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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 경쟁’ 본격 뛰어든 KB금융...‘신한, 게 섰거라’

KB생명-푸르덴셜 통합 KB라이프 출범
미약한 생보사업 강화 기회...신한과 격차 줄일까

지난 12일 서울 강남 역삼동 KB라이프타워에서 열린 ‘2023년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이환주 대표이사 사장(오른쪽 여섯 번째) 이하 60여 명의 임원 및 부서장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KB라이프생명]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KB금융지주(KB금융(105560))가 이달 KB라이프생명을 새로 출범시키며 KB-신한 ‘공룡 금융지주’ 간 생명보험사 전쟁에 불씨를 지폈다. 그동안 손해보험 대비 생보 부문이 약했던 KB금융은 새 출범한 KB라이프생명을 통해 미약했던 생보시장에서의 존재감을 확대하고 벌어진 신한금융지주(신한지주(055550))와의 생보 사업 격차도 줄인다는 전략이다.  

플랫폼 사업 강화...GA채널 기대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라이프생명은 이달 12일 ‘2023년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하고 중장기적 전략 방향과 과제를 논의했다. 이달 1일 출범한 KB라이프생명은 KB금융이 지난 2020년 인수한 푸르덴셜생명과 기존 생보사, KB생명을 통합한 법인이다.  

상대적으로 손보 대비 생보 부문이 약점으로 꼽혀온 KB금융은 안정적 재무구조와 순익을 내던 외국계 생보사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성공했고 이달 양사를 통합해 출범시켰다. 이로써 KB금융은 ‘KB라이프생명-KB손해보험’으로 이어지는 안정적인 생·손보 보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게 됐다.

이환주 KB라이프생명 사장은 이날 전략회의에서 금융플랫폼으로의 성장을 중장기 목표로 제시했다. 특히 이 사장은 “채널, 상품, 서비스를 토대로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프리미엄 종합금융 플랫폼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히며 ‘프리미엄’을 강조했다. 현재 모든 금융사들이 플랫폼 사업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보다 차별화된 서비스로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재 KB금융은 은행, 보험, 카드, 증권 등 전 금융권에서 업계 상위권 계열사를 보유 중이다. 금융당국이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상당부분 풀어주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기초로 자산관리 및 헬스케어 등 생활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은 당연히 시도할 수밖에 없는 사업 분야다.  

KB금융은 이번에 몸집이 크게 확대된 생보사를 출범시킨 만큼 KB라이프생명을 중심으로 상품 차별화, 고객 서비스 진화 등을 꾸준히 추진해 금융플랫폼에서 강점을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신한금융과의 생보 부문 경쟁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신한금융은 2019년 오렌지라이프생명을 인수, 기존 신한생명과 통합시켜 지난 2021년 7월 신한라이프를 출범시켰다.  

이미 안정적 실적을 자랑하던 두 생보사가 합쳐져 탄생한 신한라이프는 총자산만 68조원에 달하며 삼성생명(032830), 한화생명(088350), #교보생명 등 빅3 생보사 다음으로 몸집이 큰 회사로 성장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순익은 3679억원으로 업계 2위를 차지했다.  

반면 KB라이프생명은 KB생명-푸르덴셜생명 통합 법인임에도 총자산은 약 33조5000억원으로 업계 8위권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푸르덴셜생명의 순익은 1827억원이지만 KB생명은 478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당장은 KB-신한 간 생보 부문 격차가 큰 상황이다.  
[자료 생명보험협회]

KB라이프생명은 푸르덴셜생명 설계사 조직을 분리해 지난해 출범시킨 판매전문회사(보험대리점·GA) KB라이프파트너스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약 1600여명의 설계사 조직을 갖춘 KB라이프파트너스는 계약 체결사가 생보사 3곳, 손보사 6곳 정도에 불과하고 지난해 상반기 실적도 적자를 냈다. 하지만 자산관리 및 법인영업 등의 시장에서 강점을 보이는 기존 푸르덴셜생명 출신 설계사들의 역량과 함께 판매 제휴사를 더 확장하면 KB라이프파트너스의 실적도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보험시장이 GA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도 KB라이프생명엔 호재다. 특히 이 사장이 공식 취임 전 첫 행보로 KB라이프파트너스 각 지점을 찾아 직원들을 격력한 것도 그만큼 성장 기대치가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KB-신한 생보사, ‘빅3 구도’ 깰까    

KB라이프생명이 장기적으로 기존 빅3 시장 구도를 깨뜨릴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출범 후 KB라이프생명은 2030년까지 업계 3위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국내 굴지의 금융지주사 소유의 생보사인 만큼 그에 걸맞는 몸집과 실적을 갖춰 생보시장을 재편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당장 갈길은 멀어보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생명(281조원), 한화생명(125조원), 교보생명(112조원)의 총자산은 모두 100조원을 넘어섰다. 이후 신한라이프(68조원), NH농협생명(59조원), 미래에셋생명(38조원) 등이 상위권을 형성했다. 총자산이 33조원 수준인 KB라이프생명이 장기적으로 빅3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추가 생보사 인수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신한라이프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2023년 경영전략회의에서 박경원 재무그룹장이 핵심 재무전략을 발표하고 있다.[사진 신한라이프]

다만 순익면에서는 KB-신한의 생보사들 모두 생보업계 상위권을 충분히 노려볼 수 있을 만하다. 신한금융의 신한라이프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생보 부문 순익 2위를 달성했고 최근에는 애플과 손을 잡아 애플워치에 헬스케어 서비스를 이식하는 등 디지털 헬스케어를 신 성장동력으로 삼고 집중 투자 중이다. 

KB라이프생명도 통합 출범 후 플랫폼, GA부문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낸다면 실적 반등이 가능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은 KB금융이 사실상 생보시장 경쟁에 뛰어들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고 봐야 한다”며 “이제라도 본격적으로 뛰어든 만큼 장기적으로 빅3 중심의 생보시장 구조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통합 출범 이후 KB생명-푸르덴셜생명 간 화학적·물리적 결합을 원만히 진행하는 것은 KB라이프생명의 최대 과제다. 신한라이프도 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 통합 이후 노사 갈등 등으로 잡음이 이어져 애를 먹은 바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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