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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성’으로 칼춤 추는 美 SEC…코인들 무더기 상폐되나

[코인판 울리는 증권성] ① SEC, 크라켄에 스테이킹 중단 명령…BUSD 발행 중지도
STO 가이드 발표 따라 국내서도 증권성 화두 떠올라
‘리플 소송’ SEC가 승소하면 다수 알트코인 증권으로 분류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최근 미국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에서 코인의 ‘증권성’을 문제 삼으며 대대적인 규제에 나서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코인 산업의 주요 상품인 스테이킹(예치) 서비스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제재에 나선 가운데, 대다수 코인의 증권성을 판가름해줄 ‘리플 소송’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국내에서도 최근 금융당국에서 토큰증권(ST) 가이드라인이 나와 증권성 판단 기준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그간에도 SEC는 가상자산 시장의 여러 이해 관계자와 소송을 비롯한 충돌이 잦았다. 하지만 최근 크게 주목받게 된 건 두 가지 사건 때문이다. 우선 ‘크라켄 사태’다. 지난 2월 9일(현지시간)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크라켄은 미등록 서비스 제공 혐의로 스테이킹 서비스를 중단하고 벌금 3000만 달러(약 394억원)를 지급하기로 SEC와 합의했다.

크라켄 일러스트 이미지. [사진 크라켄 페이스북]
스테이킹은 투자자가 보유한 가상자산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예치하면 이에 대한 보상을 주는 서비스다. 그런데 이 스테이킹 서비스에 대해 SEC가 증권법상 제재를 가한 것이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트위터를 통해 “SEC는 크라켄을 미등록 증권법 위반으로 처벌했다”며 “스테이킹을 무엇이라 정의하든 이를 제공하는 이들은 증권법을 따라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SEC는 스테이블코인 ‘바이낸스USD’(BUSD) 발행사 팍소스를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EC는 BUSD를 증권으로 판단하는데, 팍소스 측이 BUSD를 사전에 등록하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이다. 앞서 2월 13일(현지시간) 뉴욕금융서비스국(NYDFS)은 팍소스에 BUSD 발행을 중단하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BUSD의 지난 1개월 시가총액 그래프. 지난 2월 14일 이후 뉴욕금융서비스국(NYDFS)의 BUSD 발행 중단 명령 이후 지속적으로 시총이 주저앉고 있다. 최근에는 2월 14일 대비 60억 달러 이상 빠진 모습. [제공 코인마켓캡]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미국 달러화나 유로화 가치 등 기존 법정화폐에 고정돼 설계된 코인이다. 그 시장규모만 1370억 달러(약 180조원)에 달한다. 만약 SEC가 팍소스에 대해 공식 절차에 들어가면 BUSD와 함께 세계 3대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와 USD코인(USDC) 발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크라켄과 BUSD 사태가 각각 스테이킹과 스테이블코인 산업 전반으로 불길이 번질까 하는 시장의 걱정은 계속 커지고 있다. 실제 암호화폐 업계 인사와 전문가들은 SEC의 이 같은 결정에 우려 섞인 목소리를 연일 내는 중이다.

크라켄 사태를 앞두고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 최고경영자(CEO)는 “SEC가 미국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스테이킹 서비스를 금지하려 한다는 루머를 들었다”며 “그 루머가 단지 소문에 불과해 대재앙을 초래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로펌 BCLP의 파트너 변호사인 레나토 마리오티는 “SEC가 팍소스를 기소하면 다른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SEC에 등록하거나 법정 싸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증권성 판단 가늠자 될 리플 소송

이 같은 SEC의 판단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최근 금융당국이 토큰증권발행(STO)을 허용하면서 한국에서도 코인의 ‘증권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져서다. 토큰증권을 제도권으로 편입하기 위해 자본시장법 등 기존 증권 규제를 토큰증권에도 적용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한마디로 증권성을 띠는 코인이라면 ‘증권’으로 간주하겠다는 얘기다.

특히 SEC와 리플의 발행사 리플랩스의 소송 결과에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코인의 증권성 여부를 판별할 가장 규모 있는 첫 판례로써 국내에서도 당국의 규제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SEC는 지난 2020년 12월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CEO와 크리스 라슨 공동창업자를 증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리플랩스라는 지급 주체가 명확하고, 리플랩스 사업 성과에 따라 리플 가격이 정해지는 등 비트코인과 달리 증권의 성격이 다분하다는 이유였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랩스 CEO. [사진 유튜브 CNBC International TV 캡처]
SEC-리플 소송은 현재 법원의 약식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갈링하우스 CEO는 이르면 6월 판결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선 리플이 패소할 경우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코인)의 줄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빗썸경제연구소는 ‘2023년 가상자산 정책 전망 보고서’를 통해 “리플 소송 결과는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판례가 될 것”이라며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SEC가 승소할 경우 다수의 알트코인이 증권으로 분류될 수 있으며, 이 경우 SEC가 관할하는 자본시장 규제 영역으로 들어와 공시·불공정거래·영업규제 등에 직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리플이 승소할 경우 암호화폐는 규제 수준이 낮은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관할에 놓일 가능성이 크고, 규제 리스크 해소로 리플을 포함한 여러 알트코인에 호재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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