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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회사가 아닌 미래를 샀다”… 최종건‧최종현 SK 전 회장 어록집 나왔다 [E-BOOK]

SK, 창립 70주년 기념 인간중심경영 조명…250개 어록, 1500여 장 사진 복원
최태원 회장 “선대의 도전 정신, 미래 디자인 동력될 것”

폐암수술을 받은 최종현 SK선대회장(가운데)이 IMF 구제금융 직전인 1997년 9월, 산소 호흡기를 꽂은 채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해 경제위기 극복방안을 논의하는 모습.[사진 SK]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구부러진 것은 펴고 끊어진 것은 잇는다.”(최종건 SK 창업회장) “도전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최종현 SK 선대회장)

SK그룹은 창립 70주년(4월 8일)을 맞아 최종건 창업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 형제의 어록집 ‘패기로 묻고 지성으로 답하다’를 6일 발간했다. 이 어록집에는 250여 개 대표 어록을 일화와 함께 다뤘고, 국가경쟁력 강화를 고민했던 두 회장의 유지가 어떻게 계승됐는지 조명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구부러진 것은 펴고 끊어진 것은 잇는다”는 최종건 창업회장의 말을 두고 SK 측은 “1953년 한국전쟁으로 잿더미 속 폐허가 된 공장에서 최 창업 회장이 손수 부품을 주워 직기를 재조립하며 한 일성이었다. 글로벌 SK 70년 역사의 시작이었다”고 설명했다.

최종건 창업회장은 1953년 선경직물을 창업한 후 ‘Made in Korea’가 새겨진 인견 직물을 최초로 수출했다. “회사의 발전이 곧 나라의 발전”이라고 항상 강조했다. SK는 최종건 회장이 “돈으로 사람을 살 수 없다. 마음을 주고 사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발전이 미덕인 시대에 사람의 가치를 존중하고 구성원의 복지 향상에 힘썼다고 덧붙였다. 

최종건 창업회장은 도전하는 것에 두려움을 갖지 않는 인물이었다. 1958년, 나일론 생산을 결심하면서 최 창업회장은 “시도도 해보지 않고 처음부터 절망적인 생각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해도 실패한다”고 했다. 또 “남들이 처음부터 안 될 것 같다고 포기하는 일에 어떤 가능성을 갖고 여러 방법을 찾아보는 사람에게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1967년 아세테이트 원사 공장 기공식에서 최종건 SK창업회장(왼쪽 5번째)과 최종현 선대회장(6번째)[사진 SK]

최종현 선대회장은 1973년 창업회장의 유지를 이어받아 SK를 이끌었다. 미국에서 수학한 지식을 기반으로 ‘시카고학파’의 시장경제 논리를 한국식 경영에 접목한 기업인이다. 서양의 합리적 경영이론과 동양의 인간 중심 사상을 결합해 SK 고유의 경영관리체계인 SKMS(SK Management System)를 정립했다.

“첫째도 인간, 둘째도 인간, 셋째도 인간”, “You가 알아서 해”라는 어록처럼 자율성에 기반한 과감한 위임을 실천했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직원의 능력과 인격을 믿고 맡겼던 인물로 평가된다. 취임 후 계열사 사장에게 결재권을 위임하면서 서류에 회장 결재란을 두지 않았다. 임직원의 출퇴근 카드도 폐지했다.

그는 임직원의 능력을 키우는 방법으로 ‘책임을 지우는 길이 제일 빠르다’고 확신했다. 책임지게 하려면 일을 맡겨줘야 한다는 것이다. 거꾸로 “일을 맡기지 않으면 책임지지 않고 책임 없는 간부는 자라지 않는다”고 했다. 사장에게는 사장이 할 일이 있고, 회장에게는 회장이 할 일이 있다는 것이다. 능력 있는 사람을 사장으로 임명하고도 항상 어깨너머로 감시한다면 감시하는 사람도 감시받는 사람도 괴롭고 지겨울 수밖에 없다는 게 최종현 선대회장의 생각이었다.

1975년 국내 최초 기업 연수원인 선경연수원을 개원하고 해외 MBA 프로그램 도입하는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줬다. 1994년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 인수 시 “우리는 회사가 아닌 미래를 샀다”고 한 말은 지금도 회자된다.

최종건 SK 창업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 형제의 어록집 ‘패기로 묻고 지성으로 답하다’의 표지. [사진 SK]


아직도 ‘선경’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당시 선경그룹이 후원했던 MBC 교육프로그램 ‘장학퀴즈’를 떠올린다. 최종현 선대 회장은 “열 명 중 한 사람만 봐도 청소년에게 유익하다면 조건 없이 지원해도 좋다”며 후원을 결정했다. “제품을 팔기 위해 후원한다는 오해를 받아선 안 된다”며 “공익광고를 방영하라”고 지시한 것도 최종현 선대 회장이다. 1년에 두 번 장학퀴즈 기장원과 월장원 학생들을 본사에 초청해 식사를 대접하면서도 “여러분은 졸업하고 선경에 오면 안 돼, 더 좋은 데 가서 나라를 위해 일해야지”라고 하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은 발간사를 통해 “창업회장과 선대회장의 삶과 철학은 단지 기업의 발전에 머무르지 않았고,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향해 있었다”며 “선대의 도전과 위기극복 정신이 앞으로 SK 70년 도약과 미래 디자인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SK는 10개월에 걸쳐 최종건 창업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의 발간물‧사사‧업무 노트 등 기록물 약 1만 5000장을 분석하고 대표 어록 250개를 선별했다. 1500여 장의 사진 자료를 디지털로 복원해 대표 이미지 170장을 이번 어록집에 담았다.

 

최종현 선대회장(왼쪽)이 1981년 내한한 야마니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가운데)과 논의하는 장면.[사진 SK]

 
1969년 폴리에스터 원사 공장 준공식에서 최종건 SK 창업회장(오른쪽 3번째)과 최종현 선대회장(오른쪽 2번째)[사진 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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