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광폭행보…주총 전쟁 벌어지나
[보폭 넓히는 행동주의펀드]②
‘K-액티비즘’ 기업 공격 제안 3년 새 6배 ↑
은행지주 7개 1월 주가 평균 상승률 18%
지배 구조 개선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홍다원 기자] 오는 3월 주주 총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주주가치 제고 등을 요구하며 적극적으로 주주제안에 나서는 모습이다.
기업이 이를 수용하지 않는 경우 주총 표대결이 불가피하다. 매년 주총 시즌마다 소액주주의 의결권 확보 전쟁이 벌어지지만 올해는 더 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행동주의 펀드들이 그만큼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행동주의 펀드의 기업 공격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9년 8개에 불과했지만 2021년 27개로 늘었다. 이후 2022년 47개까지 3년 만에 약 6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본이 1.6배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월등히 높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총을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주 제안은 물론 기관투자자들도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등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원칙)’ 개선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올 들어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파트너스),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 안다자산운용과 싱가포르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 등이 행동주의 펀드로서 이름을 알리고 있다.
특히 얼라인파트너스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달 25일 오는 3월 말로 예정된 7개 은행(KB·신한·하나·우리·JB·BNK·DGB) 지주 주주총회를 위한 주주 제안 안건을 미리 공개했다.
국내 은행의 숙원 사업인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얼라인파트너스는 ▶보통주 현금배당 ▶2023 회계연도부터 배당 및 자사주 매입 소각을 포함한 총 주주환원율을 당기순이익의 최소 50%로 하는 중기 주주환원 정책 도입 ▶(중기 주주환원 정책 미도입 시) 연결 기준 지배주주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배당하도록 배당 관련 정관 조항 등 주주 제안 안건을 세 가지 제시했다.
앞서 얼라인파트너스는 은행지주에 보통주 자본비율 13% 이상에 해당하는 이익을 매년 주주에게 환원하는 자본배치정책 도입과 당기순이익의 최소 50%를 주주환원하는 중기주주환원 정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신한금융지주가 주주 환원 확대 방침을 밝히면서 배당금 확대가 전 금융권으로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행동주의 펀드의 제안을 수용하면 주총을 무난하게 치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표대결이 벌어질 수 있다. 올해 KT&G의 주총이 대표적인 표대결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다자산운용은 작년 11월 초에 KT&G에 한국인삼공사의 인적분할 후 상장을 제안하는 공개주주서한을 발송했다. 별다른 반응이 없자 이달 9일 법원에 KT&G를 상대로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이어 17일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주주서한을 보냈다.
FCP는 올해 1월 1% 이상의 주주제안 요건을 갖춰 올해 주주총회 안건을 회사측에 제출했다. 주주제안에는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 및 황우진 전 푸르덴셜 생명보험 대표의 사외이사 선임▲인삼공사 분리상장 ▲주주환원 정상화 ▲주당 2만원의 주주환원 ▲자사주 소각 및 평가보상위원회 설립 위한 정관 변경 등이 포함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KT&G가 지난달 26일 '인베스터 데이'를 열자 행동주의 펀드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을까 잔뜩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사실상 거절이었다.
행동주의 펀드들은 즉각 유감을 표하면서 주총을 정조준했다. 박철홍 안다자산운용ESG투자본부 대표는 ”최근 회사 주주명부를 확보해 모은 일반 주주들의 의사를 취합해 KT&G 경영진에게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상헌 FCP 대표 역시 "우리의 침묵이 주가를 올리지 않는다"며 "주총 안건을 공식 접수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다양한 주주의 목소리를 주총에서 듣는 것"이라고 말했다.
FCP는 주총 소집 공고가 난 이후 본격적으로 소액주주들을 대상으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KT&G 소액 주주 비율은 65.3%다.
행동주의 타깃된 오스템임플란트 1월 35% 넘게 올라
주총 부담과 별개로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된 상장사는 주가 상승세를 보였다. 지배구조 개선으로 주주친화 정책을 펼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월 한 달 동안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된 상장사 주가는 일제히 상승했다.
오스템임플란트가 가장 크게 올랐다. 오스템임플란트는 한 달 간 35.41% 치솟았다. KCGI가 지분을 사들이며 거버넌스 개선을 요구하면서 오너의 변화를 이끌어낼까 하는 기대감이 조성됐다. 여기에 월말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와 MBK파트너스(MBK)가 오스템임플란트 경영권 인수를 위한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1일 종가는 18만6400원으로 공개 매수가(19만원)에 근접한 상태다.
은행주도 배당 확대 기대감에 힘입어 나란히 두 자릿 수 이상 올랐다. JB금융지주(28.84%), 신한지주(21.13%), 하나금융지주(19.48%), DGB금융지주(17.77%), KB금융(17.43%), 우리금융지주(13.68%), BNK금융지주(12.38%) 순이었다.
