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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없는 K-팝 그룹…한류3.0 접어든 엔터, 경제적 효과 ‘뚜렷’ [돈 되는 아이돌]

현지화 전략으로 매출 상승 노리는 하이브·SM·JYP
한국의 ‘문화 기술’ 해외에 접목…K-팝 경쟁력 현지화
데뷔 앞둔 ‘현지화 아이돌’…엔터사 ‘글로벌 진출’ 핵심

아는 사람만 아는 아이돌, 관심 없는 사람에겐 여전히 미지의 영역인 아이돌. “나는 모르겠다”며 아이돌을 단순한 ‘문화적 현상’으로 치부하던 당신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아이돌을 중심으로 형성된 K-팝(POP)은 세계를 강타하며 이미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아이돌 생태계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돈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셈이죠.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핵심인 아이돌은 최신 기술을 가장 먼저 입기도 합니다. 아이돌이 돈이 되는 비결, 쉽고 재미있게 짚겠습니다. [편집자]
JYP와 일본의 소니 뮤직 재팬이 공동 기획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9인조 걸그룹 ‘니쥬’는 여성 아티스트 사상 최단기간 돔 투어에 입성했다. [사진 JYP엔터테인먼트]

[이코노미스트 송재민 기자] K-팝(POP)에서 ‘한국’(Korea)를 뜻하는 ‘K’의 의미는 이제 이전과 같지 않다. 이미 한국인들로만 구성된 K-팝 그룹은 찾아보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곡 역시 세계 다양한 작곡가나 안무가의 합작으로 완성되고 있다. 같은 곡을 일본어 버전이나 중국어 버전으로 재발매하는 일도 빈번하다. 최근엔 아예 해외 시장에서 ‘현지화’한 K-팝 그룹들도 등장하고 있다.

‘한류 3.0’ 시대 접어든 엔터 산업…‘현지화’  핵심 키워드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핵심 키워드로 ‘현지화’가 떠올랐다. 그간 국내 시장을 겨냥해 인지도와 팬덤을 쌓은 뒤 해외에 진출하는 방식에서 벗어난 전략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처음부터 해당 국적 멤버들을 꾸려 해외 시장을 현지에서 곧바로 공략, 사업적 성과를 거둔 사례가 느는 추세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한류 3.0’ 시대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류 3.0은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전 총괄프로듀서가 지난 2011년 제안한 ‘한류발전 3단계’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개념이다. 이 전 총괄은▲한류 문화상품을 수출하는 1단계 ▲현지 회사·연예인과의 합작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2단계 ▲현지 회사와 합작회사를 만드는 등의 접근으로 해외에 한국의 ‘문화 기술’(Culture Technology)을 전수하는 3단계로 한류가 발전하리라고 봤다. SM은 2016년엔 그룹 NCT를 통해 3단계를 완성할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하이브·JYP·CJ ENM 등 국내 대형 기획사들 모두 현지화 아이돌을 데뷔시켰거나 데뷔를 준비 중이다.

SM에 이어 현지화 아이돌의 성과를 거둔 곳은 JYP 엔터가 꼽힌다. 일본에서 데뷔한 9인조 걸그룹 ‘니쥬’는 JYP와 일본의 소니 뮤직 재팬이 공동 기획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됐다. 니쥬는 데뷔 2년 만에 가수들의 꿈의 무대라는 도쿄돔을 시작으로 여성 아티스트 사상 최단기간 돔 투어에 입성했다. 이러한 현지화 그룹의 성공으로 JYP 엔터의 연결 매출은 2020년 1444억원에서 ▲2021년 1939억원 ▲2022년 3분기 기준 누적 2307억원으로 증가했다. 

JYP 엔터 측은 현지화 전략인 ‘글로벌라이제이션 바이 로컬라이제이션’(Globalization by Localization)의 성과가 이 같은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고 밝힌 바 있다. JYP 엔터는 올해 다른 현지화 그룹들을 대거 데뷔해 사업적 성과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일본 보이그룹 ‘니지프로젝트’와 중국 보이그룹 ‘프로젝트C’의 데뷔가 임박한 상태다. 또 미국 걸그룹 ‘A2K프로젝트’도 신규 론칭한다. 지금까지 대부분 일본 시장을 겨냥해 현지화 그룹을 공개했던 것과 달리 다양한 국가에 현지화를 시도하고 있다.

현지화 그룹 데뷔 위한 초석 ‘오디션’

하이브·SM·JYP 모두 현지화 그룹의 데뷔 시점을 올해 하반기로 잡고 있다. 그중에서도 미국 현지 활동 위주의 아이돌 데뷔 계획의 공통적인 특징은 ‘오디션’이 꼽힌다. 세 그룹 모두 미국 현장에서 오디션을 진행하고 연습 과정을 거친 뒤 한국 본사에서 데뷔를 준비하는 식으로 경쟁력을 끌어 올렸다.

SM의 경우 미국 현지에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데뷔 전부터 현지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해외 아티스트라는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이브는 현지 법인 하이브레이블즈재팬을 통해 하이브 첫 일본 그룹인 앤팀(&TEAM)을 선보였다. [사진 하이브 레이블즈 재팬]

하이브가 지난해 12월 현지 법인 하이브 레이블즈 재팬을 통해 선보인 보이그룹 앤팀(&TEAM) 역시 일본 현지에서 방송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선발된 멤버와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멤버로 구성됐다. 총 9명의 멤버 중 한국인은 단 1명뿐이다. 앤팀 데뷔를 앞두고 박지원 하이브 최고경영자(CEO)는 “다변화된 아티스트 포트폴리오로 특정 국가에 치중하는 것을 피하고 변화하는 트렌드에서도 유연하게 대응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큰 규모의 시장을 대상으로 해서 현지화에 성공하면 주류 음악 시장에서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이들 현지화 아이돌을 두고 K-팝 그룹이라고 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현지 언어로 현지인들을 타겟으로 하기 때문에 정체성이 희미하다는 지적이다. 그런데도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이 같이 현지화 전략에 집중하는 배경으론 ‘글로벌 진출’의 효과가 꼽힌다. 이미 K-팝 그룹의 데뷔 과정의 시스템적 경쟁력은 시장에서 다양한 사례를 통해 입증됐다. 이를 현지화해 해외 사업에서의 사업적 성과를 거두겠단 취지다.

대형 엔터 기업의 글로벌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도 꼽힌다. 내수 시장만으론 성장에 한계가 있고 팬덤의 규모도 작기 때문이다. 실제로 엔터기업들의 매출 중 상당한 부분이 ‘해외 투어’에서 나온다. 하이브의 방탄소년단(BTS)은 2019년 6개월간 월드투어 당시 20회 공연으로 약 19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박하경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투어 규모와 앨범 판매량 증가를 통해 아이돌 팬덤의 로열티가 어느 때보다 강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2023년은 확대된 글로벌 팬덤을 본격 수익화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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