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에 발목 잡힌 ‘덕천공원 조성사업’…소송전으로
시행사 IPC개발, 민간공원 특례사업에 매년 8억원 지출
문화재위원장 상대 형사고소장 제출, 소송전으로 비화
문화재위원회 “성곽 보존 위해 지형 훼손 안 돼”
[이코노미스트 민보름 기자] “최근 금리가 오르고 있어 사업지연에 따른 손해가 점점 더 커질 예정이다. 소송을 할 수 밖에 없다.” ‘덕천공원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 시행자인 IPC개발 관계자가 말했다.
30일 [이코노미스트] 취재에 따르면 구포왜성 보존 문제로 사업이 지연되며 불거진 IPC개발과 부산광역시 문화재위원회 간 갈등이 소송전으로 본격 비화하고 있다. 신속한 사업진행을 바라는 IPC개발과 ‘문화재 보존 원칙’ 하에 이를 반대하는 시 문화재위원회의 입장이 평행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IPC개발은 지난 18일 신경철 문화재위원장(전 부산대 고고학과 교수)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와 강요죄, 협박죄, 업무방해죄 혐의로 형사 고소장을 접수한 상태다.
IPC개발은 형사사건 진행결과에 따라 손해보상청구 등을 위한 민사소송 또한 진행할 예정이다. 이 회사인 2020년 1월 사업부지 매입비로 부산시에 135억원을 예치한 데 이어 현재까지 사업비 약 43억원을 지출하는 등 매년 금융비용을 포함해 8억원을 지출했다는 입장이다.
부산 문화재 '구포왜성', 민간공원 특례사업 부지에
발단은 부산시가 2017년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도입하면서 추진한 덕천공원 개발사업 부지(부산광역시 북구 덕천동 산93번지 일대 총 15만5982㎡)에 문화재인 구포왜성이 포함된 데 있다. 구포왜성은 임진왜란 당시 왜적이 돌을 쌓아 만든 일본식 성으로 부산시 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사업공모를 통해 2020년 2월 IPC개발이 사업 시행자로 지정 고시됐으며, 부산시와 IPC개발에 따르면 IPC개발은 부지 내 문화재를 고려한 시 지침에 따라 설계를 마쳤고 문화재 보호를 위한 계획 또한 마련한 상태다.
그러나 인허가 절차를 거치던 사업은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막히며 사실 상 중단됐다. 문화재위원회는 2020년 10월 5차 심의에서 “구포왜성 성곽은 지형을 이용하여 축조되는 왜성이므로 지형을 절개하지 말라”며 해당 심의를 부결시켰다. 성곽이 지형 자체를 이용해 지어졌으므로 돌이 직접 쌓여 있는 않은 땅에 대해서도 터파기 등 공사작업을 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평행선 긋는 IPC개발·문화재위원회
사업지연이 계속되자 IPC개발은 지난해 11월 문화재위원회 결정이 부당하다면서 6차 심의를 신청했으나 결과는 또다시 부결이었다. 특히 6차 심의를 열흘 앞두고 진행된 현장조사를 통해 양측의 입장은 더욱 첨예하게 갈렸다.
IPC개발 관계자는 “현장조사 당시 확인한 구포왜성은 불법 건축물과 경작지 등이 생기며 훼손되고 있어 빠른 공원개발을 통해 오히려 보존이 가능하다”면서 “게다가 2018년 사업자문 당시 ‘허용기준 준수’라는 결론을 내린 문화재위원회가 왜 지금에 와서 사업을 반대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반면 문화재위원회는 현장조사 후 기존 입장을 굳힌 상태다. 신 위원장은 “문화재위원들이 현장을 조사한 뒤 구포왜성을 보존하기 위해 지형을 절개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모으게 됐다”면서 “사업자가 위원장인 나를 고소했지만 나는 물론 문화재위원들 모두 시 조례에 따라 문화재 보존이라는 원칙을 지켜야 하기에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사업공모 전 자문과 사업 심의는 엄연히 다른 절차라 문화재위원회가 입장을 바꿨다는 주장에는 무리가 있다”며 “인허가 절차 상 문화재위에서 심의를 통과시켜주지 않으면 사업 진행이 안 되는 것은 맞다”고 밝혔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지자체 대신 민간사업자가 사유지인 공원부지를 매입해 토지 일부(5만㎡ 이상 부지 내 30%)에 아파트 등을 개발하는 대신 나머지를 공원으로 기부채납하는 방식이다. 부족한 지자체 재원을 활용하는 대신 민간 자본을 유치해 장기 미집행 공원의 난개발을 막는 다는 취지에서 추진됐으나 일부 지역에서 녹지 및 문화재 훼손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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