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절친, 때로는 원수’…PEF 의기투합 ‘빛과 그림자’
자본 시장서 ‘PEF간 협업’ 활발
컨소시엄·공동 운용 형태로 빅딜
프로젝트 성사위한 생존 몸부림
사모펀드간 갈등 국면도 본격화
“당장 인수보다 이후가 더 중요”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성훈 기자] “수익만 더 낼 수 있다면 처음 보는 사람과도 일 할 수 있는 게 이 분야죠.”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간 협업이 늘고 있다는 말에 이렇게 말했다. 매력적인 투자처임이 분명한데, 감당이 안 될 때 뜻을 같이할 또 다른 운용사를 찾는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생존을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짜는 것”이라며 “중소형사는 물론 최근에는 대형사도 컨소시엄 형태로 투자에 나서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자본시장에서 Co-GP(공동 운용) 형태로 기업을 인수하거나 자금 유치에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경영권을 인수하는 한편 팀을 이뤄 펀딩(자금유치)에 나서는 경우도 적잖다. 경쟁이 치열해진 자본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지만, 모든 의기투합이 순조롭게 흐르진 않는다. 때로는 걷잡을 수 없는 갈등 국면으로 치닫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우리 같이 해볼까요?”…PEF 공조 눈길
9일 자본시장에 따르면 복수의 PEF 운용사가 하나의 딜을 위해 의기투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최근 공개매수를 마감한 오스템임플란트(048260)와 SK온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 사례가 대표적이다.
UCK(유니슨캐피탈코리아)와 MBK파트너스로 이뤄진 특수목적법인(SPC)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 주식회사’는 오스템임플란트 최대주주인 최규옥 회장 지분과 공개매수를 엮어 지분 89%를 확보했다.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적잖은 원매자들이 오스템임플란트 인수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오스템임플란트가 보유하고 있는 업력이나 시장 점유율이 매력적이라는 점을 방증하고 있다.
다만 최근 불거진 횡령사건 등 대내외 이슈가 본질적인 기업 성장을 가로막고 있었다는 분석이다. 적극적인 거버넌스 개선 작업만 더해진다면 업사이드가 확실하다는 판단이 서는 대목이다. PEF 운용사로서는 충분히 인수를 검토해볼 만한 매물임에 부정할 수 없다. 최근 3D 구강스캐너 업체인 메디트를 2조4000억원에 매각하며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던 MBK와 UCK가 오스템임플란트 인수에 뜻을 모은 이유다.
SK온 프리IPO도 하나의 목표를 위해 의기투합한 사례다.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투PE)와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로 이뤄진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8200억원 규모의 SK온 프리IPO 1차 투자를 마무리했다. 해를 넘긴 지금도 추가 투자 유치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한투PE-이스트브릿지 컨소시엄은 앞선 오스템임플란트 사례와는 결이 다르다. 과거 협상 테이블에서 마주 앉았거나 협업 경험이 없다. SK온 프리IPO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의기투합한 셈이다.
중소 PEF ‘생존의 문제’…갈등 국면도 가시화
자금 운용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중소형 PEF 운용사들은 사정이 더 절박하다. 최근 유동성이 얼어붙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매력적인 딜소싱(투자처 발굴)에 성공하더라도, 자금 모집에 한계를 느껴 눈물을 머금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자자들이 운용사 2~3곳을 매칭하는 형태로 컨소시엄을 주선하는 경우도 있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규모는 작지만 일도 잘하고, 딜소싱도 나쁘지 않은 경우도 많은데 자금 마련에 애를 먹는 곳이 꽤 있다”며 “이럴 때 투자자들이 또 다른 운용사와 협업을 제안하거나 운용사간 인수합병(M&A)까지 제안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쟁에 밀려 도태될 바에는 회사 규모를 키워 인력이나 펀딩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났다”며 “생존을 위한 몸부림의 하나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컨소시엄 내지는 Co-GP 형태가 두드러지고 있지만, 모두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7월 4200억원을 들여 바디프랜드를 인수한 스톤브릿지캐피탈과 한앤브라더스가 대표적이다. 앞서 양사는 프로젝트 펀드로 1500억원을 조성하고, Co-GP 형태로 사모집합투자기구 비에프하트투자목적회사를 설립해 바디프랜드의 경영권(지분 46.3%)을 VIG파트너스로부터 인수했다.
대박의 꿈에 부풀었던 이들의 갈등이 촉발된 것은 스톤브릿지캐피탈이 허명지 한앤브라더스 대표의 경영상 배임·횡령 의혹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해외 마케팅을 이유로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했다는 게 핵심이다. 이에 한앤브라더스 측은 “사실과 다르며, 적합한 비용 지출”이라고 맞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10일 예정된 출자자 총회에서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한앤브라더스가 GP 지위를 박탈 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양측이 공동 GP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정관이 어떻게 기재되었는지가 변수라는 분석도 있다. 한가지 부정할 수 없는 점은 이번 이슈가 불거지면서 더는 공존하기는 어려웠다는 것이다. 때로는 동지에서, 때로는 원수가 되는 자본시장 한 단면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난이도가 높아진 인수 조건 충당을 위한 의기투합이 늘어나고 있다”면서도 “최근에는 인수나 투자 이후 과정에서 이견이나 갈등이 사례가 나오고 있어 이런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간 협업이 늘고 있다는 말에 이렇게 말했다. 매력적인 투자처임이 분명한데, 감당이 안 될 때 뜻을 같이할 또 다른 운용사를 찾는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생존을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짜는 것”이라며 “중소형사는 물론 최근에는 대형사도 컨소시엄 형태로 투자에 나서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자본시장에서 Co-GP(공동 운용) 형태로 기업을 인수하거나 자금 유치에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경영권을 인수하는 한편 팀을 이뤄 펀딩(자금유치)에 나서는 경우도 적잖다. 경쟁이 치열해진 자본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지만, 모든 의기투합이 순조롭게 흐르진 않는다. 때로는 걷잡을 수 없는 갈등 국면으로 치닫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우리 같이 해볼까요?”…PEF 공조 눈길
9일 자본시장에 따르면 복수의 PEF 운용사가 하나의 딜을 위해 의기투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최근 공개매수를 마감한 오스템임플란트(048260)와 SK온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 사례가 대표적이다.
