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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돈 못 번다”…빠르게 줄어드는 은행권 가계대출

5대 은행 가계대출 매달 3조원씩 감소
증가하던 주담대마저 2월에 5000억원 감소 전환
“비이자이익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해야”

시민들이 서울시내 한 은행 현금인출기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은행권 가계대출 감소가 2월에도 계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대출 금리와 경직된 부동산 시장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서민들이 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면서 올해 은행권 이자이익은 지난해처럼 확대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5대 은행의 2월 가계대출…전월 比 3.2조원 감소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 2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685조4506억원으로 전월보다 3조1972억원 감소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1월에도 전월 대비 3조8858억원 줄어든 바 있어, 올해 들어 두 달 연속 감소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감소로 전환했다. 1월 주담대 잔액은 전월 대비 2161억원 증가했지만, 2월에는 5710억원 축소됐다. 현재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12조7857억원이다. 

2월 개인신용대출은 전월보다 2조1282억원 줄어든 113조4865억원이다. 전달에도 3조3526억원 감소했다. 전세자금 대출 잔액도 2월에 1조9030억원 감소한 128조5152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현상은 지난해부터 지속됐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국내 전체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월에만 4조600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가계대출의 총감소액이 2조60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감소세가 크다. 2021년에는 가계대출이 71조8000억원 증가했는데 이와 비교해 갈수록 대출 감소세가 강해지고 있다. 

가계대출 감소, 고금리·부동산 침체 지속 영향

가계대출 감소는 대출자들이 고금리 이자 부담 해소를 위해 대출 상환에 나서는 데다, 부동산 시장 침체 영향으로 대출 확대가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은의 ‘1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가계대출 금리는 1월에 연 5.47%를 기록했다. 주담대 금리는 연 4.58%다. 잔액기준으로 국내 가계대출의 변동금리 비중은 전체의 68.2%를 기록하고 있어, 대출자 10명 중 6명 이상이 연 5%대의 고금리로 이자 상환을 하는 상황이다. 

특히 은행권은 2021년 말에만 해도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연 3.66%를 기록했다. 1년 만에 금리가 5%대로 뛰어오르면서 대출자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부동산 경기 악화도 대출이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분양물량은 올해 1월 1만호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12월 말의 4만3000호보다 더 줄어든 규모다. 아파트 매매거래량도 지난해 8월 이후 월별로 2만호를 넘지 못하고 있다. 2021년 하반기에 월별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보통 4만~5만호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기에다 정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앞으로도 주담대는 증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DSR은 대출자의 소득 대비 전체 금융부채의 원리금 상환액을 의미한다. 현재 금융당국은 1억원이 넘는 대출에 대해 DSR 40%룰을 적용하고 있다. 

최근 당국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완화하고 규제지역의 대출을 허용하기 시작했지만, DSR을 완화하지 않으면 받을 수 있는 대출의 한도가 증가하지 않기 때문에 대출자 입장에서는 추가 대출이 불가능하다. 

이자이익 의존도 80%…비이자이익 비중 높여야

서울 시내에 있는 시중은행 점포를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가계대출이 계속 감소하면서 올해 은행권의 이자이익 증가율은 전년보다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자이익에만 치중한 수익 구조를 비이자이익 확대와 해외 진출 등으로 다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지난해 KB금융(105560), 신한지주(055550), 하나금융지주(086790), 우리금융지주(316140) 등 4대 금융지주의 이자이익은 총 39조6739억원으로 전체 순이익 중 82%를 차지했다. 나머지는 비이자이익이 차지했다.

반면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제이피(JP)모건체이스·뱅크오브아메리카·씨티·웰스파고 등 미국의 주요 4대 금융그룹의 지난해 순이익 중 비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43%를 기록했다. 수수료이익과 트레이딩 역량을 바탕으로 비이자이익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김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차별화된 전략이 실적으로 나타난 미국 금융그룹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며 “국내 금융회사도 비이자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와 비용효율성 개선을 추진하며 환경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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