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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회장,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찾은 이유[금주의 CEO]

‘도쿄 선언’ 40주년 하루 앞두고 미래 기술 ‘강조’
반도체 불황 위기에도 흔들림 없는 현장 경영

불확실성의 시대입니다. 기업의 생존은 선택과 집중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CEO(최고경영자)의 역량이 기업의 희비와 직결되는 이유입니다. CEO의 결정은 기업을 살리는 약이 될 수도 기업을 죽이는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한 주간 국내 CEO들의 선택을 들여다보고, 이목이 집중된 CEO를 소개합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7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방문해 현장 경영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농담 한마디도 기사가 되는 경영인이 있습니다. 재계는 그의 농담 한마디에 담긴 의미를 해석하려 애쓰곤 하죠. 지난달 스위스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해 취재진 카메라를 두고 “다 캐논이더라고요”라고 농담을 던졌는데, 재계에선 “자사 제품에 대한 애착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지난해 10월 회장에 올라 시가총액 370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를 이끄는 경영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주인공입니다. 

이재용 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의미하는 단어들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가 실용과 소통입니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으로 대표되는 실용주의 경영은 이재용 회장의 경영 철학으로 알려져 있죠. 이재용 회장이 삼성전자의 주요 사업장을 방문해 임직원과 소통 경영에 나서고 있는 것도 유명합니다. 삼성전자를 둘러싼 수많은 경영 현안으로 빠듯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임직원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평가죠. 

이 회장은 지난 7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찾아 퀀텀닷(QD)-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생산 라인을 점검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불황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영업이익이 급감했다고 발표한 지 일주일 만에 현장 경영에 나선 것이죠. 이날은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자가 반도체 사업 진출을 선언한 ‘도쿄 선언’ 40주년을 하루 앞둔 날이기도 합니다. 이 회장은 당시 방문에서 핵심 제품을 개발하는 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끊임없이 혁신하고 선제적으로 투자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실력을 키우자”고 말했습니다. 미래 핵심 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한 겁니다. 

재계에선 이 회장의 이번 현장 경영의 의미는 남다르다고 해석합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대한민국의 운명을 바꾼 반도체 사업 진출이 결정된 도쿄 선언 40주년 하루 전에 현장 경영에 나선 것은 고 이병철 창업자의 도전정신을 강조함과 동시에 삼성 특유의 초(初)격차 기술로 반도체 불황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해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한 삼성디스플레이를 격려하는 의미도 있겠지만, 그보단 할아버지의 도전정신을 거울삼아 현재의 위기 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으로 읽히고 있죠. 

회장 취임 100일을 조금 넘긴 이 회장이 마주한 경영 상황은 엄중합니다. 삼성전자의 대들보 사업인 반도체 사업은 불황이 예상되고, 글로벌 기업들의 추격도 끈질깁니다. 이 회장이 지난해 10월 27일 취임식도 없이 회장에 올라, 아버지인 고(故) 이건희 회장 별세 2주기 때 밝힌 소회와 각오로 취임사를 대신한 것도 그 때문일 겁니다.

이 회장은 고 이건희 회장 별세 2주기 때 사장단 간담회를 갖고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며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엄중한 경영 상황을 강조하면서도,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꼭 같이 만들자”고 독려했습니다. 당시 이 회장의 마지막 말은 무엇이었을까요. “제가 그 앞에 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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