보증권 리서치센터는 내다봤다.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라이브 커머스의 성장은 TV와의 경계를 없애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의 진화로 이어진다. TV 기반의 홈쇼핑 채널인 CJ온스타일은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프로그램인 ‘엣지쇼’를 TV 홈쇼핑으로 내보내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플랫폼 경계를 넘나들며 경계 없는 소비를 즐기는 30~50대 시장을 공략한 것이다.

심지어 럭셔리 명품도 라이브 커머스로 판매한다. CJ온스타일이 온라인 명품 플랫폼인 ‘머스트잇과 함께 라이브 커머스를 시작하자 롯데홈쇼핑 채널인 롯데온도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프랑스 출신 방송인 파비앙을 출연 시켜 명품 라이브 커머스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이처럼 TV홈쇼핑채널들이 라방에 진심인 이유는 갈수록 노령화하는 기존 홈쇼핑 소비자들을 젊은 소비자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CJ온스타일이나 롯데온에 따르면 라방으로 유입된 소비자층의 평균연령은 35세로 젊어졌다고 한다.

라이브 커머스 전용 플랫폼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졌다. 2020년 5월과 7월에 두 달 간격으로 서비스를 론칭한 카카오와 네이버는 이 시장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이어 가고 있다. 네이버가 오픈 플랫폼 전략으로 중소 상공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한 반면 카카오는 먼저 시장에 론칭했음에도 콘텐츠 전반의 기획과 운영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폐쇄적인 플랫폼 전략으로 ‘고급화’에 주력했으나 결과적으로 네이버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라이브 커머스 시장의 절대 강자인 네이버와 경쟁에서 열세를 만화하기 위해 카카오는 국내 최초 개방형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인 ‘그립’에 1500억을 투자하고 최대 주주가 됐다. 그립은 네이버와 카카카오 보다 규모는 작지만, 라이브 커머스 방송이 게임처럼 하나의 콘텐츠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등 끊임없는 새로운 시도를 운영해 수십만의 MZ세대 단골손님을 보유한 ‘라방’으로 꼽힌다. 온라인 쇼핑의 최대 강자인 쿠팡도 이 시장을 그냥 둘리 없다. 쿠팡도 2020년 말 ‘쿠팡라이브’라는 채널을 개설하고 방송 규제 등 사업 불확실성이 많았던 시장 초기를 지나 지난해부터 조심스럽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제조업체들도 라이브 커머스를 D to C(Direct to Consumer) 마케팅의 수단과 소비자와의 실시간 소통 채널로 활발히 활용하고 있다. 코웨이는 ‘ 코웨이 라이브’라는 자체 라이브 커머스 채널을 만들어 빠른 속도로 소비자를 자사몰로 유입시키고 있다. 한샘도 지난해 ‘샘 라이브’ 서비스를 출범시켜 소비자와의 실시간 쌍방향 소통 채널로 활용하며 소비자 위치를 기반으로 인근 대리점을 연결해 주는 연계 서비스를 개발했다. 오프라인 가구몰인 이케아코리아도 ‘이케아 라이브’라는 이름으로 홈 피니싱 전문가들이 소비자와의 상담을 하고 소비자의 피드백을 반영하는 소통채널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라이브 커머스는 기존의 홈쇼핑과 온라인 쇼핑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적 온라인 유통채널로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아 나가고 있지만 한계도 있다. 라방의 핵심이 라이브라는 점 때문에 시청자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판매가 대량으로 이뤄지기 어렵다. 따라서 시청자를 확보하려면 별도의 마케팅을 통해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는 부담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일부 채널들은 라방이 종료된 후에도 다시 보기를 통해 방송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지만 실시간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서비스의 최대 강점인 만큼 효과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판매자의 상당수가 많은 자원을 가지지 못한 중소 상공업자나 생산자들이기에 이들이 TV와는 달리, 과장광고에 대한 방송통신 심의위원회의 심의가 없는 ‘라방’에서 효과나 품질에 대한 과장을 할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것으로 돌아가고 플랫폼은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다. 따라서 과장광고의 피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정부차원의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한신대 IT 영상콘텐츠학과 교수다. 광고회사와 공기업, 플랫폼과 스타트업에서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인도와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글로벌브랜딩에 관심을 가졌고 공기업 경험으로 공기업 브랜딩, AR과 플랫폼 기업에 관여하면서 플랫폼 브랜딩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2023년 서울에서 열리는 ADASIA 사무총장으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허태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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