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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SVB 폐쇄’ 충격…국내 ‘저축은행’도 위기감 확대

스타트업 ‘돈줄’ SVB 파산…불충분한 유동성·지급불능이 원인
단순한 예대마진 영업구조, 국내 저축은행과 닮아
국내 은행들 영업 구조 “SVB와 근본적 차이 있다”

미국 뉴욕시에 있는 실리콘밸리은행 지점 앞에 한 시민이 서 있다. [사진 연합뉴스/로이터]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 절차에 들어가면서 국내 은행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당국은 국내 은행들이 SVB와 같은 자산 구조를 가지지 않은 만큼 비슷한 위기는 겪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국내 저축은행의 경우 자금조달에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어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리 여파 받은 SVB, 뱅크런에 결국 폐쇄 조치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0일(현지시간)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SVB가 폐쇄됐다. SVB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은행으로, 주로 기술 스타트업 분야 기업들로부터 예금을 유치하고 대출을 내주는 역할을 해왔다. 자산 기준으로 지난해 말 미국 내 16위를 기록했다. 

이번 SVB 폐쇄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해부터 가파르게 금리를 인상한 영향이 가장 컸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막대한 유동성이 풀린 영향에 SVB 예금은 2021년 한 해에만 86% 증가했다. SVB는 이후 이 예금을 대출만 아니라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미 국채에도 투자했다. 이후 지난해부터 기준금리가 올랐고 고물가 등 영향에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됐다. 이에 기업 위주로 이뤄진 예금이 빠져나가기 시작하자 유동성 압박을 겪은 SVB는 자금 마련을 위해 국채를 팔아야 했는데, 국채 가격이 급락한 상황이라 손실을 확정하며 채권을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소식이 업계에 퍼지면서 예금 인출(뱅크런)이 발생했고, 지난 9일(현지시간) 하루에만 SVB 총예금의 24%에 달하는 420억달러(약 55조6000억원) 규모의 인출이 몰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특히 SVB는 유상증자에도 실패했고, 결국 미 연방예금보험공사가 이 은행을 폐쇄하는 조치를 내렸다. 

SVB 이자이익 의존 높아…국내 저축은행과 수익 구조 닮아

SVB 문제가 자금 조달 능력과 직결되는 만큼 국내 금융권에서는 저축은행이 비슷한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SVB는 순수익에서 순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72%로 절대적으로 예금과 대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은행”이라며 “고금리로 유치된 예금이 대출이나 이자외수익 창출로 이어지지 못한 SVB만의 비효율적인 사업 구조 문제”라고 설명했다. 

국내 저축은행들도 예금과 대출만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단순한 영업 방식으로 운영된다. 최근 들어 저축은행들은 예적금 잔액이 감소하고 있고, 대출 금리까지 높아지면서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3일 기준으로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3.74%다. 업계 1, 2위인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각각 3.60%, 3.50%다. 우리은행 원(WON)플러스예금의 3.85%보다 낮았다.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말까지 연 5~6% 정기예금 금리 상품을 내놨지만, 마진이 떨어진다는 우려에 금리를 은행권보다 더 빠르게 낮췄다. 

저축은행의 금리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자금 조달 어려움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 수신 잔액은 매달 증가하다 지난해 12월 말 전월보다 1조1190억원 감소했다. 당시 수신 총액은 120조2384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다 저축은행의 평균 대출 금리는 올해 1월 기준으로 13.17%를 기록했다. 일반 은행의 5.46%보다 2배 이상 높아 대출 부실 위험도 큰 상황이다. 이익은 지난해부터 감소했다. SBI저축은행·OK저축은행·웰컴저축은행·페퍼저축은행·JT저축은행 등 5대 저축은행의 지난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총 51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급감했다.

“국내 은행 및 비은행 모두 충격 견딜 능력 높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8일 오전 부산은행 본점에서 열린 '지역사회-지방은행 따뜻한 동행 위한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부산은행]
저축은행과 달리 국내 은행들은 SVB와 같은 사태는 겪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지방은행이  지방경기 악화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지만, 지방은행들도 담보 위주로 자산을 늘렸고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리스크에 대비한 상황이다.

BNK금융지주(138930)의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경우 산업별 원화대출금 중 비중이 가장 큰 철강, 자동차, 건설, 조선 분야의 ‘담보 및 충당금 커버 비율’이 평균 77.4%에 달했다. 부산은행의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비중도 74.3%를 기록했다. 

아울러 SVB가 총자산의 56.7%를 국채 등 장기 유가증권에 투자한 것과 달리 국내 은행들의 주식·채권 등 유가증권 투자 비중도 총자산의 18%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국내 은행 및 비은행 금융회사 모두 자산부채 구조가 SVB와 다를 뿐만 아니라 양호한 자본비율 및 유동성비율과 견조한 수익성 등 근본적 차이가 있다”며 “국내 금융회사는 일시적 충격에 견딜 수 있는 상당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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