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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결권 제도, 숙원사업이라지만…벤처 투자 마중물 될지는 미지수

VC 입장에선 ‘양날의 검’으로 작용될 가능성
지배주주에만 유리…일반 투자자 모집 걸림돌

벤처투자업계가 법안 통과를 벤처 투자 활성화의 초석으로 여기며 반기는 것과 달리 실제 벤처캐피탈(VC)이나 일반 투자자들로부터의 투자 유치로 연결되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송재민 기자] 벤처업계의 숙원으로 꼽히는 복수의결권 제도가 법안 발의 2년 4개월여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벤처투자업계가 법안 통과를 벤처 투자 활성화의 초석으로 여기며 반기는 것과 달리 실제 벤처캐피탈(VC)이나 일반 투자자들로부터의 투자 유치로 연결되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복수의결권 제도 통과를 가장 기다린 건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이다. 복수의결권 제도는 주식 한 주당 2개 이상 의결권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제도로 1주당 10배 혹은 20배 이상 의결권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벤처 기업이 사업을 키우기 위해 투자를 받다 보면 창업자의 지분이 희석되고, 지분 희석으로 경영권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즉, 외부 자본으로부터 창업자의 경영이념이 훼손돼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는 법안 통과를 환영하고 나섰다. 이들 협회는 이전부터 경기침체 등으로 투자 혹한기를 맞은 가운데 복수의결권 제도가 위축된 벤처투자시장을 활성화하는 마중물이 될 거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복수의결권 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이들은 법안 통과에도 여전히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복수의결권 제도가 벤처투자시장을 활성화하고 벤처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또한 최대주주가 복수의결권을 지닌 기업에 VC가 적극적으로 투자할 확률이 높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대주주가 경영권을 독점하고 사적 이익을 위해 지배력을 강화한다면 오히려 기업의 투자 매력도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복수의결권 제도는 지배주주한테는 유리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은 오히려 투자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지배주주를 위한 안전장치로 인해 세습이 유리해지고 경영권 보호막을 치는 데 도움이 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복수의결권 제도가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막는 ‘독소조항’이 돼 결국 전체 투자 규모가 줄어들고 VC들의 투자 관심도도 낮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 대표는 “우리보다 먼저 복수의결권 제도를 도입한 미국의 경우 제도 시행 이후 폐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미국계 기관투자가협의회에서도 복수의결권이 있는 기업에는 투자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나왔다”면서 “우리나라도 동일하게 이러한 전처를 밟을 확률이 높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20004년 복수의결권을 활용해 창업자가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상장에 성공한 구글의 경우 매년 주주총회에 복수의결권 폐지 안건이 상정되고 있다. 이에 2019년 복수의결권을 갖고 있는 공동창업주들이 스스로 경영에서 물러난 바 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비상장 기업이 상장할 때 경영권을 지키면서 자금 조달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차등 의결권이기 때문에 벤처 기업이 사업을 이끌어가기 위한 추가 자금 조달을 하지 않고서는 큰 메리트가 없다”고 말했다. 

황 연구위원은 “복수의결권 제도 도입으로 인한 미래가 현재 벤처기업들이 기대하는 만큼 ‘핑크빛’은 아닐 수 있다”며 “VC가 직접 컨트롤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에서 복수의결권을 갖는 벤처 기업에 얼마나 자금을 믿고 넣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주주들을 보호하고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한 이사회 제도나 감사 등의 장치 없이 막강한 권한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해당 제도가 경영권 승계에 악용되거나 일반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도록 일몰 조항을 포함한 여러 제한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앞으로 법안 개정 가능성이 열려 있는 만큼 해당 제도가 ‘비상장 벤처 기업의 상장 유인’이라는 본래 의도를 벗어나는 방향에 대해 견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법안 통과에 따라 이후 국무회의나 시행령 마련 등을 거쳐 10월부터는 제도가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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