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우려가 현실로…삼성전자, 챗GPT 빗장 풀자마자 ‘오남용’ 속출
반도체 사업장 챗GPT 허용 20일, 정보 유출 사고 3건 발생
설비 계측·수율 데이터, 미국 기업에 고스란히 전송…회수 불가
필요시 해당 임직원 징계…사내 전용 AI 서비스 구축 검토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우려가 현실이 됐다.
삼성전자가 디바이스솔루션(DS·반도체) 부문 사업장 내 챗GPT(ChatGPT) 사용을 허가하자마자 기업 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났다. 반도체 ‘설비 계측’과 ‘수율·불량’ 등과 관련한 프로그램 내용이 고스란히 미국 기업의 학습 데이터로 입력됐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사고를 원천적으로 막고자 DS 내 조직인 혁신센터의 주관 아래 사내 전용 자체 인공지능(AI) 서비스 구축을 검토 중이다.
3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챗GPT에 삼성전자 기업 정보를 입력하는 3건의 사고가 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스타트업 오픈AI(OpenAI)는 챗GPT에 입력된 질문 내용을 임직원이 확인하고 ‘학습 데이터’로 활용하고 있다. 기업 기밀을 질문에 입력한다면 불특정 다수에 해당 내용이 유출될 수 있는 구조다. 오픈AI도 챗GPT 이용 안내를 통해 ‘민감한 내용은 입력하지 말라’고 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구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내 기밀 따위의 정보 유출을 우려해 사업장 내 챗GPT 이용을 막아왔다.
그러나 지난 11일부터 DS 부문은 챗GPT 사용을 허가했다. 디바이스경험(DX·모바일과 가전) 부문은 아직 챗GPT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DS 부문의 챗GPT 사용 허가는 기술적 변화를 임직원 모두가 인식할 필요성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다. 반도체는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구축의 핵심 요소다. 회사는 다만 챗GPT 사용을 허가하며 임직원을 대상으로 “사내 정보 보안에 주의하고 사적인 내용을 입력하지 말라”는 공지를 내리기도 했다.
DS 부문이 운영 정책을 변화한 지 20일도 안 돼 우려하던 ‘사내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삼성전자가 파악한 사고 내용은 ‘설비정보 유출 2건’과 ‘회의내용 유출 1건’이다. 회사는 해당 사실을 인지한 후 한 질문당 업로드 용량을 1024바이트로 제한하는 등 ‘긴급 조치’ 사항을 적용했다. 기업 정보 유출 사고를 낸 임직원을 대상으로 사고의 경위를 조사하고, 필요시 징계를 내릴 방침이다.
삼성전자 DS 부문 임직원 A씨는 반도체 설비 계측 데이터베이스(DB) 다운로드 프로그램의 소스 코드를 실행 중 오류를 확인했다. 문제가 된 소스 코드 전부를 복사해 챗GPT에 입력, 해결 방법을 문의했다. 삼성전자 설비 계측과 관련한 소스 코드가 오픈AI 학습 데이터로 입력된 셈이다.
임직원 B씨는 수율·불량 설비 파악을 위해 작성한 프로그램 코드를 챗GPT에 입력하는 사고를 냈다. 관련 소스 전체를 챗GPT에 입력하고 코드 최적화를 요청했다. 임직원 C씨는 스마트폰으로 녹음한 회의 내용을 네이버 클로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문서 파일로 변환한 뒤 챗GPT에 입력했다. 회의록 작성 요청이 목적이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내용을 임직원에 공지하고 챗GPT 사용에 주의를 당부했다. 회사는 내부 공지를 통해 “챗GPT에 내용이 입력되는 순간 데이터가 외부 서버에 전송되고 저장돼 회사가 이를 회수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챗GPT에 해당 내용이 학습된다면, 민감한 내용이 불특정 다수에게 제공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챗GPT를 통한 정보 유출 사고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보호 조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회사는 임직원에게 “정보 보호 긴급 조치 후에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한다면 사내망에서는 챗GPT 접속이 차단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정보 유출 사고를 묻는 기자에게 “회사 내부 사정이기 때문에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생성형 AI에 따라 반도체 생태계가 변화할 수 있다고 보고 경영진 차원에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전체 임원을 대상으로 ‘챗GPT의 등장, 생성형 AI가 만드는 미래’를 주제로 온라인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챗GPT 중요도를 강조하고 생성형 AI에 대한 이해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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