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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12년 만에 바뀐 새 제도에 "바쁘다 바빠"[보험톡톡]

올해부터 신 지급여력제도 킥스 시행, 기존 RBC 대체
자본·부채 산출법 달라지며 실무진 '진땀'...당국도 제도 연착륙 노력

금융감독원 본점.[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올해부터 새 건전성 지표인 신 지급여력제도(킥스·K-ICS)가 시행되면서 보험업계가 분주한 한해를 보낼 전망이다. 미국식 지급여력(RBC)비율이 도입된 2011년 이후 12년 만에 지급여력기준이 교체돼 보험사 리스크관리 실무진들이 새 제도 적응에 애를 먹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이에 금융당국은 킥스 시행에 따른 보험사 시정조치를 당분간 유예하고 킥스 설명서를 발간하는 등 실무진들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도입 초기 적응시간 준다지만...실무진 '고충' 커질듯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킥스 도입 후 첫 분기 결산 시점인 올해 3월 말까지는 보험사들의 새 제도 적응을 위해 유예기간을 준다. 올 1분기 결산에서는 기존 RBC비율을 그대로 적용한다는 얘기다. 다만 이후 회계결산 때부터는 IFRS17에 근거한 킥스 비율을 산출해야 한다. 

또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최대 5년까지 새 제도 도입 후의 영향만으로 보험사들에게 시정조치를 내리지는 않을 방침이다. 만약 올해 보험사 킥스비율이 100% 미만이더라도, 기존 제도인 RBC비율이 100%를 상회할 경우 적기 시정조치를 유예해준다는 얘기다. 또 킥스 관련 업무보고서 및 경영공시 제출기한도 최대 3년까지는 기존보다 1개월 연장해주기로 했다. 이러면 기존 분기 결산보고서는 2개월에서 3개월로, 연도결산은 3개월에서 4개월로 연장된다. 새 제도 적응시간을 부여해 보험사들의 업무부담을 완화해준다는 취지다. 

킥스 이전 보험업계가 활용해온 RBC비율은 보험사의 가용자본(자산)을 요구자본(보험부채)으로 나눈 값으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능력을 측정하는 지표로 활용돼왔다. RBC비율이 높을수록 재무건전성이 양호한 것으로 평가되는데 현 보험업법상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하며 금감원 권고치는 150%다. 

이 제도는 2011년 도입됐다. 이전까지 유럽식(EU) 지급여력제도를 채택해 운영해오던 금융당국은 이후 자산운용리스크 통제 필요성이 증대되며 미국식 RBC제도를 도입해 운영해왔다. 하지만 RBC제도 역시 글로벌 보험자본규제 기조와 다소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또한 자산은 시가로, 부채는 원가로 평가하는 현 RBC제도는 건전성 착시효과를 불러와 재정 관리 감독목적 달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자 킥스로 지급여력제도가 다시 한 번 바뀌게 됐다. 이에 보험업계는 12년 만에 새로운 제도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RBC제도와 킥스(K-ICS)제도 비교.[자료 금융감독원]

킥스의 기본적인 원칙은 자산과 부채 모두 시가로 평가되는 IFRS17 하에서 새로운 지급여력 기준을 만든다는 데 있다. 회계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보험사의 자산·부채 평가법, 요구·가용자본 산출법 등이 모두 바뀌게 된다. 

예컨대 시장금리가 7%인 시절에 저축보험에 가입한 A가 있다. 이 사람은 10년, 20년 만기 때 가입 시절 7%를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받는다. 보험사가 가입시점의 금리에 따라 나중에 만기 시 돌려줘야 보험금(보험부채)을 미리 계산한다는 얘기다. 이러면 보험부채 예측이 어느정도 가능했고 이에 맞춰 어느 정도의 준비금을 쌓아야 하는지도 가늠이 됐다.

하지만 IFRS17 하에서는 7%때 가입한 가입자라도 지급시점의 금리를 감안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시가’ 기준이므로 보험부채가 달라진다. IFRS17과 킥스 제도 하에서는 매 회계연도 결산시점에 시장금리를 계산해 보험부채를 평가한다. 현재 원가로 평가하는 방식이 아닌 시가로 평가할 경우 시장금리에 따라 보험부채는 장부상 변화하게 된다. 지급여력비율을 산정하는 방식 자체가 크게 달라지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지급여력기준이 필요했고 그래서 등장한 제도가 킥스다. 자산과 부채를 모두 시가로 평가하면 급격한 금리 인상 등 시장환경 변화 및 정책적 판단과 무관하게 지급여력비율의 변동성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특히 보험사들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급격한 금리인상 속, 채권 손실이 커지며 가용자본이 크게 하락해 RBC비율이 급락한 바 있다. 이런 급격한 변동성을 막겠다는 취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 회계기준 상에서는 자산과 부채를 따로 평가해 상호연관성을 고려하지 않은 회계보고서가 나왔다”며 “이제는 자산과 부채의 평가기준이 같아져 보다 일관된 기준의 회계보고서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다만 보험사들은 당분간 새 제도 도입에 따른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가용자본과 요구자본을 산출하는 기준이 모두 바뀐 상황에서 보험 리스크관리 실무진들의 애로사항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금융당국은 새 제도 도입 전부터 보험업계와 간담회 등을 개최하며 제도 연착륙에 힘써왔다. 이달 초에는 킥스의 산출 배경 및 결론도출 근거를 설명하는 킥스 설명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또 보험사 리스크관리 실무역량 지원 강화를 위해 담당자 실무교육도 이달 진행했다. 

하지만 당장 보험사 실무직원들이 새 제도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새로 발행한 자본증권이 가용자본으로 인정되는 지 등의 내용처럼 회계 실무에 필요한 질의사항들을 정리해서 당국에 보내고 답변을 받았지만 일단은 회계장부를 여러번 작성해가며 결과를 도출하는 등 적응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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