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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조작 몰랐다, 나도 피해자” 임창정은 진짜 피해자일까

[증시 흔드는 작전세력]③
투자자 행사 참여해 ‘투자 권유’한 정황 속속 드러나
주요 피의자 라덕연 대표를 ‘종교’라 칭하기도
경제 전문 변호사 “시세조종 등 알았다면 수사대상”

외국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를 놓고 가수 겸 배우 임창정 등 사건에 연루된 유명인들이 피해자인지 가해인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 임창정 SNS 캡처]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채영 기자] 외국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를 놓고 가수 겸 배우 임창정 등 사건에 연루된 유명인들이 피해자인지 가해인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주가 조작이 있었는지 몰랐고, 자신들 역시 원금을 다 잃고 빚이 생겨 피해자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임창정이 투자자 행사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했다는 증언과 증거가 나오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관건은 세력끼리 짜고 치는 ‘통정거래’ 있었는지, 시세차익 챙겼는지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은 지난달 28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과와 금융감독원 조사 인력 등 20여명 규모의 합동수사팀을 꾸렸다. [사진 연합뉴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은 지난달 28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과와 금융감독원 조사 인력 등 20여명 규모의 합동수사팀을 꾸렸다. 검찰은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 등 주요 피의자를 입건한 상태다. 

수사의 관건은 실제로 주가조작 세력끼리 사고 팔며 주가를 띄우는 ‘통정거래’가 있었는지와, 폭락한 종목들의 대주주나 공매도 세력이 관여해 시세차익을 챙겼는지 밝히는 것이다. 임창정을 비롯해 사건에 연루된 가수 박혜경 등 투자자들 대부분이 자신들이 주가 폭락으로 큰 손실을 입은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통정거래 등 부정거래행위의 인식 가능성이 있었다면 공범으로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24일 대성홀딩스와 선광, 서울가스, 삼천리, 셋방, 다올투자증권, 하림지주, 다우데이타 등 8개 종목 주가가 급락하면서 불거졌다. 모두 SG증권을 통해 대량 매도 주문이 나왔고, 같은 달 28일까지 8개 종목 시가총액 8조원이 증발했다. 금융당국 조사를 눈치챈 주가조작 세력이 급하게 매물을 던지면서 주가가 급락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임창정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박필서 변호사(법무법인 한누리)는 “금융당국과 검찰에서 현재 조사 중으로 모든 것은 다 가정적이지만, 관건은 해당 다단계 투자에서, 말하자면 중간단계에 해당하는 임창정씨가 작전 세력의 시세조종 등 부정거래행위에 대한 인식 가능성이 있었는지에 따라 책임의 소지를 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박 변호사는 “이번 사태의 경우 직접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가담자들의 책임이 가장 크고, 그 밑에 일정 부분 역할을 담당해 가담한 이들까지 넒은 의미의 공범 또는 방조범으로 분류할 수 있다”면서도 “여기서 힘든 점은 주가조작단 총책 의혹을 받는 라덕연 대표에게 투자해서 피해를 입은 이들과, 공시나 주가를 보고 순수한 의미로 투자한 개인투자자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자 측 한상준 변호사(법무법인 대건)는 지난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임창정씨가 본인의 결백을 입증하려면 ‘통정매매를 통한 주가 조작이 있었는지 몰랐다’는 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창정이 지난해 투자자 모임에서 주가조작 의혹의 주범으로 지목된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를 추켜세우는 듯한 발언을 한 점을 두고선 “투자를 독려한 게 맞지 않나”며 “라덕연과의 관계가 있었다고 보면 그 내용 자체를 전혀 몰랐다고 보기는 힘들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참석자들에게) 투자를 독려하고 라덕연을 추켜세웠다는 것 자체만으로 통정매매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긴 힘들다”고 덧붙였다.

행사 참여해 ‘투자 권유’ 정황…피해 규모 1인 평균 ‘10억원’ 이상 추정

가수 임창정이 지난해 12월 한 투자자 모임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JTBC 캡쳐]

피해자들은 검찰에 고소장을 내고 있다. 법무법인 이강은 피해자 10여명을 대리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조세), 자본시장법 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지난 1일 고소장을 냈다.

법무법인 대건은 130명에게 참여 의사를 확인했고, 조만간 인원을 확정해 오는 9일 고소장을 낼 예정이다. 대건 측은 피해 규모로 1인 평균 10억원 이상, 100명 기준 1000억원이 넘는다고 본다. 반대매매에 따른 채무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커질 전망이다.

임창정은 주가조작 세력과 연관돼 있다는 의혹이 나오자 공식 입장문을 통해 “그동안 주식 투자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었고 주식 거래 방법도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그들에게서 엔터 사업의 자금을 투자받기로 별도의 약속을 받았던 터라 이들이 하는 말을 좋은 재테크로만 그대로 믿고 다른 투자자들이 했다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계좌 개설을 해주고 주식 대금 일부를 이들에게 맡겼다”며 “다른 투자자에게 영업행위는 한 적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창정이 최근 주가 조작 의심 세력의 투자 모임에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되고 있다. 라 대표 등 주가주작단이 지난달 초 ‘골프계 큰손’과 미국 캘리포니아의 골프장을 계약하는 자리에 가수 임창정도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자는 한국산업양행 유신일 회장으로, 미국의 명문 골프장 등을 포함해 해외에만 20여개의 골프장을 갖고 있는 골프계의 큰손이다. 

지난 1일엔 지난해 12월 전라남도 여수 한 골프장에서 열린 VIP 투자자 행사에 참석한 임창정이 투자자들 앞에서 투자를 유도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모습도 공개됐다. 해당 영상에서 임창정은 이번 사건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라 회장을 ‘종교’에 빗대며 한 달 안에 수익을 내달라고 한다. 임창정 측은 “행사장에서 오해될 만한 발언을 한 건 사실이지만, 투자를 부추기진 않았다”고 했다.

앞서 이른바 ‘1조 파티’라는 행사에 참석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행사는 지난해 12월 초 라 회장이 운용자금 1조원 돌파를 기념해 연 파티로 알려졌다. 임창정은 해당 논란에 대해서도 “송년 파티로 알고 갔다”고 해명했다.

수사팀은 주가조작 세력 근거지로 지목된 H사 이외에 ‘제3의 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또 다른 세력이 주가조작에 가담했는지는 각 종목의 최근 수년간 거래내역을 들여다보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전망이다. 

박 변호사는 “시세조종한 당사자가 누가인지 밝히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지만, 각각 다른 단계에 있는 투자자들이 가담을 했는지 안했는지는 입장이 서로 다를 수 있어 각자의 투자 경위와 동기, 이익 분배 등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각각 다 파악해야 하고 인식 가능성도 다 따져봐야 해 수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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