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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비교' 서비스에 설계사 불만 고조…"빅테크 특혜에 우린 죽는다"

[보험 플랫폼 시장 열린다] ④ 대형 포털서 '보험 비교 서비스' 시행 임박
'생존권 보장' 외치는 설계사..."공정한 경쟁하게 해달라"

지난해 9월 한국보험대리점협회와 보험대리점 업계, 보험영업인노조연대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온라인 플랫폼의 보험대리점업 진출 허용을 결사반대한다″는 집회를 연 모습.[사진 한국보험대리점협회]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온라인 플랫폼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도입이 임박하며 보험설계사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들은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 판매) 도입 때처럼 플랫폼의 보험시장 진출로 설계사들이 자리를 잃게될 것이라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닌 적어도 플랫폼과 같은 조건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입장이다.

서비스 출시 임박...설계사 불안감 '고조'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최근 플랫폼-보험업계가 자동차보험 수수료율을 두고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루면서 사실상 출시 마무리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플랫폼업계는 금융당국에 ‘자동차보험 수수료율을 10% 이상 고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이후 양측의 협의가 진전을 보인 것이다.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시행되면 소비자들은 대형 포털사이트나 플랫폼에서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손쉽게 비교하고 추천받을 수 있게 된다.  

다만 모든 상품이 네이버나 카카오 등 플랫폼에서 비교·추천 서비스되는 것은 아니다. 종신·변액·달러보험 등 상품 구조가 복잡하고 설명이 필요한 상품은 서비스에서 제외됐다.  

대신 자동차·여행자·펫보험 등 담보구성이 유사하고 현재도 CM(온라인) 채널에서 주로 판매되고 있는 상품들이 주가 된다. 여기에 건강보험도 서비스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단계적 규제 완화에 따라 실손의료보험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모든 상품이 플랫폼에서 서비스 되는 것이 아님에도 설계사들의 반발은 여전하다. 장기적으로 보험소비자들이 플랫폼 이용에 익숙해지고 이들의 영향력이 커지면 상대적으로 설계사의 중요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험영업인 노동조합 연대는 21일 광화문 정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핀테크 기업의 보험영업 진출 반대를 외쳤다. 이들은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시행되면 규모가 큰 핀테크 기업들이 특혜를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보험사 영업매출 90%는 보험설계사들이 올리고 있다”며 “플랫폼이라는 채널이 활성화될수록 설계사들의 활용도는 떨어지고 이들에 대한 필요성도 하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2000년대 초반, 방카슈랑스 도입 때도 설계사들이 은행에 일자리를 뺏긴다며 강력히 반발했던 적이 있다”며 “플랫폼이 은행보다 강력한 채널이라 볼 순 없지만 파급력은 크다보니 설계사들이 물러설 수 없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금융당국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규제 완화 발표가 나온 이후 한국보험대리점(GA)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45만 설계사에게 건전한 경쟁이 불가능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플랫폼의 시장 진출로 비용이 상승해 결국 보험소비자가 인상된 보험료 청구서를 받아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지난해 하반기, 광화문에서 반대 집회를 열기도 했다. 집회에서 설계사들은 2003년 방카슈랑스 도입 이후 20년간 설계사 수가 60%나 감소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설계사 측은 빅테크가 보험시장에 들어오는 것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이들에게 과도한 특혜를 주면서까지 설계사들을 죽이지 말아달라고 당국에 요청하고 있다. 

현재 빅테크 3사는 자회사GA로 NF보험서비스(네이버), KP보험서비스(카카오페이), 토스인슈어런스(토스)를 운영하고 있다. 플랫폼서 수집된 데이터베이스(DB)가 자체 GA에서 활용되면 기본적으로 공정한 경쟁이 어렵다는 주장이다.

한국보험대리점협회 관계자는 “CM채널에서 자동차보험 판매가 허용된다면 GA설계사들도 이 채널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게끔 해달라는 것이 우리의 요구”라며 “당국이 조만간 최종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텐데 설계사들이 공감하기 어려운 내용이 포함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상품 설명, 여전히 필요 VS 목마른 우리에겐 기회”
은행 창구서 상담을 받는 고객 모습.[사진 연합뉴스]

대부분의 설계사들은 플랫폼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에 반발하는 분위기다. 한 GA설계사는 “보험은 마트에서 물건 고르듯 고르는 상품이 아니라 설계사들의 제대로 된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 보험사 전속설계사도 “여전히 설계사 하면 ‘불완전판매 온상’, ‘보험사기 공범’ 등 부정적 인식이 많지만 이는 일부 설계사들의 문제”라며 “어느 업권이나 ‘일부의 문제’는 존재하는 만큼, 성실히 일하는 설계사들의 생존권은 보장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몇몇 설계사들은 지난해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강화된 온라인 영업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강조했다. 플랫폼의 시장 진출이 이뤄지면 설계사들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는 만큼 온라인 규제라도 완화해달라는 얘기다.

한 영업설계사는 “블로그에서 보험 단어를 많이 쓰면 심의에 걸리고 유튜브 영상을 만들어도 심의에만 한달 이상 걸리면 설계사들은 이 기간에 영업이 사실상 막히는 셈”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부 설계사들은 플랫폼의 보험 시장 진출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형 보험사·GA 설계사들 대비 중소형·중소GA 설계사들은 고객DB 확보에 늘 애를 먹는다. 하지만 플랫폼으로 보험소비자들이 모이면 중소형사도 대형사와 비슷한 조건으로 경쟁이 가능할 수 있다는 기대다.

한 중소형사 설계사는 “회사로부터 DB를 꾸준히 공급받고 비교적 안정적인 영업울타리를 확보한 설계사들이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반대하는 것”이라며 “당장 영업에 목마른 다른 설계사들 입장에서는 플랫폼 시장도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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