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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소동’ 얼룩말 세로의 사연…“부모 잃고 외로워해, 반항 시작”

캥거루와 다툼 등 돌발 행동
내년에 또래 암컷과 합사 예정

23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인근에서 어린이대공원에서 탈출한 얼룩말이 주택가를 돌아다니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서 탈출해 도심을 누볐던 수컷 얼룩말이 최근 부모를 잃고 외롭게 지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서울어린이대공원에 따르면 전날 광진구 어린대공원 동물원에서 탈출했다가 붙잡힌 수컷 그랜트 얼룩말 ‘세로’는 2019년 6월 동물원에서 태어나 부모와 함께 지내다 2021년 엄마 ‘루루’에 이어 지난해 아빠 ‘가로’를 차례로 잃었다.

얼룩말의 평균 수명은 20∼25세인데 부모 모두 나이가 20세 안팎이라 노쇠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세로는 축사에서 홀로 지내왔다. 부모가 낳은 형과 누나들은 축사 공간이 부족해 세로가 태어나기 전 모두 다른 동물원으로 보내졌다.

세로는 인간으로 따지면 사춘기를 막 졸업한 청년 시기에 해당, 내년에는 다른 동물원의 또래 암컷을 짝으로 맞아 대공원 동물원에서 함께 살 계획이었다.

부모가 죽고 홀로 지내면서 반항이 부쩍 심해졌다는 게 동물원 측의 설명이다. 그간 예민했던 세로는 축사에 혼자 남으면서 급격히 외로움을 타기 시작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밤에 실내 공간인 내실로 들어오기를 거부하고 외부 방사장(외실)에서 지내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초식동물마을 내 캥거루 가족이 사는 옆집을 기웃거리다 수컷 캥거루와 투덕거리기도 했다.

어린이대공원에서 탈출한 얼룩말이 23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주택가에서 돌아다니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1월 서울시설공단 유튜브 채널에는 ‘얼룩말 세로의 이야기’라는 제목의 영상에서도 ‘엄마 아빠 껌딱지’였던 세로가 부모를 잃고 반항을 시작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부모 얼룩말이 세상을 떠난 후 집에 들어가지 않고 캥거루와 싸우는 등 반항하기 시작했으며, 사육사들이 심심하지 않도록 장난감을 주고 좋아하는 간식을 챙겨주며 보살피는 장면도 담겼다. 

앞서 23일 오후 2시40분께 세로는 나무 울타리를 부수고 어린이대공원을 탈출했다. 1㎞ 떨어진 주택가로 향한 세로는 동네 곳곳을 누비다 막다른 골목에서 발견됐다.

경찰과 소방, 어린이대공원 관계자가 주변을 통제한 뒤 세로에게 마취총을 여러 번 쏜 뒤에야 붙잡을 수 있었다. 세로는 탈출 3시간여 만에 어린이대공원 우리로 다시 돌아왔다. 의식을 차린 후에는 전담 수의사와 사육사의 보살핌 속에 안정을 되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어린이대공원 측은 재발 방지를 위해 상반기 예정했던 시설물 개·보수 시기를 앞당겨 어린이날 전까지 울타리 소재를 목재에서 철제로 바꾸고 높이도 더 높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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