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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당국 압박에 용퇴 결정…우리금융 ‘내부출신’ 회장 가능성↑(종합)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이사회에 연임 않겠다는 의사 전달
이사회, 노조 반발 등 의식해 ‘내부 출신’ 회장 선택할 수도
중징계 행정소송, 우리銀 구상권 소송 등 이유로 진행될 가능성 높아

우리금융그룹 본점 앞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금융당국 압박에 결국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연임을 포기했다. 라임 펀드 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중징계와 이후 당국 수장들이 연이어 ‘최고경영자(CEO) 책임’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사퇴 압박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에서는 차기 회장에 누가 오를지 관심이 집중된다. 

손 회장, 당국의 사퇴 압박에 결국 용퇴 결정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 회장은 이날 오후 2시 열리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 앞서 이사회에 연임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손 회장 임기는 오는 3월 25일 만료된다.

이날 임추위가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해 서울 모처에 모여 1차 후보군(롱리스트)를 결정한 예정인 가운데 손 회장이 스스로 연임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내놓으면서, 임추위는 1차 후보군 명단에서 손 회장을 제외하게 됐다. 

손 회장의 용퇴 결정은 최근 불거진 라임 펀드 책임론이 가장 큰 원인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라임 펀드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에 대한 금감원 문책경고 조치를 의결했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해임권고·직무정지·문책경고·주의적경고·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앞으로 3~5년간 금융사 취업이 불가능하다. 

이후 금융권에서는 손 회장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징계 때처럼 중징계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및 행정소송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특히 지난해 12월 14일 대법원이 DLF와 관련해 당국의 징계취소 소송에서 손 회장의 최종 승소를 결정하면서, 손 회장이 라임 펀드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금융당국 수장들이 연이어 CEO 책임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0일 라임 펀드 관련 손 회장 중징계에 대해 “금융위의 논의를 거쳐서 어떤 의사결정을 내린 게 정부의 뜻”이라며 “일반 직원의 문제가 아니라 CEO 책임을 물어야 된다고 이미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손 회장의 거취를 겨냥해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기대한다”고 발언했고, 김 위원장이 이에 대해 “상식적인 말 아니냐”고 잇따라 지원했다.

업계에서는 손 회장이 우리금융 민영화와 사상 최대 실적, DLF 대법원 승소 판결까지 받아낸 만큼 라임 펀드 징계 관련 소송도 해볼만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당국이 직접적으로 손 회장을 겨냥한 발언들을 내놓자 손 회장의 침묵이 길어졌고, 결국 이사회에 용퇴 의사를 낸 것으로 보인다. 

차기 회장에 내부 출신 인사 오를 가능성 높아

손 회장의 용퇴 결정으로 금융권은 우리금융 차기 회장이 누가 될 것이냐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 차기 회장 후보군에 이원덕 우리은행장,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남기명 전 우리은행 부문장, 정원재 전 우리카드 사장 등 전현직 내부 인사들이 거론되고 외부 출신으로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내부 인사가 차기 회장에 오를 것이란 가능성을 내놓고 있다. 금융노조까지 나서 우리금융의 낙하산을 반대하고 나선 상황이라 이사회가 외부 인사를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결정하게 되면 외압이 발생했다는 비난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21년 말 완전 민영화도 이룬 만큼 우리금융에 외부 인사 회장이 올 경우 관치 비판이 커질 우려가 있다. 이는 금융당국과 정부에도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내부 출신 인사 중에선 이원덕 행장, 박화재 사장, 정원재 전 사장 등이 차기 회장에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임추위는 18일 롱리스트를 발표한 후 오는 27일 회의에서 최종후보(숏리스트)를 확정할 예정이다. 통상 3월 말 열리는 주주총회 일정을 맞춰야 하는 만큼 임추위는 늦어도 2월 중에는 차기 회장 내정자를 확정할 계획이다. 

손 회장, 차기 회장 포기했지만 행정소송은 진행할 듯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 우리금융]
손 회장이 차기 회장 레이스에서 빠지기로 했지만, 당국의 중징계에 대한 행정소송은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우리은행이 라임 펀드 건으로 647억원 규모의 구상권 소송을 신한금융투자(현 신한투자증권)와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 회장이 라임 펀드 사태에 대해 본인 책임으로 인정하고 문책경고를 받아들이게 되면 이 소송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문책경고에 대한 행정소송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금융위가 지난 9일 내놓은 ‘2022년 제20차 금융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법률 위반과 관련한 증거 불충분, 조사 미비, 중징계 수정 제안 등이 나오면서 손 회장이 소송에 나설 경우 승소할 가능성도 충분한 상황으로 여겨진다.  

이 의사록에 따르면 한 위원은 “부행장을 불러서 조사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인정하고 가셔야 한다”고 당국의 조사 미비에 대해 지적했고 “행장에 대해서는 문책경고 아니면 주의경고로 가야 되는 것 아니냐 하는 판단을 한다”며 중징계 수정 제안을 내놨다.

당국이 손 회장에 책임을 물으며 제시한 자본시장법 제49조에 대해서도 다른 위원은 “판례나 행정제재 선례, 학설이 없다”며 “제49조 위반과 관련해 과연 (라임 펀드) 사건에서 증거로 채택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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