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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원시티 ‘1.2조 손실금’ 두고 말 다른 LH·인천시

[인천 루원시티 갈등] ①
금융위기로 지체된 비운의 개발사업, 비용 ‘눈덩이’
손실도 5대 5로 정산할까…협약서 내용 두고 이견

지난해 9월 열린 루원복합청사 착공식에 유정복 인시장이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인천시]

[이코노미스트 민보름 기자] 지난해 복합청사 착공과 연이은 주상복합 입주계획으로 활기를 띄던 인천 루원시티에 잡음이 일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루원시티 도시개발사업 준공을 앞두고 사업 지분 절반씩을 보유한 공동시행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인천광역시가 손실금 정산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핵심은 1조2500억원에 달하는 LH의 예상 손실금을 사업 지분대로 50%씩 나눠야 하냐는 부분이다. LH와 인천시는 2006년 첫 발을 뗀 후 15년이 넘게 길어진 루원시티 사업에서 엑시트(자본회수)를 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예상보다 늦어진 사업 기간만큼 금융비용 등으로 인한 적자 또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누적 적자가 높은 공기업과 지자체에게 부담스런 수준이 아닐 수 없다. 양측은 사업 협약서 조항에 대해 각자 다른 해석을 하면서 평행선을 긋고 있다. 

입지 좋은 도시재생사업, ‘금융위기’ 암초 만나

2006년부터 추진된 인천 서구 가정동 571번지 가정오거리 일대(90만6349㎡)에 추진된 루원시티(Lu1 City) 도시개발사업은 한국의 ‘라데팡스(La Defense)’를 기치로 내걸고 업무복합도시로서 인천 서북부 중심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경인고속도로 서인천IC 인근이고 인천국제공항으로 진입하는 지역에 위치해 입지 또한 좋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루원시티 조성비용은 다른 택지개발사업보다 높았다. 송도국제도시, 청라국제도시 등 인천 내 다른 유명 택지사업과 달리 기존 구도심을 철거한 뒤 복합도시를 조성하는 도시재생 방식의 일환으로 추진됐기 때문이다. LH는 구역 내 사유지에 대한 토지보상 및 지장물 철거비용 등으로 1조7000억원을 들였고 조성원가는 3.3㎡당 2120만원에 달했다. 토지보상이 2008년 개시돼 2010년 완료됐고 이듬해 철거 또한 진행됐으나 뉴욕 발(發)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며 사업은 지체됐다. 이에 따른 이자는 하루 2억4000만원 씩 불어났다. 

루원시티 토지이용계획도 [이미지 인천시]

이처럼 난항을 겪으며 비용만 늘려가던 루원시티 사업은 2015년 3월 인천시와 LH가 사업정상화에 합의하면서 2016년부터 본격 재개됐다. 웅크리던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데다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인천도시철도 2호선 개통 등 교통 호재가 가시화하고 있었던 덕분이다.

그러나 이미 큰 비용이 든 만큼 토지매각금액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했다. 인천시는 루원시티를 입지규제 최소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주거용지 대신 개발 사업성이 높은 상업용지 공급을 늘리기 위한 계획을 진행했다.

결국 주상복합용지와 중심상업용지를 포함한 상업용지는 전체 면적의 40%를 넘겼다.(2021년 6월 루원시티 개발계획 기준) 부동산 호황과 높은 용적률 덕에 2017년 처음 공급된 주상복합용지 3필지는 시행업계 1~2위를 다투는 신영과 DS네트웍스에게 예정가보다 20~30% 정도 높은 가격에 낙찰되기도 했다. 

말 아끼는 양측, 법적 조치는 아직

그럼에도 루원시티 사업으로 인한 적자는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 당시 LH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준공시점 사업성(NPV)이 약 1조2500억원 손실로 나타났다. 금융비용이 1조140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관련법 상 도시개발사업 준공을 마치면 3개월 내 정산이 이뤄져야 하지만, 현재 LH와 인천시는 이 같은 금융비용 처리를 두고 합의를 못하고 있는 상태다. 

양측은 개발협약서를 두고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협약서 상 “사업비 조달 및 운용은 LH에서 한다”는 부분과 “개발 손익 정산은 지분비율대로 한다”는 내용 때문이다.

인천시는 사업비 조달책임이 LH에 있다는 점을 들어 금융비용을 LH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LH는 지분비율대로 정산하는 개발 손익에는 금융비용 또한 포함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협약서 중 ‘개발손익 처리 등’ 부분에는 인천시와 LH가 인천 내 다른 사업에 공동 참여해 루원시티 적자를 보전, 또는 상계처리 하도록 합의했다는 내용도 있다. 

허 의원은 이에 대해 “LH가 보상비나 공사비 등 재생사업비를, 인천시가 경인고속도로 직선화와 인천도시철도 2호선 등 연계사업비를 각각 부담하기로 했다”면서 인천시가 연계사업비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고 있는 만큼 LH가 재생사업비를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LH가 검단신도시 등 다른 택지사업을 통해 손실을 보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LH는 각 개발지구별의 시점이 서로 다른 데다 사업 시 공공임대 공급 등 공익사업을 함께 진행해야 함으로 다른 택지사업 수익으로 루원시티에서 발생한 손실을 상계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LH관계자는 “이른 토지보상이 진행되면서 제로금리가 아닌 시절부터 금리가 높은 부동산 자금을 조달하게 돼 금융비용이 커졌다”면서 “루원시티 손실보전에 대해서도 검단신도시 등 다른 지역에서 반발이 나온 만큼 다른 개발지구 사업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조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양측은 말을 아끼고 있다. 아직 법적 조치까지 검토하는 단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둘 다 협약서대로 하자고 주장하고 있으나 협약서 해석에 대한 입장이 다른 것”이라며 여전히 협의단계라고 강조했다. LH관계자는 “협약서에 손실 정산과 관련돼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 그 부분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면서 “법적 조치를 고려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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