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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손준비금 더 쌓아라”…당국 규제 오히려 ‘호재’되나

금융위, 상반기부터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시행
미래 반영한 대손준비금 적립하도록…배당 영향 불가피
“은행권 ‘눈치보기’ 사라지고 제도 완비” 불확실성 해소 의견도

(왼쪽부터) KB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본점이 보인다.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금융당국이 필요 시 은행에 대선충당금을 더 적립할 것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감독규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주주 배당금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지만, 한편에서는 규제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위,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신설…“잠재 부실에 대비해야”

30일 금융위원회는 은행권 손실흡수능력 확충과 관련해 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해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등 은행업감독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올해 상반기 중으로 관련 개정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개정안의 골자는 예상되는 은행의 손실을 점검하고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이를 추가 적립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대손충당금은 은행이 보유한 채권 등을 평가해 회계 기준에 따라 돌려받지 못할 대출에 대비해 쌓아두는 자금을 말한다. 대손준비금은 이렇게 쌓은 충당금이 감독 목적상 미달할 경우 이익잉여금에서 별도로 적립한 것을 말한다. 대손준비금은 보통주자본으로 인정은 되지만, 대손충당금과 마찬가지로 배당은 불가능하다. 

지금까지는 대손충당금을 쌓았더라도 추가적으로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당국이 은행에 요구할 제도적 근거가 없었다. 특히 은행업감독규정상의 최저적립률에 따라 은행들이 쌓는 충당금 적립 비율은 정상여신의 경우 0.85%, 요주의는 7%, 고정은 20%, 회수의문은 50% 추정손실 100% 등이다. 이를 은행이 지키면 당국이 요구하지 않는 이상 추가적으로 쌓을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결국 산출된 금액으로는 최근의 경기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이 지적돼 왔다. 

사후적으로 발생하는 부실채권 증가에 대비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당국의 협의하에 은행이 대손준비금을 마련하는 구조여서 결국 은행들이 기준이 없이 손실흡수능력을 확대하는 상황이었다. 

이번 개정안이 나온 이유는 최근 2~3년 간 진행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부실채권이 사상 최저치로 내려가는 기현상이 발생한 데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대손충당금을 쌓아 놨지만, 당국은 부실채권 감소가 대출 상환 유예와 이자 감면 등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고 더 많은 충당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금융위에 따르면 은행권의 총여신은 지난해 9월 2541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연도별로 2020년 말에는 2171조원, 2021년 말에는 2372조원 등을 기록했다. 하지만 여신이 증가한 상황에서도 부실채권액은 ▶2020년 말 13조9000억원 ▶2021년 말 11조8000억원 ▶2022년 9월 말 9조7000억원으로 큰 규모로 줄었다. 

지난해 9월 현재 은행권의 평균 대손충당금적립률은 223.9%를 기록하고 있다. 결국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높아진 것도 부실채권이 줄어든 결과인 만큼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상황이다. 

금융위 관계자도 “금리 인상과 코로나19가 지속된 상황에서 금융지원이 이뤄진 착시효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이에 은행들의 예상손실을 점검하고 은행이 추가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법적 기준을 마련해 대손준비금을 더 쌓도록 할 방침이다. 

배당 우려에도 외국인 매수 이어져 “불확실성 제거”

서울 시내에 설치된 은행 ATM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은행권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금융위가 은행의 대손준비금을 더 늘리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보고 향후 주주 배당이 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당국만 아니라 은행권에서도 이번 개정안이 대출의 잠재적 연체에 대비한다는 점과 규제의 불확실성까지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는 시각도 많은 분위기다.  지금까지는 은행들이 당국의 ‘눈치보기’에 따라 대손준비금을 확대해왔다면, 앞으로는 제도적 근거에 따라 충당금을 관리할 수 있게 돼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11월에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국내 외국계 증권사에서 은행 등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들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만나 지적한 부분도 ‘당국의 규제 불확실성’이다. 

그만큼 당국이 앞으로 구두가 아닌 평가 기준에 비춰 대손준비금 추가 적립을 요구하게 되는 만큼 은행만 아니라 주주 입장에서도 배당 변화 여부를 예측할 수 있게 된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외국인 투자자들도 해당 감독규정 개정안이 발표된 26일 이후로 국내 금융지주 주식을 매수하고 있다. 26~27일 이틀 동안 외국인의 주요 금융지주 순매수는 ▶신한지주(055550) 487억원 ▶우리금융지주(316140) 407억원 ▶하나금융지주(086790) 239억원 ▶KB금융(105560) 68억원 등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3월 은행의 책임성을 강조한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은행주가 계속 오른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개정안도 은행 건전성과 관련돼 있어 은행 경영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기대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대손충당금이 외국계 은행보다 적은 수준에서 쌓여 있고, 코로나19 시국을 지나면서 당국이 지속적으로 충당금 추가 적립을 이야기해 왔다”며 “제도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규제의 불확실성을 줄인 것으로 본다면 은행 입장에서 나쁜 것은 아니라고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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