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만큼 참았다’…엔씨가 카카오게임즈 고소한 이유는?[서대문 오락실]
엔씨 “아키에이지 워가 리니지2M 표절했다”
카카오게임즈 “관련 법률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IT·게임업계는 그 어떤 산업군보다도 변화의 속도가 빠릅니다. 흐름을 한번 놓치면 적응하기 쉽지 않습니다. 누군가 이런 흐름을 정리해준다면 한결 이해하기 쉬울 테죠. 서대문 오락실에서는 지난 한주간 IT·게임업계에서 이슈가 됐던 일들과 그 비하인드까지도 정리해줍니다. 서대문 오락실만 잘 따라와도 흐름을 놓칠 일은 없을 것입니다. [편집자주]
최근 게임업계에 큰 사건이 하나 벌어졌습니다. 엔씨소프트가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장을 접수한 것입니다.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카카오게임즈는 최근 신작 MMORPG ‘아키에이지 워’를 출시했습니다. 카카오게임즈는 아키에이지 워 출시와 관련해 자회사인 엑스엘게임즈의 PC 온라인게임 ‘아키에이지’ IP를 바탕으로 만든 멀티플랫폼 게임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게임의 특징으로 ‘해상전’을 내세웠습니다. 이는 원작 아키에이지가 해상전으로 유명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게임이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 커뮤니티에서 ‘리니지2M과 너무 비슷하다’란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일부 게임 유저 인터페이스(UI)와 아이템 등은 거의 ‘복사 붙여넣기’ 수준으로 똑같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리니지2M은 엔씨가 지난 2019년 출시한 모바일 MMORPG입니다. 아키에이지 워가 아케이이지 IP를 활용했듯이 리니지2M 역시 PC 온라인게임 ‘리니지2’ IP를 활용해 만든 게임입니다.
이런 상황속에서 엔씨는 지난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소장(민사)을 접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엔씨는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가 지난 3월 21일 출시한 ‘아키에이지 워’에서, 당사의 대표작인 ‘리니지2M’의 콘텐츠와 시스템을 다수 모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엔씨는 ‘아키에이지 워’가 장르적 유사성을 벗어나 엔씨의 지적재산권(IP)을 무단 도용하고 표절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엔씨 관계자는 “다수의 언론 보도와 게임 이용자, 게임 인플루언서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다”며 “엔씨는 이에 사내외 전문가들의 분석과 논의를 거쳐 당사의 IP 보호를 위한 소송을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IP는 장기간의 연구개발(R&D)을 통해 만들어낸 결과물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하는 기업의 핵심 자산이라는 입장입니다.
특히 엔씨는 “이번 법적 대응은 엔씨의 IP 보호뿐 아니라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게임 콘텐츠 저작권 기준의 명확한 정립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본 사안에 대한 두 회사의 책임 있는 자세와 입장을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엔씨의 갑작스런 소장 접수에 대해 게임업계에서는 ‘터질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실제로 아키에이지 워를 비롯해 수많은 ‘리니지라이크’ 게임들이 최근 들어 우후죽순 출시됐기 때문입니다. 해당 게임들은 리니지M이나 리니지2M 등 리니지 IP 활용 모바일게임들의 비즈니스모델(BM)을 철저하게 분석, 이를 자사 게임에 적용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런 상황속에서 최근 출시된 아키에이지 워가 높은 매출을 거두며 기존 리니지 IP 게임들의 자리를 위협하자, 엔씨가 고소라는 초강수를 뒀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각에서는 아키에이지 워는 일종의 대표성이고 사실상 리니지라이크 게임 전반에 대한 경고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엔씨의 법적 대응 이후 많은 게임사들이 자사 게임에 대한 BM 검토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이번 법적 대응이 장기전이 될 확률이 높다는 점입니다. 특히 7일 카카오게임즈는 엔씨의 이번 고소와 관련해 “관련 법률 위반 사항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습니다.
카카오게임즈 측은 “지난 3월 21일 출시한 ‘아키에이지 워’는 국내 및 글로벌 지역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PC 온라인게임 ‘아키에이지’ IP의 세계관, 캐릭터, 지역명 등을 재해석한 뒤, PC·모바일 크로스플랫폼 환경에서의 플레이를 고려해 개발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모바일 코어 MMORPG 이용자 층의 플레이 환경을 고려해 대중적인 방식의 간결한 인터페이스와 조작 방식을 통한 캐릭터 성장 및 다양한 콘텐츠의 재미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며 “엔씨소프트 측의 ‘아키에이지 워’에 대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 주장은 동종 장르의 게임에 일반적으로 사용돼 온 게임 내 요소 및 배치 방법에 대한 것으로 관련 법률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추후 소장을 수령해 면밀히 검토 및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며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는 ‘아키에이지 워’의 이용자들을 위해 안정적인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소송 건은 향후 어떻게 진행될까요? 게임업계에서는 두 게임사간 원만한 합의를 기대하는 눈치입니다. 실제로 앞서 벌어진 게임사간 저작권 분쟁과 관련해 원만한 합의에 이른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 엑스엘게임즈의 송재경 대표는 리니지의 기초를 만든 개발자로 ‘리니지의 아버지’라는 호칭으로도 유명합니다. 여러분들은 이번 사건을 어떻게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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