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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칫거리의 반전'…보험대리점, 업계 '주류'로 올라서다

[보험시장, 올해도 'GA천하'] ① 보험대리점 '전성시대' 활짝
설계사 25만명 육박...보험사 압도한 지 오래
불판율도 안정화, 대형사들 너도나도 'GA' 외치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법인보험대리점(GA)은 지난 몇 년간 공격적인 영업으로 큰 성장세를 이뤘지만 ‘주류’ 취급을 받진 못해왔다. 설계사들의 판매 욕심으로 불완전판매가 속출했고, GA가 보험사 전속설계사들을 빼오는 과정에서 ‘고아계약’(설계사 이직 및 퇴직으로 관리되지 않는 계약) 문제도 불거졌다. 판매채널에서는 확실한 존재감을 선보였지만 상대적으로 소비자보호에 무감각하다는 비판적 여론이 컸다. 

하지만 이제 보험업계에서 누구도 GA를 ‘비주류’로 보지 않는다. GA는 전체 설계사 수에서 보험사를 뛰어넘은지 오래고 불완전판매율 지표도 안정적이다. 심지어 보험사들은 너도나도 자회사형 GA를 설립해 시장에 진출하고 있으며 GA 지분 투자까지 나섰다. 골칫거리 취급을 받던 GA는 어떻게 ‘보험시장 주류’로 올라서게 됐을까.

GA 선택하는 설계사…불판율도 안정세

GA는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모두 판매할 수 있는 보험 판매전문점이다. 소비자는 GA설계사를 통해 여러 회사 상품을 비교한 뒤 가입할 수 있어 자사 상품만 판매하는 보험사 전속설계사와의 상담보다 선택권이 넓은 편이다. 이를 강점 삼아 GA는 지난 몇 년간 상품 판매를 크게 늘리며 보험사를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했다. 

GA의 성장은 설계사 수에서 증명된다. 2016년까지만 해도 설계사 수는 보험사 전속이 23만명대, GA는 16만명대였다. 하지만 그 수가 조금씩 역전되기 시작하더니 2020년에는 보험사 전속이 17만명, GA가 23만명으로 뒤집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보험사 전속 설계사는 16만2775명에 그쳤지만 GA는 24만9251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0.7% 상승한 수치다.

이처럼 설계사들이 GA로 옮겨가는 이유는 영업환경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보험대리점협회가 GA 설계사를 대상으로 이직 이유 설문을 진행한 결과, ‘다양한 상품 취급이 가능해서’(56%)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보험사의 실적 압박 스트레스’(17%), ‘보험사보다 자유로운 영업활동’(11%), ‘수수료 및 수당체계’(5%)가 뒤를 이었다. 

GA업계 관계자는 “과거 설계사들은 회사 브랜드를 중시했지만 이제는 자신의 판매량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만큼 더 유리한 영업환경을 갖춘 곳을 택한다”고 설명했다. 설계사 수만 놓고 보면 현 시점에서 설계사들에게 더 매력적인 일터는 GA인 셈이다. 

설계사 수가 늘며 실적도 상승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0년 소속 설계사 500명 이상 중대형 GA가 보험사로부터 받은 수수료 수익은 7조원을 넘어섰다. 2017년 5조원대에서 매년 감소폭 없이 성장 중이다. 

GA가 골칫거리 취급을 받았던 가장 큰 이유인 불완전판매율도 지금은 안정세다. 지난 몇 년간 대형GA들이 자체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영업 압박을 줄이면서 GA 불완전판매율은 2015년 0.4%대에서 지난해 0.04%까지 떨어졌다. 특히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GA설계사 불완전판매율이 보험사 전속설계사보다 낮아졌다. 

전과 달라진 GA위상, 보험사 관심 ‘껑충’

GA 위상 강화를 엿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사례는 ‘갑’이었던 보험사의 ‘GA 따라잡기’ 움직임이다. 4~5년 전 GA에 고객과 설계사를 꾸준히 뺏기기 시작한 보험사는 아예 직접 GA를 만들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대형사뿐 아니라 흥국생명 등 중소형사들도 자회사형 GA 설립에 적극 나서는 추세다. 

여기에 전속설계사 조직을 분리한 후 GA로 이동시키는 ‘제판분리’도 등장했다.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2021년 상반기 전속설계사 조직을 분리해 각각 자회사형 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미래에셋금융서비스로 이동시켰다. 

다만 수익적인 면에서는 아직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생명보험사 자회사형 GA인 삼성생명금융서비스(-59억원), 한화생명금융서비스(-482억원), 미래에셋금융서비스(-26억원) 신한금융플러스(-40억원), KB라이프파트너스(-24억원), 메트라이프금융서비스(-38억원) 등은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손해보험사 자회사형 GA인 삼성화재금융서비스(-54억원), DB금융서비스(-11억원) 등도 적자다. 이들 업체 대부분은 수입보험료가 전년보다 늘었지만 판관비가 크게 증가하며 순익이 감소했다. 

이에 대형사들은 GA 인수를 통해 몸집을 더욱 확장 중이다. 한화생명은 약 3800명의 설계사가 있는 피플라이프를 인수했고 삼성생명은 GA CS라이프의 설계사 조직 일부 인수를 추진 중이다. 

GA 지분 투자 전략도 나온다. 자금이 필요한 GA에 보험사가 돈을 대고 서로 영업력을 강화하는 ‘윈-윈(win-win) 전략’이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KGA에셋 지분 14.7%를 인수했고 DB손보는 인카금융서비스 지분 4.29%를 사들였다. 메리츠화재와 한화생명은 리치앤코의 경영권 인수전 기관투자자로 참여했다. 

앞으로도 보험사들의 GA 영업력 강화는 계속될 전망이다. 올해 도입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하에서는 설계사들이 직접 고객과 만나 설명하는 암, 건강, 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 판매가 많을수록 보험사 재무건전성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새 회계제도에서는 계약서비스마진(CSM)이 중요해 보험사들이 보장성보험 판매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며 “올해에는 GA채널이 보험업계 ‘주류 판매채널’로 더욱 확고한 입지를 굳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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