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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탄소배출권거래제, 규제 줄이고 재생에너지 사용 혜택 늘려야”

유럽은 탄소 간접 배출 규제 없이 전기요금 보조금 지급
"국내 재생에너지 사용 인센티브 확대 필요"

철강 업체는 쇳물을 만들기 위해 철광석을 녹이면서 코크스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하기때문에 다량의 탄소를 배출한다. 사진은 포스코맨이 용광로에서 1500℃가 넘는 쇳물이 잘 쏟아져 나올 수 있도록 출선구(쇳물이 나오는 출구) 정리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포스코]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국내 기업은 전기요금 인상과 배출권거래제 간접배출 규제라는 이중고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우리 기업이 글로벌 수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배출권거래제에서 간접배출은 제외하고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혜택을 확대해 기업의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지원해야 한다”고 21일 밝혔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정부가 기업에 일정 기준의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배출권)을 부여하고 배출권이 부족하거나 넘치는 기업은 서로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대한상의는 21일 발표한 ‘국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선진화 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2015년 1월부터 시작해 현재 3차 계획기간(2021~25년)이 시행 중”이라며 “현재 우리나라는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전력 사용에 따른 간접배출(Scope 2)을 규제하지만, 미국 등은 간접배출(Scope 2)에 대한 규제가 없고 유럽은 기업 지원을 위해 전기요금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했다.

유럽은 배출권거래제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으로 기업의 생산 부담이 증가해 탄소누출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철강, 화학, 비철금속 등 전력다소비 업종에 전기요금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독일은 유럽연합(EU)지침에 따라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2020년에는 325개 업체(893개 사업장)에 총 8억 3300만 유로를 지원했다. 탄소누출이란 탄소규제가 강한 지역에서 규제가 약한 지역으로 기업이나 기업의 생산시설, 생산량 등이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도 해외 주요국처럼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게 대한상의 주장이다. 실제 국내와 해외에 사업장을 보유한 대기업 A사는 탄소중립을 위해 해외 사업장에서는 이미 재생에너지 전력을 100% 사용하고 있지만 국내 재생에너지 전력 가격이 높아 생산 비용 증가에 대한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대한상의는 전했다. 철강업종 B사는 공장부지 내 농업시설을 설치해 연료 대신 버려지던 폐열을 활용해 탄소중립 농작물을 생산하고 탄소감축에 기여하고 있지만, 현재 제도 내에서는 탄소감축실적을 인정받을 수 없다고 했다.

이상준 서울과기대학교 교수는 “국내 도입된 배출권거래제를 활용해 국내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탄소감축에 노력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동시에 민간 부문의 재생에너지 활용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배출권거래제를 통한 인센티브 부여 방식으로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에 대해 배출권 사전할당 시 온실가스 감축노력을 인정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정부는 현재 배출권 사전할당 과정에서 감축노력을 인정한 기업에 배출권을 추가 할당하는데, 재생에너지 사용 기업에 배출권을 더 주자는 뜻이다.

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에서 도입하는 가중치 제도를 배출권거래제에서도 적용해줄 것을 제안했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는 500MW 이상의 화력발전 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가 총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태양광, 풍력 등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2023년에는 총 25개 발전사업자가 지정됐다.

발전사업자가 재생에너지 의무 발전량을 스스로 지키지 못하면 신재생에너지발전량인증서(REC)를 구매할 수 있으며 주요 재생에너지원이나 주민참여형 사업 등에는 REC에 추가적인 가중치가 제공된다.

대한상의는 또 배출권거래제 참여기업이 아닌 중견·중소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경우에 외부감축실적(KOC)을 지급해달라고 제안했다. 현재 정부는 배출권거래제 참여기업이 아닌 기업이 자발적으로 감축노력을 한 경우 외부감축실적(KOC)을 주고 있지만, 재생에너지를 구매해 사용하는 경우는 이를 감축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최근 미국은 인플레이션방지법(IRA) 통해 재생에너지 투자기업에는 투자세액 공제를 큰 폭으로 확대하고 재생에너지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도 법인세를 완화해주고 있다”며 “국내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감축노력을 하는 기업에 확실한 인센티브가 부여될 수 있도록 배출권거래제 선진화 협의체에 해당 의견을 반영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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