UCK(유니슨캐피탈코리아)와 MBK파트너스로 이뤄진 특수목적법인(SPC)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 주식회사’는 오스템임플란트 최대주주인 최규옥 회장 지분과 공개매수를 엮어 지분 89%를 확보했다.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적잖은 원매자들이 오스템임플란트 인수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오스템임플란트가 보유하고 있는 업력이나 시장 점유율이 매력적이라는 점을 방증하고 있다.
다만 최근 불거진 횡령사건 등 대내외 이슈가 본질적인 기업 성장을 가로막고 있었다는 분석이다. 적극적인 거버넌스 개선 작업만 더해진다면 업사이드가 확실하다는 판단이 서는 대목이다. PEF 운용사로서는 충분히 인수를 검토해볼 만한 매물임에 부정할 수 없다. 최근 3D 구강스캐너 업체인 메디트를 2조4000억원에 매각하며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던 MBK와 UCK가 오스템임플란트 인수에 뜻을 모은 이유다.
SK온 프리IPO도 하나의 목표를 위해 의기투합한 사례다.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투PE)와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로 이뤄진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8200억원 규모의 SK온 프리IPO 1차 투자를 마무리했다. 해를 넘긴 지금도 추가 투자 유치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한투PE-이스트브릿지 컨소시엄은 앞선 오스템임플란트 사례와는 결이 다르다. 과거 협상 테이블에서 마주 앉았거나 협업 경험이 없다. SK온 프리IPO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의기투합한 셈이다.
중소 PEF ‘생존의 문제’…갈등 국면도 가시화
자금 운용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중소형 PEF 운용사들은 사정이 더 절박하다. 최근 유동성이 얼어붙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매력적인 딜소싱(투자처 발굴)에 성공하더라도, 자금 모집에 한계를 느껴 눈물을 머금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자자들이 운용사 2~3곳을 매칭하는 형태로 컨소시엄을 주선하는 경우도 있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규모는 작지만 일도 잘하고, 딜소싱도 나쁘지 않은 경우도 많은데 자금 마련에 애를 먹는 곳이 꽤 있다”며 “이럴 때 투자자들이 또 다른 운용사와 협업을 제안하거나 운용사간 인수합병(M&A)까지 제안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쟁에 밀려 도태될 바에는 회사 규모를 키워 인력이나 펀딩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났다”며 “생존을 위한 몸부림의 하나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컨소시엄 내지는 Co-GP 형태가 두드러지고 있지만, 모두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7월 4200억원을 들여 바디프랜드를 인수한 스톤브릿지캐피탈과 한앤브라더스가 대표적이다. 앞서 양사는 프로젝트 펀드로 1500억원을 조성하고, Co-GP 형태로 사모집합투자기구 비에프하트투자목적회사를 설립해 바디프랜드의 경영권(지분 46.3%)을 VIG파트너스로부터 인수했다.
대박의 꿈에 부풀었던 이들의 갈등이 촉발된 것은 스톤브릿지캐피탈이 허명지 한앤브라더스 대표의 경영상 배임·횡령 의혹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해외 마케팅을 이유로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했다는 게 핵심이다. 이에 한앤브라더스 측은 “사실과 다르며, 적합한 비용 지출”이라고 맞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10일 예정된 출자자 총회에서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한앤브라더스가 GP 지위를 박탈 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양측이 공동 GP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정관이 어떻게 기재되었는지가 변수라는 분석도 있다. 한가지 부정할 수 없는 점은 이번 이슈가 불거지면서 더는 공존하기는 어려웠다는 것이다. 때로는 동지에서, 때로는 원수가 되는 자본시장 한 단면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난이도가 높아진 인수 조건 충당을 위한 의기투합이 늘어나고 있다”면서도 “최근에는 인수나 투자 이후 과정에서 이견이나 갈등이 사례가 나오고 있어 이런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초저가 온라인 쇼핑 관리 태만”…中 정부에 쓴소리 뱉은 생수업체 회장
2美공화당 첫 성소수자 장관 탄생?…트럼프 2기 재무 베센트는 누구
3자본시장연구원 신임 원장에 김세완 이화여대 교수 내정
4“‘元’ 하나 잘못 보고”…中 여성, ‘1박 5만원’ 제주도 숙소에 1100만원 냈다
5'40세' 솔비, 결정사서 들은 말 충격 "2세 생각은…"
6"나 말고 딴 남자를"…前 여친 갈비뼈 부러뜨려
7다채로운 신작 출시로 반등 노리는 카카오게임즈
8"강제로 입맞춤" 신인 걸그룹 멤버에 대표가 성추행
9‘찬 바람 불면 배당주’라던데…배당수익률 가장 높을 기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