반대로 KT&G가 행동주의 펀드 제안을 거절하자 바로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지난 27일 KT&G는 전 거래일 대비 2.49%(2400원) 빠진 9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에 미치는 행동주의 펀드의 영향력이 크다 보니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소액주주들이 국내 증시 저평가 또는 적은 배당 성향에 대해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은 긍정적”이라면서 “주가가 실제로 오르기도 했고 장기적인 지배 구조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수현 법무법인 광장 연구위원은 “‘K-액티비즘’이라고 불릴 정도로 행동주의 펀드 움직임이 3년 새 6배 증가했다”면서 “행동주의 펀드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내년과 내후년 더 활발해 질 수 있어 기업들도 기관 투자자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지배 구조 공격에 대한 상시 대응 플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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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이를 수용하지 않는 경우 주총 표대결이 불가피하다. 매년 주총 시즌마다 소액주주의 의결권 확보 전쟁이 벌어지지만 올해는 더 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행동주의 펀드들이 그만큼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행동주의 펀드의 기업 공격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9년 8개에 불과했지만 2021년 27개로 늘었다. 이후 2022년 47개까지 3년 만에 약 6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본이 1.6배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월등히 높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총을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주 제안은 물론 기관투자자들도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등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원칙)’ 개선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올 들어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파트너스),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 안다자산운용과 싱가포르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 등이 행동주의 펀드로서 이름을 알리고 있다.
특히 얼라인파트너스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달 25일 오는 3월 말로 예정된 7개 은행(KB·신한·하나·우리·JB·BNK·DGB) 지주 주주총회를 위한 주주 제안 안건을 미리 공개했다.
국내 은행의 숙원 사업인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얼라인파트너스는 ▶보통주 현금배당 ▶2023 회계연도부터 배당 및 자사주 매입 소각을 포함한 총 주주환원율을 당기순이익의 최소 50%로 하는 중기 주주환원 정책 도입 ▶(중기 주주환원 정책 미도입 시) 연결 기준 지배주주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배당하도록 배당 관련 정관 조항 등 주주 제안 안건을 세 가지 제시했다.
앞서 얼라인파트너스는 은행지주에 보통주 자본비율 13% 이상에 해당하는 이익을 매년 주주에게 환원하는 자본배치정책 도입과 당기순이익의 최소 50%를 주주환원하는 중기주주환원 정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신한금융지주가 주주 환원 확대 방침을 밝히면서 배당금 확대가 전 금융권으로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행동주의 펀드의 제안을 수용하면 주총을 무난하게 치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표대결이 벌어질 수 있다. 올해 KT&G의 주총이 대표적인 표대결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다자산운용은 작년 11월 초에 KT&G에 한국인삼공사의 인적분할 후 상장을 제안하는 공개주주서한을 발송했다. 별다른 반응이 없자 이달 9일 법원에 KT&G를 상대로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이어 17일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주주서한을 보냈다.
FCP는 올해 1월 1% 이상의 주주제안 요건을 갖춰 올해 주주총회 안건을 회사측에 제출했다. 주주제안에는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 및 황우진 전 푸르덴셜 생명보험 대표의 사외이사 선임▲인삼공사 분리상장 ▲주주환원 정상화 ▲주당 2만원의 주주환원 ▲자사주 소각 및 평가보상위원회 설립 위한 정관 변경 등이 포함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KT&G가 지난달 26일 '인베스터 데이'를 열자 행동주의 펀드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을까 잔뜩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사실상 거절이었다.
행동주의 펀드들은 즉각 유감을 표하면서 주총을 정조준했다. 박철홍 안다자산운용ESG투자본부 대표는 ”최근 회사 주주명부를 확보해 모은 일반 주주들의 의사를 취합해 KT&G 경영진에게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상헌 FCP 대표 역시 "우리의 침묵이 주가를 올리지 않는다"며 "주총 안건을 공식 접수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다양한 주주의 목소리를 주총에서 듣는 것"이라고 말했다.
FCP는 주총 소집 공고가 난 이후 본격적으로 소액주주들을 대상으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KT&G 소액 주주 비율은 65.3%다.
행동주의 타깃된 오스템임플란트 1월 35% 넘게 올라
주총 부담과 별개로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된 상장사는 주가 상승세를 보였다. 지배구조 개선으로 주주친화 정책을 펼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월 한 달 동안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된 상장사 주가는 일제히 상승했다.
오스템임플란트가 가장 크게 올랐다. 오스템임플란트는 한 달 간 35.41% 치솟았다. KCGI가 지분을 사들이며 거버넌스 개선을 요구하면서 오너의 변화를 이끌어낼까 하는 기대감이 조성됐다. 여기에 월말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와 MBK파트너스(MBK)가 오스템임플란트 경영권 인수를 위한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1일 종가는 18만6400원으로 공개 매수가(19만원)에 근접한 상태다.
은행주도 배당 확대 기대감에 힘입어 나란히 두 자릿 수 이상 올랐다. JB금융지주(28.84%), 신한지주(21.13%), 하나금융지주(19.48%), DGB금융지주(17.77%), KB금융(17.43%), 우리금융지주(13.68%), BNK금융지주(12.38%) 순이었다.
반대로 KT&G가 행동주의 펀드 제안을 거절하자 바로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지난 27일 KT&G는 전 거래일 대비 2.49%(2400원) 빠진 9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에 미치는 행동주의 펀드의 영향력이 크다 보니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소액주주들이 국내 증시 저평가 또는 적은 배당 성향에 대해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은 긍정적”이라면서 “주가가 실제로 오르기도 했고 장기적인 지배 구조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수현 법무법인 광장 연구위원은 “‘K-액티비즘’이라고 불릴 정도로 행동주의 펀드 움직임이 3년 새 6배 증가했다”면서 “행동주의 펀드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내년과 내후년 더 활발해 질 수 있어 기업들도 기관 투자자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지배 구조 공격에 대한 상시 대응 플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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