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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금리 내렸다는데…내 이자는 왜 그대로일까[부채도사]

최근 은행권 대출 금리 인하 나타나
기존 대출자엔 ‘6개월’ 금리 변동 적용…당장 이자감소 체감 어려워
상반기까진 대출자의 ‘버티기’ 구간…연체 만들지 말아야

서울 시내에 있는 은행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대출은 동지도 적도 아니다.” 한 은행원의 말입니다. 가계부채는 1870조원을 넘었고, 가계들의 상환 능력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적과의 동침이 불가피할 때입니다. 기사로 풀어내지 못한 부채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부채도사’에서 전합니다. [편집자주]

“고객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대출에 연체가 발생하고 3~5개월 사이에는 경매 절차가 진행된다고 봐야 합니다.”

흔히 ‘이 집은 은행 집이다’라는 말을 한다. 내 돈으로 산 게 아니라 대출로 샀기 때문이다. 다만 대출 이후 이자를 제대로 갚지 못하면 이 농담이 진담이 될 수 있다. 연체가 발생한 후 3개월부터 경매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연체 해소를 위해 은행과 채무자가 먼저 소통을 하겠지만, 이 과정을 다 거치고 나면 은행은 담보물을 ‘강제처분’ 방식인 경매를 통해 채권 회수에 들어간다.

채무자 입장에서는 연체가 발생하면 일단 다수의 금융거래가 막힐 수 있다. 경매로 집이 넘어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자구책으로 집을 급매로 내놔야 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엔 더 높은 금리로 다른 대출을 받아 빚을 빚으로 해결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고금리 시대에는 이런 상황이 사회 전반에 확대 재생산될 수 있다. 최근 정부와 금융당국이 나서 은행을 압박하는 것도 바로 서민들의 상환능력 저하가 커지는 것을 방지하려는 데 있다. 변동금리 상품을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정책을 계속 내놓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올해 들어 대출 이자가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지난해부터 당국이 은행의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 금리 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도록 조정하고 있고, ‘이자 잔치’에 대해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나서면서 대출 금리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시장금리까지 떨어지면서 은행이 자체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건도 만들어졌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2월 28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55%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21일부터 거래실적 등과 관계없이 우대금리를 적용해 주담대 신잔액코픽스 기준 6개월 변동금리를 0.45%포인트, 주담대 5년 변동금리를 0.20%포인트 내렸다. 이런 결정은 다른 은행에서도 나올 전망이다. 

금리 내렸지만 기존 대출자들은 ‘6개월’ 기다려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한 시민이 송파구 일대 아파트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그런데 왜 ‘내 금리’가 인하됐다는 문자는 오지 않을까. 이는 은행 변동금리에 적용된 ‘6개월’ 단위 때문이다. 은행의 주담대나 전세대출 금리 변동 기간은 대부분 6개월 단위다. 

변동금리 대출은 이자 변동을 조건으로 계약한 특수 ‘상품’인 만큼, 향후 금리 인상이나 인하분을 대출 고객들이 적용받을 수도 있다. 다만 신규 대출자가 아니라면 결국 ‘6개월’ 동안에는 최근의 금리 인하를 체감하기 어렵다.  

과거에는 변동금리 조건이 최소 3개월 단위도 존재했다. 하지만 6개월 단위보다 작아지게 되면 은행 뿐만 아니라 대출자에게도 대출의 유지, 관리에 혼선이 커질 수 있다는 게 은행 측의 설명이다. 혼선방지를 위해 관리 차원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고객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높다.  

은행들이 기존 대출자에게 곧바로 금리 인하를 해주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시장논리에 의해 설명된다. 대출도 일종의 판매 ‘상품’으로 보면 쉽게 이해된다. 어제 산 물건이 오늘 세일에 들어갔다고 해서 기존 구매자에게 차액을 환불해주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대출자 입장에서도 금리 변동의 주기가 짧아지면 달라지는 금리 상황을 매번 감당해야 한다. 특히 지난해와 같이 급격한 금리 상승기가 오면 이자 변동에 대처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만큼 6개월이라는 시차는 장단점을 갖고 있는 셈이다. 

올해는 어떨까. 지난 2월23일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동결됐다. 시장에서는 대체로 지난해처럼 급격한 대출 금리 상승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최근 시장에서 거론되는 것은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다. 대출 금리가 앞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다만 변동금리를 적용받는 기존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에 금리 인하 과정에 맞춰 자산관리를 해야하는 상황이다. 특히 연체를 만들지 않는 것은 자산관리에서 매우 중요한 점으로 꼽힌다. 또 금리인하요구권, 대환대출 등을 활용하는 것은 당장 금리를 낮추는 방법으로 추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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